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홍진배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원장 | “실패 두려워 않는 ‘美 DARPA’처럼 韓 ICT R&D 역량 강화”

윤진우 조선비즈 기자 2024. 5. 7.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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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모하비사막. 미 국방부 산하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 주최 자율주행차 경주 대회 ‘그랜드 챌린지’ 에 참가하기 위해 차량 15대가 집결했다. 군사용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기획된 대회는 사막 내 240㎞를 자율주행으로 완주하는 팀에 상금 100만달러(약 13억7500만원)를 내걸었다. 하지만 당시 완주한 차량은 1대도 없었다. 로이터통신은 “가장 비효율적이고 쓸모없는 대회”라고 평가했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의미 없는 시간이었다”라고 표현했다. 그럼에도 DARPA는 포기하지 않았다. 2005년 상금을 200만달러(약 26억원)로 올려 두 번째 그랜드 챌린지를 열었다. 그 결과 차량 23대가 참가했고 5대가 완주에 성공했다. 두 번째 그랜드 챌린지에서 1등을 차지한 팀은 스탠퍼드대 소속 ‘스탠리’로, 이후 세계 자율주행 기술을 선도하는 ‘구글X’ 의 모태 역할을 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산하 디지털 연구개발(R&D) 기획·평가 기관인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은 디지털 기술 개발과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IITP는 과기정통부가 내놓는 정보통신기술(ICT) 정책의 뼈대를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인공지능(AI), 통신, 소프트웨어(SW), 네트워크 등의 분야 R&D와 인재 양성을 총괄하고 있다. 지난 2월 취임한 홍진배 IITP 원장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한 도전으로 새로운 기술을 만드는 DARPA처럼 IITP를 키워나가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홍 원장은 “ICT R&D 혁신 역량을 강화해 국가 경제를 이끌어 갈 미래 성장 동력 창출에 앞장서겠다”면서 “IITP의 목표는 K디지털 DARPA로 거듭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홍 원장은 고려대 무역학과를 나와 영국 런던정치경제대에서 정보경영학 석사, 영국 맨체스터대에서 기술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행정고시 38회로 IITP로 옮기기 전까지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 실장을 역임했다. 과거 알뜰폰, 사이버 보안, 디지털 안전,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 등의 업무를 담당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홍진배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원장 고려대 무역학, 런던정치경제대 정보경영학 석사, 맨체스터대 기술경영학 박사,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통신정책관· 네트워크정책실장

IITP에 대해 소개해 달라

“IITP는 디지털 혁신 인에이블러(enabler⋅조력자)다. 디지털 혁신은 기술 개발과 인재 양성 두 축이 있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인재를 양성하는 데 실행 가능한 드래프트(초안)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쉽다. 가령 AI 칩을 개발한다면, 어떤 기술을 개발해 어떻게 발전시켜 어떤 곳에서 활용할 수 있는지를 그려야 한다. 과기정통부를 포함한 정부 부처가 모든 내용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기 힘들다. 기술 개발의 초안을 만들고 구체적인 기획과 방안을 선정하는 동시에 디지털 기술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ICT R&D 전문기관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원장으로 취임한 지 2개월 됐다.

“과기정통부에 있을 때도 IITP의 역할과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었다. 그런데 와서 보니 기술과 정책, 인재에 대한 기본적인 디자인을 IITP에서 다 한다는 것에 놀랐다. 정부가 최근 AI G3(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범정부 추진 전략인 ‘AI 반도체 이니셔티브’ 계획을 준비 중이며, 산·학·연 최고 전문가가 모여 국가 R&D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AI 반도체 이니셔티브도 IITP가 기본적인 기술 개발 계획과 실행 방안 등 초안을 잡아 주지 않았으면 제대로 나오기 힘들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AI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한다.

“전 세계가 AI를 국가 핵심 자산으로 인식하고 치열한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AI는 반도체 같은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을 거쳐 업무를 대신하는 에이전트화한 서비스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AI 전후방 산업과 기술의 유기적인 연계와 패키징이 향후 국가 경쟁력을 판가름할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본다. 우수한 AI 반도체와 생성 AI를 개발하는 등 개별 기술의 초격차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 하지만 이를 하나로 묶어 새로운 서비스와 산업 간 융합을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디지털 분야 핵심 전략 기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정부 차원에서 핵심 전략 기술로 AI, AI 반도체, 5G·6G 이동통신, 사이버 보안, 양자, 메타버스(metaverse·현실과 가상이 혼합된 세계) 등 6대 디지털 혁신 기술을 키우고 있다. 우리나라 ICT 기술 수준은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등 5개 주요국과 비교에서 일본보다 앞서는 4위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IITP가 집행하는 R&D 사업 예산은 어떻게 되나.

“올해 IITP는 디지털 R&D 사업에 총 1조1668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기술 개발에 8929억원이 들어간다. AI의 경우 13개 기술을 개발하는 데 2298억원을 투입하고, 사이버 보안은 5개 기술에 1136억원을 지원한다. 인재 양성은 대학원 연구 지원 1533억원을 포함해 총 1753억원을 집행할 계획이다. 스타트업 육성과 기업 스케일업, 정책 연구 등에도 570억원이 넘는 R&D 예산이 들어간다.”

이 가운데 6대 디지털 혁신 기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지원 사업이 있는가.

“디지털 R&D 사업 예산 1조1668억원 가운데 62.4%에 해당하는 7282억원이 6대 디지털 혁신 기술 분야에 집중된다. 구체적으로 AI 분야는 현재 생성 AI 한계를 극복하는 동시에 인간 수준의 범용적 AI 기술을 개발하는 ‘차세대 생성 AI 기술 개발’에 40억원을 투입한다. AI 반도체는 시스템 소프트웨어, 인터페이스 핵심 기술 등을 확보하는 데 157억원을 집중한다. 6G 통신 조기 상용화 등을 넘어 6G 표준화 주도권 경쟁에 210억원을 들이고, 저궤도 통신위성 기반 위성통신 단말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데 62억원을 지원한다. 이 밖에도 사이버 보안, 양자, 메타버스 등 혁신 기술 경쟁력을 높이는 데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의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다.”

취임 후 R&D 예산에 대한 체계적인 혁신을 강조했다.

“R&D는 크게 기획, 집행, 평가 세 단계를 거친다. 어느 한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면 제대로 된 R&D를 해내기 힘들다. 그래서 단계별로 R&D 체계를 혁신하겠다고 강조한 것이다. 먼저 기획 단계에서는 석학과 수요 기업 참여를 확대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충분히 반영할 계획이다.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개발해도 시장에서 활용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기술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R&D 기획을 개편할 생각이다. 집행에서는 연구 과정에서 겪는 애로 사항을 해결하고, 비슷한 과제 간 연계를 확대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생각이다. R&D 평가는 개방형 동료 평가, 최고 권위자 책임 평가, 토론형 평가 등을 통해 전문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데집중할 방침이다.”

인재 양성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데.

“어려운 재정 여건에서도 다행히 인재 양성 분야 예산이 전년 대비 8% 늘었다. 예산이 늘어난 만큼 석·박사급 핵심 인력 배출을늘리고 지역 산업 특화 인재를 키우는 등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카네기멜런대, 토론토대 등 AI 선도 대학과 협력을 강화해 90명의 인재가 해당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돕는 등, 글로벌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시행해 나갈 계획이다.”

임기 내 목표는.

“직원이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생성 AI 등의 프로세스를 적극 도입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겠다. 공정하고 투명한 R&D를 실행할 수 있도록 기획과 평가 등 모든 과정에 청렴 윤리 자세를 높이겠다. 미국 DARPA를 좋아한다. 혁신적이고 열정적인 조직이다. DARPA는 변화의 흐름을 오랜 시간에 걸쳐 논의하고 감지해 새로운 기술을 리드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디지털 DARPA가 되겠다. 직원들에게도 K디지털 DARPA로 만들어 보자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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