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서는 모래성처럼 쉽게 무너진다...두산인문극장 연극 ‘더 라스트 리턴’

김형주 기자(livebythesun@mk.co.kr) 2024. 5. 7.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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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학적 알레고리를 통해 인류 문명의 지속 가능성을 묻는 연극 '더 라스트 리턴'(연출 윤혜숙)이 공연 중이다.

'더 라스트 리턴'은 매진된 인기 연극의 마지막 공연 날, 취소 표를 얻으려는 사람들이 벌이는 다툼을 그린 블랙코미디 작품이다.

'더 라스트 리턴'이 취소 표 우화에 빗대어 전달하려는 것은 인류 문명의 위기다.

인류 문명의 위기라는 거대한 주제를 극장 속 취소 표 쟁탈전이라는 우화로 드러내는 연극을 보고 싶은 관객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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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인문극장 ‘더 라스트 리턴’
해학적 알레고리 활용한 작품
연극 취소 표 두고 벌어진 다툼
과장된 설정, 능청 연기로 표현
인류 문명의 취약성 드러내
5월18일까지 두산아트센터
연극 ‘더 라스트 리턴’의 한 장면. 두산아트센터
예술은 왜 빗대어 표현하기를 사용하는가?

“오, 인류여!”(1937년 비행선 힌덴부르크호의 추락을 목격한 기자 허버트 모리슨이 뱉은 말)

해학적 알레고리를 통해 인류 문명의 지속 가능성을 묻는 연극 ‘더 라스트 리턴’(연출 윤혜숙)이 공연 중이다.

‘더 라스트 리턴’은 매진된 인기 연극의 마지막 공연 날, 취소 표를 얻으려는 사람들이 벌이는 다툼을 그린 블랙코미디 작품이다.

연극 ‘더 라스트 리턴’의 한 장면. 두산아트센터
대기 줄에 선 대학 교수(정승길 분)와 회사원(최희진 분), 군인(우범진 분), 외국인(이송아 분) 등은 몇 장이 발생할지 모르는 취소 표를 얻기 위해 각축을 벌인다. 인물들은 각자 연극을 관람해야 할 절박한 이유를 갖고 있다. 연극 연구자인 교수는 학계에서의 자신의 입지를 지키기 위해, 회사원은 직장에서 왕따를 당하지 않기 위해, 군인은 자신의 자아를 찾기 위해 그날의 연극을 봐야 한다. 작품은 이들이 서로를 제끼기 위해 암투를 벌이는 모습을 과장된 설정과 능청스러운 연기, 예상을 깨는 소품 활용으로 유머러스하게 그린다.
연극 ‘더 라스트 리턴’의 한 장면. 두산아트센터
‘더 라스트 리턴’을 관통하는 특징은 알레고리다. 알레고리는 어떤 주제를 드러내기 위해 그와 유사성을 다른 가진 다른 주제를 이야기하는 것을 말한다.

‘더 라스트 리턴’이 취소 표 우화에 빗대어 전달하려는 것은 인류 문명의 위기다. 극장에 도착한 인물들은 먼저 온 순서대로 취소 표를 구매한다는 규칙에 합의하지만 이내 갈등이 고조되며 극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대기 줄에 가방만 놓고 밥을 먹으러 가거나 타인에게 자리를 맡아달라고 하기, 극장 내 연줄을 활용해 좌석을 확보하기 등의 변수가 등장하며 기존에 형성된 질서가 모래성처럼 무너지는 모습이 연출된다.

연극 ‘더 라스트 리턴’의 한 장면. 두산아트센터
매표소 직원(강혜련 분)이 취소 표 대기 줄의 분쟁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 설정 또한 인상적이다. 대기 줄의 인물들이 직원에게 갈등을 조정해줄 것을 수차례 요청하지만 그는 얄미울 만큼 사무적으로 선을 긋는다. “저는 매표소 직원입니다. 대기 순서나 자리 배치 등의 사안을 중재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줄을 서신 분들이 알아서 서시는 겁니다.”
연극 ‘더 라스트 리턴’의 한 장면. 두산아트센터
작품 속 가상의 연극이 오펜하이머의 ‘힌덴부르크로 돌아가다’라는 것은 작품의 알레고리를 이해하는 하나의 단서로 기능한다. 오펜하이머는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에 투하된 핵폭탄을 개발한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를, 힌덴부르크는 히틀러의 나치가 집권하기 전 독일(바이마르 공화국)의 지도자였던 파울 폰 힌덴부르크 대통령을 의미한다. ‘힌덴부르크로 돌아가다’는 인류가 세계대전이나 인종 청소 같은 퇴보 없이 문명을 끝없이 발전시킬 거라 낙관했던 시절을 가리키는 것으로 읽힌다.
연극 ‘더 라스트 리턴’의 한 장면. 두산아트센터
예술이 빗대어 표현하기를 사용하는 것은 그것이 직접적으로 말하기보다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유사성을 가진 다른 것에 비추어 무언가를 전달할 때 원관념(궁극적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의 이면에 숨겨진 것들을 더 많이 드러낼 수 있다. 그 이면을 드러내는 것은 원관념과 보조관념(원관념을 표현하기 위해 동원되는 것) 간의 차이성이다. 예술은 유사성을 가진 대상과의 차이성을 부각함으로써 원관념의 본질을 드러낸다.

인류는 합리적 질서를 구축한 것으로 보이지만 오늘날에도 난민 문제와 종교 갈등, 전쟁 등의 혼란을 겪고 있다. 인류 문명의 위기라는 거대한 주제를 극장 속 취소 표 쟁탈전이라는 우화로 드러내는 연극을 보고 싶은 관객에게 추천한다.

연극 ‘더 라스트 리턴’의 한 장면. 두산아트센터
아일랜드 극작가 소냐 켈리가 쓴 ‘더 라스트 리턴’은 2019년 골웨이 국제 아트 페스티벌에서 초연되고 에딘버러 프린지 어워드를 수상한 작품이다. 한국에서는 두산아트센터가 ‘권리’를 주제로 기획한 올해 두산인문극장 프로그램의 일부로서 처음 관객을 맞는다. 공연은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Space111에서 5월18일까지 진행된다.
연극 ‘더 라스트 리턴’의 한 장면. 두산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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