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옵션, 경업금지 … 하이브-민희진 갈등 속 또다른 이야기 [스터디카페]

조서영 기자 2024. 5. 7.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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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경제학 스터디카페
경제학으로 읽은 어도어 사태➋
하이브-민희진 주주 간 계약
풋백옵션 배수 확대 요구해
경업 금지 해석 차이 있어

# 지난 4월 22일, 엔터사 하이브는 민희진 어도어 대표의 '경영권 탈취 시도'를 포착하고 감사에 착수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민 대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이틀 만에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하이브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 우리는 '경제학으로 읽은 어도어 사태' 1편에서 하이브와 어도어 간 갈등을 촉발한 멀티레이블과 포뮬러의 저작권 이슈를 살펴봤다. 2편에선 민 대표가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주주 간 계약이 뼈대인 '풋옵션' '콜옵션' '경업금지' 등의 문제를 풀어봤다.

그룹 '뉴진스'를 성공시킨 민희진 대표는 하이브로부터 풋백옵션을 부여받았다.[사진=연합뉴스]

■ 의문 풋백옵션 = 주주 간 계약, 이른바 '풋백 옵션'도 살펴봐야 한다. 현재 양측 공방의 초점은 하이브와 민 대표가 맺은 주주 간 계약으로 모아지고 있다. 민 대표 측은 하이브와 '노예계약'을 맺었다는 입장이고, 하이브 측은 민 대표가 이 계약을 통해 경영권 독립을 꾀하려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양측의 계약 구조는 이렇다. 어도어의 지분은 하이브가 80.0%, 민희진 대표가 20.0%(측근 경영진 지분 포함)씩 나눠 갖고 있다. 이중 민 대표가 소유한 15.0%엔 흥미로운 조건이 붙어있다.

민 대표는 올해 말 '정해진 값'에 이 지분을 하이브에 되팔 수 있다. 뉴진스에 악재가 생겨 어도어의 기업 가치가 폭락하더라도 상관없었다. 정해진 값은 '어도어의 2년간 영업이익 평균치의 13배'다. 어도어의 지난 2년간의 실적을 고려하면 민 대표가 풋백옵션을 행사해서 거머쥘 수 있는 현금은 1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풋백옵션은 시장 가격과 무관하게 지정된 가격에 지분을 되팔 권리를 뜻한다.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자주 등장한다. 투자를 유치한 쪽에서 "주가가 떨어지면 되사줄 테니 걱정 말고 투자하라"며 주는 일종의 '당근'인 셈이다.

만약 주가나 가치가 떨어지면 계약 이행에 따른 손실을 그대로 떠안아야 해서다. 당시 하이브는 민 대표의 탁월한 브랜딩 능력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던 터라, 이런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계약을 맺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풋백옵션 계약은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하이브는 민 대표가 풋백옵션 행사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어도어의 경영권을 노린다고 의심하고 있다. 지난해 말 민희진 대표는 하이브에 "풋백옵션 배수를 13배에서 30배로 확대해 달라" "나머지 지분 5%에도 풋백옵션을 적용해 달라"고 요구했는데, 이 역시 경영권 탈취를 위한 포석이라는 거다.

하지만 민 대표의 시선은 다르다. 풋백옵션은 뉴진스 성공에 따른 정당한 보상이고, 오히려 '경업 금지' 조항 때문에 노예 계약서가 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 의문 경업 금지 = 경업競業 금지 조항은 퇴사 후 특정 기간에 동종 업종 근무나 경쟁사를 창업하는 걸 막는 장치다. 생소한 단어지만, 고위 관리직과 근로 계약을 맺을 때 종종 활용한다. 우리나라 헌법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경업 금지 조항은 기존 회사의 영업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로 법적으로 일부 인정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 대표는 경업 금지 적용 기간을 근거로 '노예계약'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이 맺은 주주 간 계약서에 따르면 민 대표가 엔터사를 차리거나 다른 엔터사로 이직하기 위한 조건은 까다롭다. 민 대표는 어도어의 임원으로 재직 중이거나 어도어 주식을 1주라도 보유하고 있으면 경업 금지 조항을 지켜야 한다.

재직 조건이야 어도어를 나오면 그만이지만, 주식 보유 조건은 얘기가 조금 다르다. 민 대표 측이 보유한 지분 어도어 20.0% 중 풋백옵션이 부여된 15.0%와 달리 나머지 5.0%는 하이브 동의 없이는 양도·매각할 수 없게 규정했기 때문이다.

민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팔지 못하게 꽁꽁 묶어둔 지분 5%가 노예계약처럼 걸려 있다"면서 "지금 재직 중인 회사에 평생 묶여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답답하지 않겠냐"고 토로했다.

반면 하이브 측은 "영원히 묶어놨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면서 "계약서상의 매각 관련 조항의 경우 해석의 차이가 있었고 해석이 모호하다면 모호한 조항을 해소해 문제가 되지 않도록 수정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고 반박했다.

조서영 더스쿠프 기자
syvho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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