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근때 민정수석 폐지→부활…尹대통령은 왜 달라졌나
"앞으로 대통령실 업무에서 사정·정보조사 기능을 철저히 배제하고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겠다" 2022년 3월14일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서울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에 처음 출근해 이렇게 밝혔다.
그로부터 약 26개월 뒤인 취임 3년 차를 맞는 윤 대통령은 민정수석을 부활했다. 4.10 총선 참패 뒤 연이어 추진하고 있는 인적 쇄신과 국정운영 방식 변화에 연장선이다. 윤 대통령은 7일 대검찰청 차장 출신의 신임 김주현 민정수석(62·사법연수원 18기) 인선을 발표하면서 "민심 청취 기능이 너무 취약해서 고심했다"고 털어놨다.
애초 '민정수석 폐지' 공약이 나왔던 건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으로서 누구보다 민정수석의 부작용을 잘 알았던 까닭이었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논란 등 생생한 장면을 지켜봤던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민정수석 폐지 소신을 밝혀왔다. 실제 용산 대통령실 시대를 열면서 민정수석을 없앴다. 본인이 평생을 검사로 살아온 만큼 민정수석을 두지 않아도 관련 업무는 잘 챙길 수 있다는 자신감도 깔렸던 것으로 보인다.
민정(民情)은 원래 국민의 형편과 사정을 살핀다는 뜻이다. 사정기관 장악 등 '정권의 칼날'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부각돼 있지만 본질적 기능은 민심 수렴이다. 정권의 탄압에 생명을 위협받던 김대중 전 대통령도 취임하면서 민정수석을 폐지했지만 옷 로비 사건 등을 경험한 뒤 집권 2년차에 여론 수렴 기능 강화를 내세우며 이를 부활했다.
윤 대통령이 이날 밝혔듯이 그동안 여권 안팎은 물론 야당에서조차 대통령실 민심 파악 기능의 문제점을 지적해왔다. 그동안 각 수석실에서 민심 파악 업무를 나눠맡아 왔지만 관료제의 특성상 아무래도 자신에게 유리하게 각색되기 쉽다. 누군가는 전체 국가적 관점에서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를 교차 점검해 정확한 민심으로 전달해야 한다.
업무 내용뿐만 아니라 조직 구조상 막중한 역할을 담당하는 수석이 없다는 점도 한계로 작용했다. 민정수석실의 기본 업무는 민심 파악 외에도 대통령실 내 법률 관련 업무, 공직감찰, 사정기관과 업무 조율 등이었지만 윤석열 정부에서는 법률(법률비서관)과 감찰(공직기강비서관) 등 일부 업무만 수석(차관급)보다 한 단계 낮은 비서관급(1급) 영역으로 남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둘(공직기강과 법률)을 조율하는 수석의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고 했다.
수석의 존재는 대외적으로도 중요하다. 정부 관계자는 "공직사회의 긴장감 차원에서 대통령실이 주는 무게감은 전혀 다른데 담당 수석이 있어야 때로 장관한테도 쓴소리를 할 수 있다"며 "사안을 바라보는 시야에서도 부처 이기주의를 깨고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는지는 대통령실에서 보는 눈이 더 정확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야당이 강행처리한 '채상병 특검법안'이나 추후 제기될 '김건희 여사 특검법안' 등의 공격에도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설명할 것이란 의지를 보인 것으로도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9일 열리는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도 다양한 질문에 답변을 준비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21개월 만에 공식 기자회견인 만큼 주제 제한 없는 질문을 강조하면서 각 수석실별로 여러 현안에 답변을 마련 중이다.
이처럼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첫 영수회담에 이어 연이은 '직접 인사 발표와 질의응답', 그리고 기자회견까지 쌍방향 소통방식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남은 임기 3년도 압도적 다수의 야당에 입법권력을 내준 상태에서 국정을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국민적 지지가 필수적이다.
한편 민정수석 발표에 따른 관련 조직도 확대 개편된다. 민정수석 산하에는 민심 정보를 수집할 민정비서관을 신설하고 기존 법률비서관실과 공직기강비서관실을 이관할 계획이다. 청와대 시절 80여명에 달했던 민정수석실 인원은 현재 50명 남짓으로 줄었는데 인원도 일정 부분 회복될 예정이다. 과거 특별감찰반과 같은 외근 조직은 그동안 윤석열 정부에서는 전혀 없었는데 이 역시 생길지 주목된다.
과거 치안비서관 기능을 담당할 사회안전비서관(가칭) 등을 신설하는 방안은 검토했지만 결론이 나지 않았다. 치안비서관 역할을 새롭게 맡을 조직을 민정수석 혹은 정무수석 산하에 설치하는 방안 등이 거론됐지만 현재는 국정상황실에 치안 기능을 강화하는 안 등도 검토되고 있다.
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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