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학수의 골프 오디세이 <178> PGA투어 다이어리, 마스터스 우승 셰플러] “선두에 집착하지 않고 쳤다…소극적이었다면 결과 달랐을 것”

민학수 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2024. 5. 7.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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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에서 2연패에 성공한 스코티 셰플러가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다. 사진 PGA투어

4월 14일(이하 현지시각) 미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에서 열린 88회 마스터스 최종 4라운드. 스코티 셰플러(28·미국)는 발군이었다. 이날 버디 7개, 보기 3개로 4타를 줄이며 합계 11언더파 277타를 기록, 2위 루드비그 오베리(7언더파 281타·스웨덴)를 4타 차로 따돌리고 2022년에 이어 두 번째 그린재킷을 입었다. 다섯 번째 마스터스 출전에서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한 셰플러는 우승 상금 360만달러(약 49억원)를 받았다. 이른 나이에 마스터스에서 2승을 거둔 네 번째 선수가 됐다. 1965년 잭 니클라우스(25세 80일), 2001년 타이거 우즈(25세 99일), 1983년 세베 바예스테로스(26세 2일)에 이어 네 번째다.

셰플러의 올 시즌은 전성기 타이거 우즈(49·미국)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3월 11일 미국 프로골프(PGA)투어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 시즌 첫 우승을 차지했고 일주일 뒤 ‘제5의 메이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2연패를 달성했다. PGA투어 통산 8승째였다. 이번 마스터스까지 올해 출전한 아홉 대회에서 우승 3차례를 포함해 8차례 ‘톱 10’에 들었다. ‘셰플러 시대’의 주인공 셰플러의 이야기를 PGA투어를 통해 들어보았다.

마스터스에서 2연패에 성공한 스코티 셰플러가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 PGA투어

두 번째 마스터스 우승이 어떤 의미인가.

“이번 우승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지 도무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다. 정말 긴 일주일이었던 것 같고, 코스는 또 얼마나 어려웠는지 모른다. 그린재킷을 입고, 트로피를 집으로 가지고 갈 수 있음에 정말 감사하고 기뻤다.”

2년 전과 무엇이 다른가.

“2년 전 대회를 돌이켜보면, 2라운드쯤에 1위에 안착할 수 있었고, 그 이후 계속해서 안정되게 경기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정말 1~4라운드 내내, 아니 일주일 내내 힘든 싸움을 한 것 같다. 목요일에는 바람이 매우 많이 불었지만 나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 그 후 2~3라운드가 힘겨웠다. 특히 금요일 오후, 2라운드 후반에는 얼마나 어려운 시간을 보냈는지 말도 못 하겠다. 정말 어려운 대회였다.”

PGA투어 동료가 '초능력자 셰플러'라고 한다.

“나도 그냥 평범한 사람이라,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코스에 나가면 생각이 많아지곤 한다. 코스에 나가면 4~5시간 동안 경쟁을 하므로 딴생각하거나 집중이 분산되는 순간들이 분명히 있다. 그냥 그런 순간들을 받아들인다. 가끔 나무도 보고, 대회를 구경하는 팬들도 보면서 그들의 기운을 흡수하려고 한다.”

마스터스의 리더 보드. 사진 PGA투어

후반 앞선 상황에서도 공격적인 경기가 인상적이었다.

“이번 대회에서는 딱히 선두에 집착하진 않았다. 그냥 내 것에 집중하며 열심히 쳤다. 만약 조금 더 소극적으로 경기했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른다. 13·14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만들 수 있었고, 15번 홀에서도 버디를 노리다 파 세이브를 할 수 있었다. 16번 홀에서는 정말 좋은 샷을 했고 다시 한 번 버디를 만들 수 있었다. 만약 후반 9홀에서 파세이브만 안전하게 하자는 생각을 했다면, 아마도 18번 홀에서 또 파를 만들면서 루드비그도 파를 하기만을 기도했을지도 모른다.”

마지막 라운드를 앞두고 어떤 마음이었나.

“일요일 오전은 2년 전과는 분명히 달랐다. 나와 아내 메러디스만 함께 있었던 2년 전과는 다르게 친구들도 몇 명 오거스타에서 머물던 집에 함께 있었다. 함께 이야기도 하고 쉬면서 골프를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는 않더라. 오전 시간에 친구들이 함께 있어 주니 정말 힘이 되었고, 아마도 그들의 기운이 내게 왔는지도 모르겠다. 친구들한테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다. 이렇게 미치도록 우승하고 싶은 나 자신이 힘들기도 하다’라는 말을 했던 것 같다. 그런 마음이 덜했으면 아침 시간이 조금은 편했을지도 모르겠다. 이기는 건 정말 좋지만, 지는 건 누구보다 싫다. 이런 엄청난 순간에 다다르고, 마지막 라운드 선두에 있는 순간일 때면 정말 꼭 우승하고 싶다.”

마스터스에서 2연패에 성공한 스코티 셰플러가 12번 홀에서 샷을 하고 있다. 사진 PGA투어

친구들의 특별한 조언이 있었나.

“친구들은 ‘네가 우승할 수 있도록 하나님이 항상 함께해주실 거다’라는 위로와 응원을 건넸다. 우승을 하든, 그렇지 않든 하나님께서 함께해주신다는 생각을 하니 정말 위로가 되고 안심이 됐다. 코스에 나가서 경쟁하는 동시에 즐길 수 있다면, 이기든 지든 나의 존재가 보호받고 안정될 수 있다는 생각에 안심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항상 코스에 나가면 내 모든 것을 걸고 경기하려고 한다. 내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아마도 이게 내가 경기하는 방식인 것 같다. 어릴 때부터 그런 내 모습을 많이 발견하곤 했다. 가끔은 조금 힘을 빼는 순간들이 있었으면 한다. 아마도 집에서는 그럴 것이다. 하지만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우리는 항상 더, 더 많은 것을 원하고, 그것을 갖기 위해 노력하고 싸운다. 그런 정신은 참 좋은 것 같다.”

올해 최고의 기량을 보이고 있다.

“지금 내 골프에 만족한다. 감정적인 부분도 정말 잘 컨트롤할 수 있는 것 같은 요즘이다. 모든 방면에서 만족스럽다. 골프 코스에서 선수는 물론 사람으로서 많은 성장을 거듭한 것 같다. 집으로 돌아가면 이번 우승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고 또 좋은 점들은 많이 흡수하려고 한다.

사실 과거나 미래에 대해서 그렇게 많이 생각하려고 하진 않는다. 지금, 현실을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올 시즌 시작이 정말 좋다. 계속해서 좋은 성적과 앞날을 기대하고 있다.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게 만들어준 그 과정을 잊지 않고 계속해서 달려가려고 한다. 매 대회 티 박스에 설 때마다, ‘나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고, 최고의 경기를 하고 있으며 그거면 된다, 그 외의 것들은 따라오는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나 자신을 응원하려고 한다.”

첫아이 출산을 앞두고 있다.

“곧 첫 아이가 태어난다. 인생에서의 우선순위가 많이 바뀔 것 같다. 아내는 물론 아이가 가장 높은 우선순위가 될 것이다. 골프는그 뒤를 따를 것이고. 아직도 경쟁하는 것이 매우 좋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아마도 오랜 시간 골프를 칠 것이고, 그런 내 모습을 좋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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