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무인계산대의 반전

김성훈 충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 2024. 5. 7. 07:1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마케팅 수업에서 학생이 지루해할 때 종종 써먹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 초기 엘리베이터 이용자의 불만해소 사례다.

19세기에 엘리베이터가 상용화돼 건물에 설치되기 시작했을 때 이용자들은 엘리베이터가 너무 느려서 별 쓸모가 없다는 불만을 쏟아냈다.

얼핏 보기에는 인건비 절감효과가 클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무인계산대 기계와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데 드는 초기비용과 유지보수 비용이 생각보다 커서 인건비 절감효과를 별로 얻지 못한다는 평가가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성훈 충남대 농업경제학과 교수

마케팅 수업에서 학생이 지루해할 때 종종 써먹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 초기 엘리베이터 이용자의 불만해소 사례다. 19세기에 엘리베이터가 상용화돼 건물에 설치되기 시작했을 때 이용자들은 엘리베이터가 너무 느려서 별 쓸모가 없다는 불만을 쏟아냈다. 이에 엔지니어들은 엘리베이터의 속도를 최대한 올리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으나 이용자의 불만을 잠재우는 데는 실패했다. 엘리베이터 속도를 크게 올리면 엘리베이터 이용자들의 불만이 상당부분 해결될 수 있지만 엘리베이터 기계에 무리가 가고 탑승자의 안전에도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한동안 골칫거리로 남아 있던 엘리베이터 속도문제를 문과생(?)이 해결했는데 그 방법은 엘리베이터에 큰 거울을 설치하는 것이었다. 거울이 설치된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이용자가 자신의 외모를 거울에 비춰보며 머리모양을 다듬는 등 잠깐의 시간을 보내면서 엘리베이터가 느리다는 문제를 더 이상 제기하지 않게 된 것이다. 마케팅에서 종종 말하는 고객의 심리적 시간을 줄인 것으로 과학적인 시간의 개념과 다른 접근법으로 고객의 불만을 해결한 경우다.

비슷한 일이 소매매장에서 일어나고 있다. 요즘 마트에 물건을 사러 가보면 무인(셀프)계산대가 많이 늘어난 것을 보게 된다. 관련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에 무인계산대가 도입된 것은 2017년 롯데마트가 처음이라는데 7년 새 대부분 대형할인점 등에 무인계산대가 설치됐다. 구매하려는 상품을 일일이 꺼내 바코드를 찍어 비닐백이나 종이봉지에 담는 일을 은근슬쩍 소비자에게 떠넘긴 것인데 이에 불만을 제기하는 소비자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매장시스템이 그러하니 그냥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으나 유인계산대에서 자기 물건이 계산되는 것을 멍하니 기다리기보다 직접 하는 편이 더 빠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 작업시간을 계측하면 숙달된 점원이 계산하는 유인계산대의 처리시간이 당연히 더 빠르다. 다만 앞에서 설명한 엘리베이터의 거울효과처럼 소비자가 멍하니 기다리지 않고 직접 하기에 심리적 시간이 단축되는 것이다.

한편 무인계산대가 소매업체의 경영에도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논란도 있다. 얼핏 보기에는 인건비 절감효과가 클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무인계산대 기계와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데 드는 초기비용과 유지보수 비용이 생각보다 커서 인건비 절감효과를 별로 얻지 못한다는 평가가 있다. 나아가 무인계산대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자주 실수해 이를 도와줄 점원을 따로 둬야 하고 착각이나 고의로 물건을 계산하지 않고 가져가는 경우가 많아 무인계산대를 다시 철수한 매장도 있다. 일례로 미국 코스트코는 2013년 기존 무인계산대를 철거했다가 2019년 다시 설치했고 월마트도 최근 미국 일부 지역의 무인계산대를 철거하는 등 무인계산대 관련 업체의 결정이 갈팡질팡한다.

우리나라는 당분간 무인계산대 이용이 늘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무인계산대뿐만 아니라 무인주문 키오스크가 식당에 설치되는 등 무인시스템이 확대됐다. 다만 소비자와 업체 모두에 계륵과 같은 무인계산대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당분간 두고 볼 일이다.

김성훈 충남대학교 농업경제학과 교수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