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지옥도가 열렸다. 인간으로 남았다

이재호 기자 2024. 5. 7.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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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후진적인 법제도·인식 속에서도 미등록 이주민과 연대하는 ‘미래 시민’
2023년 8월25일 대구 출입국·외국인사무소 차(왼쪽 승용차)가 김민수(가명)씨가 운전하는 버스에 탑승한 미등록 이주민 단속을 위해 접근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제공

2023년 8월25일 오전 7시25분, 대구 달성군 유가읍 공단 도로.

김민수(42·가명)씨는 이주노동자 36명이 탄 보라색 통근버스를 운전하고 있었다. 그들이 향하던 일터가 보일 때쯤 도로에 세워진 승합차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 민수씨가 속도를 줄여 버스를 세우자 대구 출입국·외국인사무소(이하 출입국사무소) 소속 조사계장 이아무개씨가 신분증을 내보이며 다가왔다. 그사이 통근버스를 뒤따르던 승용차가 통근버스 왼쪽 운전석 쪽에, 또 다른 승합차 한 대는 통근버스 뒤쪽에 멈춰 섰다. 대구 출입국사무소 직원들이 입은 조끼의 글자 ‘IMMIGRATION’(이민)이 보이자 버스에 타고 있던 노동자들이 소리를 질렀다. “도와주세요. 살려주세요. 도망가세요. 과장(부장)님.”

어떤 이는 낯선 한국어로, 또 어떤 이는 모국어로 각각 외쳤지만 뜻은 모두 같았다. “도와주세요.”

민수씨의 머릿속에 불현듯 7년 전 사건이 떠올랐다. 2016년 어느 날, 민수씨가 외근을 나간 사이 공장에 출입국 단속반이 출동해 이주노동자들을 잡아갔다. 그들은 잡혀가면서도 그동안 함께 지냈던 민수씨에게 “고마웠다”고 했다. 그날 이후 민수씨는 그 장면을 악몽으로 마주하는 밤이 많았다.

또 무력하게 동료들을 떠나보낼 수 없다고 생각한 민수씨는 버스를 후진시켰다. 버스 뒤에 정차된 단속반 승합차를 밀어낸 뒤 왼편 승용차를 들이받고 공간을 만들었다. 출입국사무소 직원들이 손을 흔들며 제지했지만 민수씨는 버스를 몰아 도망쳤다. 승합차 두 대가 150m를 따라와 다시 버스를 에워싸자 민수씨는 마지못해 버스를 멈춰 세웠다. 버스 문이 열리면서 이주노동자 두 명이 도망쳤지만 이내 단속반에 붙잡혔다. 그들은 타이(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등 고국으로 돌려보내졌다.

7년 전 동료들 떠나보낸 트라우마

민수씨는 동료 이주민들에게서 자신과 자신의 어머니를 봤다고 회상했다. 대구·경북 지역 독립언론 <뉴스민>에 보낸 편지에서다.

김민수(가명)씨가 뉴스민 기자에게 보낸 편지.

그가 여섯 살 때 아버지가 빚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면서, 어머니와 여동생을 포함한 세 가족은 빚쟁이를 피해 부산과 경남 밀양 등지로 도망을 다니다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 조부모가 있는 창녕으로 향했다. 할아버지가 보증을 서주고 엄마가 빚을 갚는다는 조건이 붙었다. 어머니는 민수씨가 중학교에 입학할 무렵 대구 달성공단에 있는 한 공장에 취직했다. 어머니는 한글을 몰랐다. 아들이 읽어줘야만 문장의 뜻에 가닿을 수 있었다. 어머니는 버스를 타도 행선지를 알아보지 못했기에 은행 업무를 볼 때도 민수씨의 손을 꼭 잡고 함께 갔다.

1997년 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찾아오면서 어머니는 일자리를 잃었고 민수씨는 5만원을 들고 집을 떠났다. 달성공단의 금속공장 외주업체에 취직했다. 그의 나이 18년10개월이었다. 공장에서는 주로 동남아시아에서 온 이주노동자들과 얼굴을 맞대고 손짓·발짓으로 소통하며 하루 12시간 밤낮으로 일했다. 월급날이 되면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은행 입출금기에 가서 각자의 집으로 돈을 보냈다. 민수씨는 “나는 어릴 때부터 혼자 타지에서 친구·부모·형제 없이 일만 해 월급날이면 여동생 용돈 보내고 어머니 생활비와 아버지 빚 상환금을 보냈는데 (이주민 친구들이) 그 마음 같지 않았을까 생각했다”며 “그들이 한국에 오기 위해 브로커한테 얼마를 줘야 하는지, 한국에서 3년 이상 일해야 (한국에 오는 과정에서 생긴) 빚을 갚는다는 것을 알기에 그들의 도움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했다.

노동절인 2024년 5월1일, 대구고등법원 형사2부(재판장 정승규)는 민수씨에게 징역 3년형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2년형을 선고했다. 정 판사는 “공무원들이 다치는 등 죄질이 나쁘고 비난 가능성이 크지만, 외국인 노동자를 돕기 위해서 저지른 일로 보인다”며 “출입국사무소 공무원 두 명이 선처 의사를 표했고, 배우자와 지인들의 선처 탄원으로 볼 때 사회적 유대가 두터워 원심에서 선고한 형이 무겁다”고 판시했다.

수의를 입은 민수씨는 무거운 표정으로 선고를 들은 뒤 법정을 나갔다. 재판을 지켜보던 민수씨의 여동생은 울음을 터트렸다. 시민 8천 명이 민수씨의 감형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했고, 출입국사무소 공무원의 선처 의사도 있었기에 집행유예를 받고 석방될 수 있다고 믿었던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변호인(손나희 변호사)도 침통한 표정이었다. 손 변호사는 “피해 공무원도 선처 의사를 밝혔는데 실형을 선고해 처벌하는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아쉬운 판결”이라고 했다.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지역연대회의’는 2심 판결 이후 연 기자회견에서 “재판부가 민수씨를 가둬놓았지만 그의 정의로운 행위는 많은 이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며 “사회적 약자를 도우려 한 사람에게 형법 조문에 얽매여 또다시 실형을 선고한 재판부 결정에 분노한다”고 했다.

2024년 4월14일 오후 경기 포천 지역의 한 타이 식당에서 양주 출입국사무소 직원들이 타이 출신 미등록 이주민을 체포하기 위해 들이닥치자 이주민들이 도망치고 있다. 식당 주인 홍아무개씨 제공

타이 설 명절에 들이닥친 단속

2024년 4월16일 ㄱ씨는 경기도 양주 출입국사무소를 찾았다. ㄱ씨는 포천에서 섬유공장을 운영하는 공장주다. ㄱ씨의 손에는 자신의 공장에서 일하다 이틀 전 단속에 걸려 강제 출국당할 처지에 놓인 타이 출신 미등록 이주노동자 두 명의 임금과 퇴직금이 들려 있었다. 5년 넘게 ㄱ씨와 함께 일해온 이들은 윤석열 정부 들어 강화한 단속을 피해 평소에는 외출도 자제하며 지냈다. 하지만 4월14일 타이의 설 명절인 ‘송끄란’을 맞아 인근 타이 식당(겸 마트) 개업식에 놀러 간 게 화근이었다. 출입국사무소 단속에 걸려 붙잡혔다. ㄱ씨가 이들에게 월급과 퇴직금을 건네자 이들은 울며 “죄송하다”고 했다. ㄱ씨는 “너희가 뭘 잘못했느냐”며 달랬다.

단속된 노동자의 아내도 자진해서 한국을 떠나면서 모두 3명의 일손이 빠져나간 ㄱ씨의 공장은 계약한 물량 납기일을 맞추지 못하게 됐다. ㄱ씨는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답답함을 토로했다. “포천 지역에서 우리처럼 고용된 노동자가 20명이 안 되는 영세 사업장은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아예 운영이 안 됩니다. 합법으로 이주민을 고용하고 싶어도 (고용노동부에) 고용 신청을 한 지 3년이 넘었지만 소식이 없어요. 포천 지역 공단에서는 (합법) 이주노동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단속이 이뤄진 타이 식당 주인 홍아무개씨도 강하게 반발했다. 타이에서 온 아내와 포천 지역에서 오랫동안 타이 식료품 가게를 운영해온 홍씨는 규모를 키워 마트 겸 식당을 개업하는 날, 출입국사무소가 들이닥친 것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출입국사무소는 ‘미등록 체류자들이 모여 술을 마시고 마약을 한다’는 제보를 받아 단속에 나섰다고 밝혔는데, 당시 식당에서 촬영된 영상과 <한겨레21>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포천 지역 목사와 지역사회 주민 등 30∼40명이 모여 송끄란 축제 겸 개업식을 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4월22일 <한겨레21>이 찾은 식당은 한산했다. 개업식에 출입국사무소 단속반이 들이닥치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끊긴 가게를 주인 홍씨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그는 “아무리 불법체류자(미등록 이주민)라지만 설 명절 잔치하는 개업식 가게를 들쑤셔 장사를 못하게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정말 한국을 떠나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다.

이번 단속에서 출입국사무소는 미등록 이주민 20명을 체포했는데 이 가운데 합법 이주노동자 1명과 자진출국 예정자 1명도 포함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는 4월22일 양주 출입국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합법 체류 노동자와 자진출국 신고자까지 연행해 구금한 것은 ‘일단 잡고 보자’는 마구잡이식 단속의 결과”라며 “송끄란 축제와 같은 타국의 문화행사마저 (미등록 이주민) 단속 대상으로 삼는 것은 외교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국익에도 반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24년 4월22일 오전 경기 양주 출입국사무소 앞에서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등 단체 회원들이 미등록 이주민 단속에 반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재호 기자

이웃 위한 연대에 ‘철퇴’ 내린 사법기관

이 두 가지 사건은 한국 사회에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한국은 이미 이주민들과 더불어 살아야 하는 사회가 됐다. 법무부 통계를 보면, 2023년 기준 250만 명의 외국인이 한국에 체류하고 있다. 단기 체류 외국인은 62만여 명에 이른다. 250만 명에 포함되는 미등록 이주민도 2024년 3월 현재 41만9040명이나 된다.

민수씨에게 이주노동자들은 국적만 다를 뿐 자신의 곤궁한 처지와 다를 바 없이 오랫동안 함께 일하며 부대껴온 동료 시민이다. 그러니 민수씨가 버스에 함께 타고 있던 이주노동자들이 단속을 피할 수 있도록 운전한 건 강자가 약자에게 베푼 아량이 아니라 동등한 처지에 있는 이웃에 대한 연대였다. 하지만 한국의 법 제도와 사법기관은 이 연대에 철퇴를 내렸다.

강제로 추방되는 타이 노동자들에게 못다 준 임금과 퇴직금을 가져다준 포천 섬유공장의 ㄱ씨, 타이 출신 아내와 결혼하고 지역사회 주민들, 타이 출신 이주노동자와 함께 타이의 설 명절 축제를 열었던 타이 식당 주인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은 인구소멸과 반비례해 점점 더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섞여 살아갈 수밖에 없는 미래의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미래 시민이다. 이들에게 이주민들의 등록 혹은 미등록 신분은 중요한 게 아니다.

물론 아직은 이런 미래 시민보다는 산업적 필요 때문에 이주민을 고용할 수밖에 없는 이들, 그러면서 제도의 빈틈을 악용해 임금체불 등으로 이주민을 착취하는 고용주가 더 많은 게 현실(44쪽 기사 참조)이다.

취재를 위해 서울 도봉구에서 버스를 타고 경기 양주를 지나 포천으로 가는 두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창밖 풍경은 빠르게 바뀌었다. 상가와 아파트 건물들은 논밭과 공장으로 바뀌었고, 길에 다니는 외국인이 눈에 띄게 늘었다.

2023년 말 행정안전부 자료 기준으로 포천시에 거주하는 이주민은 1만9935명으로 포천시 전체 인구의 12.2%를 차지한다. 서울(4.2%)의 세 배에 이른다. 포천 지역 시민사회가 미등록 이주민 규모가 5천 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는 것을 고려하면 인구의 15%가 이주민인 셈이다.

포천의 한 산업단지 인근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주민 ㄴ씨는 “포천 지역의 산업단지엔 주로 화학 약품을 다루는 공장이 많은데 이주노동자들을 데려다놔도 도망가는 동네”라며 “혹자들은 3D(어렵고, 더럽고, 위험한) 직종에 노동자들이 오지 않는다고들 이야기하는데, 이곳은 거리가 멀고(Distant), 희망이 없는(Dreamless) 4D, 5D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이어 “고용주들도 단속에 걸려 벌금을 낼 것이 두렵지만, 합법적으로는 일손을 구할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이 미등록 이주민을 고용한다”고 설명했다.

공장주들은 단속과 처벌을 걱정해 공개적으로 저항하지는 않았지만 언론 인터뷰에 적극적으로 응하며 불만을 토로했다. 부친에 이어 2대째 섬유 가공공장을 운영하는 공장주 ㄷ씨는 “정부에서 올해 이주노동자 16만5천 명을 들여온다고 하는데 농어촌으로 많이 가고 포천 지역의 영세 사업장에는 감감무소식”이라며 “최근 경기가 안 좋아서 계약 물량이 지난해 반 토막이 난데다 최근 같이 일하던 미등록 이주노동자 두 명이 단속되면서 공장을 멈춰 세워야 할 판”이라고 했다.

정부가 미등록 이주민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내국인들도 치명적인 피해를 보는 현실은 더는 ‘우리’가 ‘그들’과 분리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이종관 연구위원이 2020년에 연구해 펴낸 <외국인 및 이민자 유입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이주민의 유입은 내국인의 일자리를 줄이는 효과는 크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서 이주민의 서비스 수요를 증가시켜 타이 식당과 같이 추가적인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에선 비수도권이나 중소도시에 이주민 유입이 많아 지역균형발전에도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지역소멸’이 화두인 한국에서 이주민 유입은 ‘정해진 미래’인 것이다.

과거엔 미등록 이주민에게 관심이 없었던 지역사회가 국내외 경제 상황이 악화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까닭이다. 포천 나눔의집 이주민지원센터 윤성집 소장은 “예전에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에게 일시적으로 체류자격을 주고 함께 사는 방법을 고민하자고 주장해도 주민들이 외면하거나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며 “그런데 최근에는 현실적으로 주변에 너무 많고, 이들이 없으면 농작물 수확도 할 수 없다보니 정부 단속을 비판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고 했다.

‘불법’ 낙인 대신 공존 모색해야

유엔 인권위원회는 이주민에게 ‘불법체류자’로 부르지 말고, 미등록 이주민이나 미승인 이민자로 부르도록 권고한다. 사람에게 ‘불법’ 낙인을 찍는 것이 세계인권선언 제6조(모든 사람은 어디에서나 법 앞에 인간으로서 인정받을 권리를 갖는다)를 침해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법무부를 포함한 한국 정부는 이러한 국제사회의 권고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게다가 합법적으로 이주노동자를 구하지 못해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고용해야 하는 현실마저 외면한 채 단속에만 열을 올린다.

윤석열 정부는 취임 이후 ‘불법체류 감축 5개년 계획’을 세웠다. 2023년 12월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은 “올해 역대 가장 많은 3만8천 명 이상의 불법체류 외국인을 단속했다. 불법체류 문제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단속 인력 88명을 증원해 내년에도 일관된 상시 단속 체계를 더욱 강화하는 등 엄정한 체류 질서 확립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단속 과정에선 인권침해 논란이 잇따른다. 민수씨의 버스에 탄 이주민 단속과 관련해서도 대구 출입국사무소가 사전에 작성한 단속 계획서를 보면, 애초 단속 장소는 노동자들이 출근하는 공장으로 적시됐으나 실제 단속은 공장이 아닌 도로에서 이뤄졌다. 단속반이 스스로 작성한 계획서를 무시하고 임의로 차량을 단속한 것이고, ‘일반인의 자유로운 출입이 허용되지 않은 사업장에 들어가 외국인을 상대로 조사하기 위해서는 주거권자나 관리자의 사전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2008도7156)에도 위배되는 단속이었다. 그런데도 각 지역의 출입국사무소는 도주하기 어렵고 공장 관계자와 부딪힐 우려가 적다는 이유로 통근버스를 대상으로 한 단속을 계속하고 있다. 4월18일 오전 경북 경주의 한 공장 앞에서도 울산 출입국사무소 직원들이 통근버스를 붙잡아 미등록 이주민 40여 명을 단속했다.

무리한 단속을 강행하면서 공무원들의 부상도 잇따른다. 2022년 미등록 체류 이주민 단속 과정에 다친 공무원은 4명이었는데 2023년엔 72명으로 18배 급증했다. 가장 심각한 것은 정부가 이렇게 단속에 열을 올려도 미등록 이주민 수가 줄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앞서 얘기한 대로 법무부 통계를 보면, 2024년 3월 현재 미등록 이주민 수는 41만9040명으로 2022년 12월 말(41만1270명)에 견줘 8천 명 가까이 늘었다.

대경이주연대회의 회원들이 2024년 5월1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고등법원 앞에서 김민수(가명)씨에게 징역 2년형을 선고한 법원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재호 기자

이주민 추가로 16만5천 명 들여온다니…

이주민 인권단체와 시민사회는 국내에 사는 40만 명 넘는 미등록 이주민을 두고 2024년 추가로 16만5천 명의 이주민을 들여오는 정부의 노동정책에 강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외국인 이주노동자 인권을 위한 모임 석원정 소장은 “한쪽에선 멀쩡하게 일 잘하고 있는 (미등록) 이주민들을 각종 무리한 방식으로 잡아 출국시키면서, 또 한쪽에서 한국에 익숙하지 않은 이주민을 새로 들여오겠다는 정부 정책은 누가 봐도 비합리적”이라고 꼬집었다.

포천·대구=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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