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13년 키워낸 ‘라인’, 일본에 넘겨라?

허인회 기자 2024. 5. 7.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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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디지털화 앞장섰는데…‘보안’ 문제 삼으며 “지분 팔아라” 요구
정부는 일단 신중 모드…정치권은 ‘시끌’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네이버 라인이 눈 뜨고 코 베이게 생겼다. 13년간 일본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국민 메신저' 자리에 올랐지만, 일본 정부는 지분을 내놓으라며 압박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개인정보 유출을 문제 삼고 있지만 사실상 일본 기업이 되길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소프트뱅크 측도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분 인수에 나섰다.

네이버는 2011년 6월 일본에서 라인 서비스를 출시한 이후 2021년 3월1일 라인과 소프트뱅크의 포털 야후재팬 간 경영을 통합하고 A홀딩스를 출범했다.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A홀딩스 공동 대표이사 회장을 맡았다. 네이버의 노력으로 라인은 일본에서 한 달에 1번 이상 이용하는 사람 수가 9600만 명에 달하는 일본 내 국민 메신저로 성장했다. 동남아까지 보면 약 2억 명 정도가 라인을 사용한다.

일본 총무성은 라인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빌미로 경영 체제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지도에 나섰다. 사실상 라인을 '일본 기업'인 소프트뱅크에 넘기려 한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일본 도쿄에 위치한 라인 본사 앞을 한 남성이 지나는 모습 ⓒEPA 연합

"日 메신저가 한국 자본"…자국민 감정 자극

그간 일본은 한국의 네이버, 카카오 같은 자국 대규모 플랫폼 기업이 사실상 전무했다. 아날로그 문화가 팽배해 디지털화에 뒤처졌던 일본 정부나 지자체의 행정 업무를 사실상 라인이 대신하기도 했다. 카카오톡에서 주민등록등본을 뗄 수 있는 것처럼 라인을 통해 지자체의 행정 업무나 세금 납부까지도 대신했다. 사실상 공적 임무를 수행하는 국민 메신저가 한국 기업에서 출발했다는 점은 일본의 숨기고 싶은 약점처럼 여겨졌다.

일본 정부는 어느새 네이버에 대한 라인야후의 과도한 의존을 문제 삼기 시작했고 결국 경영권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 시작했다. 발단은 2021년 벌어진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다. 당시 라인의 하청을 맡은 중국 업체가 일본인 개인정보를 유출했다가 발각돼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라인의 서버가 한국에 있다는 사실이 일본 언론에 보도돼 일본 국민의 감정선을 자극했다. 일본에선 라인을 일본 서비스로 생각하는 이가 많았는데, 이때부터 한국 기업이라는 사실이 각인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3월부터 일본 정부는 노골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 일본 총무성은 라인야후가 시스템 업무를 위탁한 네이버에 의존해 사이버 보안 대책을 충분히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면서 '네이버와 자본 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경영 체제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지도에 나섰다. 4월16일에는 라인야후가 마련한 사고 재발 방지책이 불충분하다며 2차 행정지도를 한다고 밝혔다. 4월25일 일본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소프트뱅크가 네이버에 라인야후의 지분 64.5%를 보유한 지주회사인 'A홀딩스'의 주식 매각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도통신은 "소프트뱅크가 라인야후의 근본적 개혁을 위해 일정한 비율의 주식을 매입하려 한다"며 "다음 달 9일 결산 발표를 분기점으로 협의를 서두르려 한다"고 전했다.

사실상 라인을 '일본 기업'인 소프트뱅크에 넘겨주려 한다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이버 보안 대책을 넘어 지분을 매각하라는 등 경영에까지 개입하는 건 상식적이지 않아서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라인야후 대주주인 A홀딩스 주식을 50%씩 보유하고 있다. 현재 소프트뱅크는 A홀딩스 주식을 인수해 라인야후의 독자적 대주주가 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지 매체의 보도대로 소프트뱅크가 네이버로부터 충분한 수준의 A홀딩스 주식을 인수해 독자적인 대주주가 되면 네이버는 13년 전 출시해 세계적 메신저로 키워낸 라인의 경영권을 잃게 된다.

2016년 도쿄증시에 라인야후가 상장된 이후 이데자와 다케시 최고경영자(CEO)가 도쿄 증권거래소에서 주식 거래 시작을 기념하는 종 옆에 서있다. ⓒEPA 연합

외교 문제 비화?…정부·정치권 대응 온도차

일단 한국 정부는 관망하는 분위기다. 외교부는 4월27일 "차별적 조치가 있어서는 안 된다"며 "네이버 입장을 확인하고 필요하면 일본 측과도 소통해 나가겠다"고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지원이 필요한 경우 제공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자칫 외교 문제로 비화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신중한 모습이다.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과 달리 정치권은 발끈하고 나섰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대표적이다. 조 대표는 "(윤석열 정부는) 일본 정부의 강제징용 판결 불수용도 묵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도 묵인, 라인 경영권 탈취 압박도 묵인하고 있다"며 "'친일(親日)'을 넘어 '종일(從日)' 정권"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준형·이해민 당선자도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 정상화'를 최대 지적으로 꼽는다. 그러나 네이버가 지분 절반을 소유하고 있는 라인을 삼키려는 일본에 한마디도 못 한다"며 "윤석열 정부나 주일 한국대사관은 어디에 있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다만 여권 내에서도 일본 정부의 조치에 대해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우리나라 대표기업 네이버가 일본 소프트뱅크와 공동경영권을 가진 일본 국민 메신저 라인야후에서 경영권을 잃을 가능성이 커졌다"면서 "일본이 사이버 보안 대책을 명분 삼아 매월 9600만 명이 넘는 자국민들이 이용하는 라인의 경영권에서 한국 기업을 배제하려는 속셈이 아니라면 지금의 부당한 조치를 당장 철회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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