간절했던 ‘프로 유니폼’…준비된 신인 황영묵, 한화의 ‘묵이 베츠’로
6년. 내야수 황영묵(25·한화)이 프로 유니폼을 입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충훈고 3학년 시절인 2018 KBO 신인드래프트에서 낙방한 황영묵은 4년 뒤 드래프트를 노리고 중앙대에 진학했다. 그러나 야구에만 집중하겠다는 일념으로 1년 만에 대학을 관뒀고, 독립구단 성남 블루팬더스에 입단했다. 이곳에서 1년간 야구를 하다 현역병으로 입대한 그는 전역 후에도 스코어본 하이에나들, 연천 미라클 등 독립구단에서 뛰었다.
그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키워가던 프로의 꿈은 KBS의 <청춘야구단>과 JTBC의 <최강야구> 등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조명되기도 했다. 지난해 9월14일, 마침내 황영묵은 2024 KBO 신인드래프트 4라운드 전체 31순위로 한화의 지명을 받았다. 당시 행사장에서 기자와 만난 그는 “여기까지 오는 길이 순탄하진 않았다”며 “6년간 힘든 시간을 조금이라도 위로받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황영묵은 ‘준비된 신인’이었다. 그는 전체 1순위 황준서와 함께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최원호 한화 감독은 “마무리캠프에서 에너지 넘치고 열심히 하려는 모습을 보여줬다”며 “이도윤, 하주석 외 제3의 유격수가 필요한데, 남은 선수 중 황영묵이 제일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겨우내 구슬땀을 흘린 황영묵은 그렇게 프로에서 첫 번째 봄을 맞았다.
황영묵은 팀의 3번째 유격수로 새 시즌을 출발했다. 주전 하주석이 공수에서 맹활약하는 데다, 그 뒤엔 이도윤까지 버티고 있었다. 1군 엔트리에 들기조차 쉽지 않았던 그는 왼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 하주석 대신 지난달 9일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대수비, 대주자 등 드문드문 출장하던 황영묵은 지난달 12일 대전 KIA전 때 교체 출전해 데뷔 첫 안타를 쳤다.
안정적인 수비가 강점인 황영묵은 타격 능력까지 보여줬다. 12일 대전 KIA전부터 5월1일 대전 SSG전까지 15경기 연속 안타를 쳤다. 수비뿐 아니라 공격에서도 인상적인 활약을 이어간 황영묵은 이도윤을 밀어내고, 하주석이 없는 현재 팀의 주전 유격수로 발돋움했다. 6일 현재 그는 20경기 타율 0.333, 1홈런, 8타점, OPS 0.786을 기록 중이다. 최 감독은 최근 황영묵의 활약에 대해 “기대 이상으로 너무 잘해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이제 신인왕 후보로도 거론되는 황영묵은 팬들 사이에서 ‘묵이 베츠’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의 유격수이자 최고 스타인 무키 베츠의 이름을 따서 지은 애칭이다. “야구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꿈이 있다. 늘 1군 야구장에서 많은 팬분의 응원을 받으며 야구를 하고 싶었다. 그에 걸맞은 선수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숱한 역경 속에서도 끝끝내 포기하지 않았던 황영묵이 그 꿈을 이뤘다.
배재흥 기자 he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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