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에 반전… ‘업무상 배임’ 민희진의 운명은? [서아람의 변호사 외전]

2024. 5. 7.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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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 소속 ‘레이블’인 어도어
윈윈관계 틀어져 갈등 점임가경
민희진 해임위해 법적절차 돌입
‘배임 아니다’ 우세… 반전에 주목
대한민국 역사상 이렇게까지 열띤 반응을 이끌어낸 기자회견이 또 있었을까요?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말입니다. 연예기획사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와 ‘하이브’의 방시혁 대표의 갈등과 고소전, 기자회견으로 떠들썩한 한 주였습니다. 하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은, 불친절한 기사를 처음 읽었을 때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는데요. 뉴진스라는 아이돌 그룹이 어도어 소속인데 하이브 가수이기도 하다고? 레이블이라고? 지분율이 80%라고? 도대체 누가 누굴 위해서 일하고, 누가 뭘 잘못했다는 거지? 머리가 지끈지끈 아픈 분들을 위해서, ‘레이블’이 뭔지부터 순서대로 짚어 보려고 합니다.
어도어 민희진 대표. 연합뉴스
‘레이블’이라는 생소한 단어는 사실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라벨’이라는 단어에서 왔습니다. 그 역사는 의외로 깊습니다. 1940년대부터 1950년대 사이 미국에서 수십 명의 아티스트를 거느린 거대 음반사들이 연달아 등장하면서, 자신들이 관리하는 아티스트들을 장르나 콘셉트에 맞춰 ‘라벨’을 붙여 분류하고, 결국은 그 ‘라벨’에 독자적인 상호를 붙여 주면서 이것이 현대의 ‘레이블’ 개념이 되었습니다. 즉, ‘레이블’이란, 하나의 연예기획사 또는 음반 제작사에서 비슷한 성격을 가진 아티스트들을 하나로 묶어 만든 하위 브랜드이고, 이런 레이블이 다수 있는 회사를 ‘멀티 레이블’로 부른다고 보시면 됩니다.

물론 하나의 회사 내부에 레이블을 두고 관리할 수 있습니다. JYP가 이런 체제인데, 서로 성격이 다른 여러 개의 ‘사업부’를 만들어 각각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키우게 하죠. 하지만 그렇게 되면 각 레이블의 독립성을 확실히 보장하거나 뚜렷한 개성을 살리기가 아무래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상법상 모회사-자회사 구조를 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회사에 개별적인 법인격을 주고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하되, 그 주식을 대량 보유하여 지배 관계를 형성하는 겁니다.

민희진 대표가 경영하는 ‘어도어’는 그 지분의 80%를 방시혁 대표의 회사인 ‘하이브’가 보유하고 있어, ‘하이브’는 엄마 회사, ‘어도어’는 자식 회사가 됩니다. 어도어는 자사의 아티스트를 양성하고 수익화하는 사업에 집중하고, 하이브는 지주사로서 관리에 집중하면서 ‘윈윈’을 추구하는 것이죠. 어도어가 설립될 당시에는 지분의 100%를 하이브가 가지고 있었지만, 이후 뉴진스가 성공하면서 민희진 대표가 콜옵션, 그러니까 주식을 당시 시세가 아니라 미리 정해둔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해 18%의 지분을 매입하였습니다. 참고로 당시 매입가는 약 11억원이었는데, 실질적 가치는 1000억원 이상이었다고 하니 투자가 결실을 본 셈입니다.
서아람 변호사
그러나 부모 자식이라고 항상 사이가 좋은 것은 아닙니다. 사건의 시작은 2024년 4월22일. 하이브에서 ‘회사 기밀 자료를 유출하고, 하이브의 경영권을 탈취하려고 한다’고 주장하면서 민희진 대표에 대한 감사를 개시했습니다. 무당이 어쩌고, 안무가 어쩌고 부차적인 이슈가 많지만 결국 핵심은 이것인데요. 하이브 측 주장에 따르면, 여론몰이로 하이브를 궁지로 몰고 가 어도어의 지분을 다른 투자자에게 매각하도록 유도하여 지배권을 빼앗거나, 그게 안 된다면 하이브가 뉴진스를 부당하게 대우했으니 계약 해지를 해 달라고 하면서 뉴진스를 데리고 나가 독립 법인을 차리는 게 민희진 대표의 계획이었고 이를 위해 투자자들과 미팅하고 대외비 자료를 유출시켰다고 하는데요.

하이브 측과 민희진 측 모두 우리나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형 로펌을 대리인으로 선임하면서, 이 싸움은 늘 그렇듯 변호사들의 책상머리 싸움으로 흘러갈 듯했습니다. 그러나 뜻밖에도 야구모자에 스트라이프 티셔츠를 걸친 민희진 대표가 기자회견을 개최, 약 90분 동안 속내를 털어놓으면서 반전을 맞았는데요. 솔직한 말들에 일부 직장인은 ‘내가 사내 메신저에서 상사 욕한 것도 그럼 배임이냐’며 감정적 과몰입을 했으며, 외국인 케이팝 팬들은 ‘시바루세키’를 실시간검색 순위에 올리면서 인터넷은 삼겹살 불판처럼 달아올랐습니다.

하이브 측은 업무상 배임죄, 즉 회사에 대한 임무를 위반해 경제적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로 민희진 대표를 형사 고발하고, 민 대표를 해임하기 위한 법적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민 대표 측은 하이브에 감사 권한만 있을 뿐 이사회 소집 권한은 없다며 해임 요구 자체가 부당하다고 다투고 있는데요. 이제 경기장은 법원과 경찰서로 옮겨졌습니다.

여태까지는 법조인들 사이에서 하이브 측이 제기한 ‘업무상 배임’ 혐의가 타당하지 않다는 의견이 압도적인데요. 민희진은 어도어 대표이지 하이브 대표가 아니므로 하이브에 대해 지켜야 할 임무가 없고, 주식을 팔고 말고는 하이브의 결정에 달린 것이므로 주식 판매를 유도한다고 해서 그게 손해를 끼치는 것도 아니며, 심지어 진짜 유도한 것도 아니고 투자자들을 만난 적도 없으며 막연한 계획만 세운 것은 예비행위에 불과해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모두 맞는 말입니다만, 일각에서는 하이브가 아직 공개하지 않은 강력한 카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도 하고 있습니다. 과연, 또 한 번의 반전이 있을까요? 열흘 만에 무려 1조원이 떨어진 시가총액을 보면, 반전이고 뭐고 지금 그게 문제냐는 생각도 들긴 합니다. 정녕 가지 많은 나무는 바람 잘 날 없고, 아름다운 이별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요? Let’s go far away. 뉴진스 신곡의 가사처럼, 민희진 대표가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서아람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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