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 신드롬 제대로 보기[뉴스와 시각]

박동미 기자 2024. 5. 7.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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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민희진.

민 대표가 언론에 전면으로 나선 후, 한 엔터 기업의 내홍에 불과했던 사건은 모든 이슈를 집어삼켰다.

민 대표의 회견은 상황을 압도하며 '하이브-어도어' 사태의 전모나 진실 공방 따위를 가볍게 제쳐 버렸다.

시총 9조 원의 엔터 기업을 모회사로 둔 레이블의 대표이자 수천억 대 자산가인 민 대표와 자신을 동일시한다는 게 의아한데, 문제는 팬덤의 판단 기준은 옳고 그름이 아닌, 좋고 싫음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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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미 문화부 차장

기-승-전-민희진. 그룹 뉴진스의 프로듀서이자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의 대표. 요즘 그 이름 뒤에 ‘블랙홀’이나 ‘신드롬’을 붙여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하이브로부터 ‘경영권 찬탈 의혹’을 제기 받자, 눈물과 욕설이 뒤섞인 희대의 기자회견으로 응수한 그는 지금, 어쩌면 당분간 뉴진스보다 유명한 인물이다. 민 대표가 언론에 전면으로 나선 후, 한 엔터 기업의 내홍에 불과했던 사건은 모든 이슈를 집어삼켰다. 그가 입고 나온 옷과 모자가 품절 됐고, 박지원 하이브 대표와의 대화에서 사용한 이모티콘도 판매 1위에 올랐다. 또, 정제되지 않은 발언은 수많은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을 양산, ‘어록’이 돼 디지털 세상을 평정하고 있다.

일견 흥미롭지만, 들여다볼수록 우려스럽다. 이슈의 소비와 재생산, 확산 과정이 순간의 재미를 좇는 도파민 중독 사회의 전형이다. 민 대표의 회견은 상황을 압도하며 ‘하이브-어도어’ 사태의 전모나 진실 공방 따위를 가볍게 제쳐 버렸다. 대중은 육두문자로 점철된 그의 언변을 파격과 용기라며 지지했고, 일부 언론은 자극적인 영상 편집과 기사로 이를 부추겼다. ‘도파밍’(도파민에 파밍(‘수집한다’라는 뜻의 게임 용어)을 합한 신조어)에 빠져 허우적거린 건 뉴스 제공자나 소비자나 마찬가지였다.

2030 직장인들이 민 대표의 행위를 ‘을의 반란’으로 여기는 점도 기이하다. 팬덤까지 형성되는 분위기. 카카오톡 프로필을 민 대표 사진으로 바꾸고, ‘민희진 이모티콘’을 구매한다. 이들은 민 대표의 말대로 그가 “술 마시고 골프 치는 개저씨들”(하이브 임원진)로부터 괴롭힘을 당한다고 믿는 것 같다. “가난한 월급쟁이”(민 대표)가 회사를 향해 “‘맞다이’로 들어오라”고 도전했으니, 대리만족을 느꼈을 거라는 분석이다. 시총 9조 원의 엔터 기업을 모회사로 둔 레이블의 대표이자 수천억 대 자산가인 민 대표와 자신을 동일시한다는 게 의아한데, 문제는 팬덤의 판단 기준은 옳고 그름이 아닌, 좋고 싫음이라는 것이다. 모든 건 네 편이냐, 내 편이냐로 귀결된다. 관심은 이제 이 ‘집안싸움’의 승자가 누구인지에 있고, 거기서 또 한 번 ‘도파밍’ 파티가 열릴 것이다.

핵심은 민 대표의 경영권 찬탈 시도가 있었느냐이다. 진실은 주주총회와 법정 다툼에서 밝혀질 터, 이제 신드롬을 걷어내야 할 때다. 경영권 찬탈 시도, 뉴진스 전속계약 해지권 요구 등 여러 말이 오가지만, 본질은 이렇다. 이것은 가진 자(민희진)와 더 가진 자(방시혁)가 돈과 권력을 놓고 벌이는 싸움이라는 것. 누군가의 용기를 상찬할 일도, 누군가를 편들 일도 아니라는 것. 지금 K-팝 산업을 대표하는 그들은 회사 내부 감사 내용으로 과도한 언론 플레이를 했고, 10대들도 보는 채널에서 욕설을 남발했다. 이것이 전 세계 K-팝 팬들에게, 또 묵묵하게 이 산업을 떠받쳐 온 종사자들에게 얼마나 큰 상처인지는 알고 있을까. 뉴스 생산자와 소비자의 각성도 필요하다. 언론은 K-팝 성과주의의 민낯, 어린 아이돌 아티스트에 시선을 돌려야 한다. 본질이 아닌 것에 몰두하다 ‘해로운’ 팬심에 빠지는 대중도 스스로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 사실과 진실이 품고 있는 가치가 도파민에 지지 않도록 말이다.

박동미 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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