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700 넘게 버는 고소득자도 “중산층?” 70% ‘훌쩍’.. 10명 중 1명은 “아직 바닥, 더 벌어야” 이 정도로?

제주방송 김지훈 2024. 5. 7.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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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상층’ 10명 중 8명
스스로 “중·하층”.. 보수적
중산층.. “정책 주요 가늠자”


경제적으로 상위층에 속하는 적잖은 가구가 스스로 ‘중산층’, 나아가선 ‘하위층’으로 인식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전통적 소득 기준에서 상위층으로 분류될수 있지만, 경제적 지위 변화를 경험하면서 스스로 제 사회적 위치를 보수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같은 경제적 상위층이 전체 3% 정도였는데, 실제 이들의 85% 정도는 스스로 중위층 내지 하위층으로 여겼습니다.

반면 국제적인 통계 기준에 따른 객관적인 중산층 비율은 증가세로 파악됐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지속되는 ‘중산층 위기론’은 사실 중산층이 줄어서가 아니라,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여기는 고소득층 불만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경제적으로는 소득 상위층(여기서는 상위 20%)에 해당하는데도 자신을 중산층으로 인식하는 그룹에서, 경제적인 지위 하락을 ‘객관적으로’ 경험하면서 이들의 불만이 중산층 위기로 표현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실제 상층이면서도 스스로 중산층으로 여기면서 목소리를 높일 경우엔, 자칫 정책적인 차원에서 유리하게 논점을 끌고 가면서 하층에 집중해야 할 자원 등 부족을 부추기거나 사회 균형을 해칠 수 있는 만큼, 중산층에 대한 면밀한 이해와 다양한 층위에서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문도 나오고 있습니다.   

7일 황수경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원·이창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내놓은 ‘한국의 중산층은 누구인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약 3,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스스로 상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전체 2.9%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통상의 방식대로 사회의 상위층을 약 20% 정도로 가정할 때, 이 가운데 단 3%만 자신을 상위층으로 인식하고 있을 뿐 대부분은 자신을 중층, 즉 중산층으로 분류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중산층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 아닌, 상층이 사라지고 없다고 해석했습니다.

가구 소득수준과 주관적 계층인식 (2021년 기준)


연구진은 주관적 계층의식을 가구소득과 교차해 살펴봤더니 “월 소득이 700만 원이 넘는 고소득 가구 중에서도 자신을 상층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11.3%에 불과했다”면서 “76.4%는 자신을 중산층으로 여겼고, 12.2%는 하층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소득 상위 10% 이상 계층에서 객관적으로 경제적 지위 하락을 경험하고 있는데, 이들 가운데 스스로 상층이라고 인식하는 사람은 2~3%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자신을 중산층으로 인식하면서 중산층 위기를 말할 개연성이 크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는 객관적 계층과 주관적 계층 의식 간의 괴리가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봤습니다.   

KDI 설문 결과, 우리나라 국민들의 주관적 계층 인식 비율은 상층 상(上) 0.7%, 상층 하(下) 2.3%, 중층 상 20.8%, 중층 하 49.6%, 하층 상 17.3%, 하층 하 9.3%로 조사됐습니다.

상층은 매우 적고, 중간층이 많지만 아래쪽으로 치우친 전형적인 호리병 구조를 보였습니다.

또한 ‘중산층 위기론’이 사실 경제적으로 상층이지만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의 소득 여건이 악화했기 때문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5분위(상위 20%)의 전체 소득에서 점유율은 지난 10년(2011~2021년) 사이 4.3%포인트(p)(44.3→40%) 줄었습니다.

반면 1~4분위는 모두 점유율이 상승했습니다. 특히나 5분위 중에서도 소득 상위 10%의 점유율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우리나라 특성을 반영해 사회경제 계층을 상층, 심리적 비(非)상층, 핵심 중산층, 취약 중산층, 하층 등 5개로 분류했습니다. 이 가운데 고소득층이면서 스스로는 상층이 아니라고 인식하는 ‘심리적 비상층’은 고학력·고소득자 비율이 상층보다도 높고, 관리직·전문직 비율과 자가 보유 비율도 가장 높았습니다.

보고서에선 “(소득 점유율이 떨어지는) 경제적 지위 하락을 경험한 소득 상위층 중 스스로 중산층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중산층 위기를 말할 개연성이 크다”면서 “이들은 매우 강력한 사회적 발언권이나 문화 권력을 지닌 그룹”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어느 그룹을 중산층으로 파악하느냐에 따라서 정책 방향이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면서 “심리적 비상층의 견해가 중산층의 사회적 니즈(요구)로 과대 포장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세심하게 정책 설계할 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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