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혁명, 보복은 해법이 아니다 [기자의 추천 책]

이상원 기자 2024. 5. 7.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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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 누스바움은 세계적 법철학자다.

미국 시카고 대학 로스쿨 교수인 그는 고전철학·정치철학·윤리학 등 여러 분야에서 독창적 저서를 냈다.

누스바움이 보기에 미국은 성평등 혁명을 겪고 있다.

미국 남성들이 젠더적 교만에 빠져 있고, 그래서 법과 제도, 문화가 성차별적이라는 게 누스바움의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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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만의 요새〉
마사 누스바움 지음 박선아 옮김
민음사 펴냄

마사 누스바움은 세계적 법철학자다. 미국 시카고 대학 로스쿨 교수인 그는 고전철학·정치철학·윤리학 등 여러 분야에서 독창적 저서를 냈다. 2021년 〈교만의 요새〉 서문에서 누스바움은 썼다. “나 역시 여성이다. 우리 사회의 다른 많은 여성과 마찬가지로 성희롱과 성폭력 피해자이기도 하다.”

누스바움이 보기에 미국은 성평등 혁명을 겪고 있다. ‘미투 운동’ 이후 이 혁명이 어떤 진전을 이뤄왔는지 논하는 게 책의 첫 번째 목표다. 두 번째 목표는 오랫동안 특권을 누려왔고 지금은 개혁에 반발하는 이들의 논리를 분석하는 것이다. 그 밑바탕에 ‘교만’이 있다고 그는 적었다. “여성을 온전하고 평등한 사람으로 인정하기를 거부”하는 게 성폭력의 본질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교만은 통용되는 의미와 조금 다르다. 성격보다는 ‘상하 관계에 대한 인식’에 가깝다. ‘전반적으로 교만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특정 분야에 대한 상하 인식이 비틀려 있을 수 있다. 인종적 교만, 계급적 교만이 독립적으로 있다는 것이다. 미국 남성들이 젠더적 교만에 빠져 있고, 그래서 법과 제도, 문화가 성차별적이라는 게 누스바움의 진단이다. 그 결과인 성적 대상화, 강간 신화, 제도 개편에 대한 저항 등을 되짚는다.

그런데 누스바움은 젠더 권력의 부조리를 폭로하는 데에 머무르지 않는다. 책의 부제는 ‘성폭력, 책임, 화해’다. 남성의 뿌리 깊은 교만에 맞설 미덕으로 보복이 아니라 대화를 이야기한다. 대상화하던 자들을 대상화하고, 혐오하던 자들을 혐오하는 것은 불충분하다. “우위에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차단하기보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려는 의지”가 사회를 바꾼다는 것이다.

77세 석학의 당부가 다소 김빠질 수 있다. 그러나 이 주장은 불의와 타협하거나 갈등을 덮어두자는 절충론이 아니다. “정당한 근거를 바탕으로 미래를 향할 때, 건설적인 생각을 띠고 보복주의를 거부할 때 분노는 힘을 갖는다.” 그게 진정으로 투쟁에 걸맞고, ‘급진적’인 방식이라고 누스바움은 썼다. 마틴 루서 킹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이상원 기자 prodeo@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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