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영의 금융 디파인(Define) <2>] 55조원 사기, 처벌받은 사람이 없다

2024. 5. 7.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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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5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뉴욕 남부 지방법원 배심원단이 테라폼랩스와 공동 설립자 권도형에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제기한 민사 사기 혐의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2022년 5월 400억달러(약 55조2900억원) 규모의 테라 생태계 붕괴와 관련한 책임을 묻는 재판이다. SEC는 테라폼랩스와 권도형이 이른바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인 테라(UST)의 안정성과 테라 블록체인의 사용 사례에 대해 투자자를 호도했다는 혐의로 기소했다.

팽팽한 법정 공방

배심원들은 권도형과 테라폼랩스가 테라를 미국 달러에 고정시키는 알고리즘의 본질에 대해 일반 투자자를 속였다는 SEC의 주장에 동의했다. SEC의 변호사 로라 미한은 최후 변론에서 배심원단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기관투자자 중 하나인 ‘점프트레이딩(Jump Trading)’이 2021년 5월 테라의 1달러 선이 붕괴됐을 때, 권도형 및 테라폼랩스와 비밀 계약을 맺고 수백만달러의 테라를 매입해 테라 가치를 달러와 동등한 수준으로 회복시켰다. 미한은 점프 트레이딩이 개입한 후의 가치 회복을 알고리즘 효과라고 주장하기 위해, 권도형은 점프 트레이딩의 개입을 숨겼다고 덧붙였다. 알고리즘은 작동하지 않았고, 뒷거래를 통해 시세를 조작했다.

권도형의 링크드인에 따르면,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과를 2010년부터 2015년까지 다녔고, 2016년 1월부터 2017년 10월까지는 와이파이 P2P 공유 서비스 기업 애니파이의 대표를 지냈으며, 테라폼랩스를 2018년 1월에 설립했다고 나와 있다. 애니파이의 소재지는 한국 경기도로 돼 있는데, 특별한 성과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권도형과 티몬의 창업자인 신현성은 2017년 12월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둘은 티몬 같은 전자상거래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온라인 결제 수단으로 사용하고자 했다.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서울대 경제학, 미국 예일대 경제학 석·박사, 전 카이스트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 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2018년 4월 분산경제포럼에서 신현성은 티몬 결제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티몬이 연간 결제 수수료 1000억원가량을 지불하고 있는데 이를 아낄 수 있다면 고객을 위한 연구개발(R&D)에 더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신현성은 단순히 한국에서의 결제만이 아닌, 글로벌 결제 시스템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신현성은 2018년 9월 업비트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보다 구체적인 계획을 말한다. 테라를 차세대 결제 플랫폼으로 만들 계획이며, 티몬에서는 연내 결제가 가능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티몬에서 계좌 이체, 신용카드, 간편 결제 등의 결제 수단을 선택할 때 테라 결제를 옵션으로 넣는다는 것이다.

신현성은 “알리페이와 페이팔은 가장 성공적인 결제 시스템인데 알리페이는 타오바오, 페이팔은 이베이라는 큰 전자상거래 업체를 통해 크게 성장할 수 있었다”며 “테라도 전자상거래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티몬 및 우아한형제들, 포멜로, 티키윈 큐10 등 15개 커머스 제휴사를 통해 총 400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주장했다.

2018년 4월부터 9월까지 테라는 바이낸스랩스, 후오비캐피탈, 두나무앤파트너스, 해시드 등 13개 투자사로부터 3200만달러(약 442억원)의 시드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2019년 1월부터 2020년 5월까지 루나(LUNA)는 ICO를 통해 6200만달러(약 856억원)를 모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권도형은 업계에서 무명에 가까웠기에, 초기 테라폼랩스의 성공은 신현성과 티몬 결제에 사용된다는 홍보에 기인한 측면이 큰 것으로 보인다.

사진1 권도형 테라폼랩스 최고경영자(CEO). 뉴스1 사진2 테라폼랩스의 공동 창립자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가 2023년 3월 30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신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건 발생 2년, 아무런 처벌 없어

그 이후 2022년 5월까지 테라-루나 제국의 흥망성쇠는 잘 알려져 있다. 문제는 사건 발생 후 2년이 돼가도록 아무도 처벌받지 않고, 책임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신현성에 대한 2022년 11월 29일, 2023년 3월 27일 청구된 구속영장은 모두 기각됐다. 검찰은 2023년 4월 25일 가상자산 결제 사업이 불가능한 가운데서 테라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홍보해 최소 4629억원 상당의 부당 이익을 취득했고, 약 3769억원을 편취한 혐의를 적용해, 신현성을 불구속 기소했다. 신현성은 테라-루나 사태 발생 전 권도형과 갈라섰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는 보유했던 루나를 폭락 사태 전 처분해 4629억원의 이익을 실현했다. 그의 주변인이 얻은 이익 또한 최대 2000억원이라고 알려져 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2023년 2월 16일 권도형을 사기 혐의로 고발하면서 “(그가) 비트코인 1만 개를 ‘콜드월렛(가상자산을 보관할 수 있는 실물 형태 저장소)’에 보관해 왔고 2022년 5월부터 이 자금을 주기적으로 스위스 은행으로 이체해 현금화했는데, 스위스 은행에서 인출한 현금은 1억달러(약 14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테라폼랩스 대변인은 미국 뉴욕 남부 지방법원 배심원단의 평결 이후 코인데스크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증거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는 평결에 매우 실망했다. 우리는 SEC가 이 소송을 제기할 법적 권한이 전혀 없다고 계속 주장하고 있으며, 우리 옵션과 다음 단계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권도형은 미국이 아닌 다른 곳에서 재판받고 싶어 한다. 대다수의 투자자는 돈을 잃었고, 그들은 천문학적인 돈을 벌었다. 그리고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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