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도 비평 필요한 시대" 웹툰 평론가들이 협회 만든 까닭

이민우 기자 2024. 5. 7.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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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미디어 리터러시+
만화웹툰평론가협회 초대 회장
박세현 평론가의 만화웹툰 평론
2조원대로 성장한 웹툰산업
이젠 다양한 관점서 바라봐야
휘발성 강한 웹툰 기록해놔야
전문성과 대중성 모두 갖춘
웹툰 큐레이터 필요한 시점

국내 웹툰 산업의 규모는 이제 2조원대에 육박한다. 2018년 이후 단 한번도 성장세가 꺾인 적이 없다. 그런데 영화나 소설과 달리 '평론ㆍ비평 시스템'이 약하다. 웹툰산업은 양적ㆍ질적으로 비약적으로 성장했지만, 학문적 혹은 비평적 활동은 자리잡지 못했다. 왜일까. 이런 현실에 문제 의식을 느낀 만화 평론가 50명이 의기투합했다.

박세현 만화웹툰평론가협회 초대 회장은 웹툰도 이제 비평을 받아야 할 만큼 성장했다고 말했다.[사진=더스쿠프 리터러시]

이제 우리의 삶에서 웹툰은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일상에서 가볍게 열어서 볼 수 있는 웹툰은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3 웹툰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웹툰산업의 매출액은 1조8290억원으로 전년(1조5660억원) 대비 16.8% 증가했다. 웹툰산업 매출액은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실태조사를 시작한 이래 단 한번도 성장세가 꺾이지 않았다.

덩치만 커진 것도 아니다. 웹툰은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사회적ㆍ문화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우뚝 섰다. 스토리 IP(지식재산권)로서 고부가가치를 생산하는 디지털 콘텐츠로 자리잡은 측면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짙은 그림자도 있다. 웹툰산업이 양적ㆍ질적 면에서 눈부신 성장을 이뤄냈는데도 학문적 혹은 비평적 활동은 이제 막 시작됐다.

지난 4월 16일 이 빈틈을 채울 수 있는 사단법인만화웹툰평론가협회가 창립총회를 열었다. 협회는 크게 세가지 목표를 내걸었다. 첫째, 웹툰의 예술적 가치와 문화적 중요성을 평가ㆍ비평한다. 둘째, 꾸준한 연구를 통해 웹툰의 학문적ㆍ교육적ㆍ산업적 기반을 강화한다. 셋째, 많은 이들에게 웹툰산업을 엿볼 수 있는 깊이 있는 지식을 제공해 산업적 이해의 증진을 꾀한다.

초대 회장으로는 박세현 만화평론가가 취임했다. 박세현 초대 회장은 27년간 만화평론과 연구를 해왔다. 상명대학교 만화영상학과 대학원 석사, 세종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 논문인 '웹툰 플랫폼의 큐레이션 구조에 관한 연구'는 한국출판학회ㆍ한국만화웹툰학회에서 상을 받을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더스쿠프 Lab.리터러시 팀이 박 회장을 만나 협회가 나아갈 길을 물었다.

✚ 만화와 웹툰 평론가 협회가 생긴 것은 최초네요.
"현재 웹툰협회와 한국만화가협회, 한국웹툰작가협회, 한국만화스토리작가협회는 대체적으로 웹툰작가나 스토리 작가 다시 말해, 창작자 중심의 협회입니다. 한국웹툰산업협회는 웹툰 제작사의 협회죠. 한국만화사에서 몇몇 평론가들이 모여서 평론가 모임을 만든 적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사단법인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만화평론가들의 모임은 없었습니다."

[자료 | 한국콘텐츠진흥원, 참고 | 2023웹툰실태조사 보고서, 사진=뉴시스]

✚ 만화평론가들이 모여 만든 '만화비평 아카데미'가 있었던 걸로 아는데요.
"1990년대 중반 만화평론가 손상익 원장이 설립한 한국만화문화연구원이라는 만화비평가 아카데미가 있었지만, 지금은 폐원된 상태입니다. 또한 한국만화문화연구원도 지금 저희 협회처럼 전체 만화평론가들의 모임은 아니었죠."

✚ 만화평론가 협회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만화평론을 시작한 지 올해로 27년입니다. 그동안 대학 강의도 했고, 만화 이론서나 비평서를 집필하기도 했죠. 하지만 규모가 2조원에 육박하는 웹툰산업의 중심은 여전히 작가와 플랫폼입니다. 사실 영화나 문학은 그 작품만큼이나 비평가와 평론가들이 그 문화의 팬덤과 이론, 역사를 만드는 견인차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에 비해, 만화산업에서 만화비평과 평론은 천대받기까지 했죠."

✚ 다른 문화에 비해 만화가 저평가를 받아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평론이나 비평의 역할이 중요했을 텐데요.
"그렇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였죠. 과거 만화가 다른 문화에 비해 천덕꾸러기 신세를 경험했듯이, 만화계에선 만화비평을 계륵 취급했죠. 하지만 이젠 웹툰 산업에도 작가, 플랫폼, 제작사가 있듯, 만화비평가들이 만화문화의 활성화와 대중성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음을 알아줬으면 합니다."

✚ 협회를 만든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겠네요. 창립 과정이 궁금합니다.
"만화비평가들이 간혹 모이면 협회가 있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제가 2020~2023년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지원하는 만화비평지 「지금, 만화」를 기획ㆍ발간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그 사업 중에 만화평론 공모전이 있었는데, 그 공모전에서 수상한 평론가들에게 다른 만화협단체 임원들이 시상을 하는 것이 좀 아쉬웠습니다. 물론 시상을 해주신 그분들도 만화계에서 존경받긴 했지만, '평론가 협회가 있다면, 오늘 같은 날 얼마나 좋을까'하는 아쉬움을 늘 안고 있었습니다."

✚ 그럼 언제 협회를 설립해야겠다고 결심하셨나요?
"이런 복합적인 사항들을 목도하면서 올해 초에 만화웹툰평론가협회를 만들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주변의 많은 평론가들의 도움과 지원, 공감과 동참으로 창립총회까지 이르렀습니다."

✚ 웹툰산업이 커진 만큼 평론가의 역할을 다양해져야 할 듯합니다.
"웹툰산업이 성장하면서 비평가들이 해야 할 일도 많아졌습니다. 비평의 영역도 다각화했으니까요. 그래서 협회를 만들 때 다양한 관점의 비평가를 모셨습니다. 지금 협회엔 역사론ㆍ작가론ㆍ정책론ㆍ작품론ㆍ산업론 등 다양한 관점에서 웹툰산업의 변화를 다루는 비평가들이 있습니다."

✚ 사실 웹툰산업이 가파르게 성장하긴 했지만, 산업적 성숙도는 아직 미흡합니다. 그래서 주제 면에서 일정한 '기준선'을 넘나드는 강한 웹툰이 많은 것도 사실이죠. 이럴 때일수록 비평과 평론의 역할이 중요해 보입니다.
"옳은 지적입니다. 하루에도 수백편의 웹툰이 쏟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웹툰의 현주소를 제대로 알려주는 비평가와 같은 '내비게이터'가 필요합니다. 더구나 웹툰은 휘발성이 강해서 웹툰의 작품 이야기를 오롯이 기록해야 할 비평가들이 있어야 합니다."

✚ 웹툰비평가들이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잡아주는 '나침반 역할'도 해야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네, 비평가는 전문성과 대중성을 갖춘 웹툰 큐레이터가 돼야 합니다."

✚ 협회 창립 후 포부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장기적ㆍ단기적 목표로 나눌 수 있습니다. 단기적 목표는 회원 50명과 함께 우리 협회만의 비평지를 올해 말에 창간하는 겁니다. 조만간 협회 비평지의 이름을 공모할 예정입니다. 올해 열리는 각종 만화행사에서 평론가협회로서 참여하는 것도 단기 목표입니다."

✚ 장기적인 목표는 무엇인가요?
"장기적으로 만화비평가를 육성하는 아카데미를 만들고자 합니다. 후학을 키우지 않는 협회는 언젠가 자생력을 잃어버립니다. 아울러 국내외 만화평론가들과의 네트워킹을 통해 한국의 웹툰과 만화비평을 활성화하려 합니다. 다른 만화계의 단체와 협업해서 만화비평의 대중화, 전문화도 이루고 싶습니다."

이민우 더스쿠프 기자
lmw@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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