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도 좁다…파죽의 중국 전기차, 기술로 뽐낸 자신감

권재현 기자 2024. 5. 7.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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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오토 차이나 결산
지난달 25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2024 오토 차이나’에서 관람객들이 비야디의 신차 친L DMi가 공개되는 장면을 촬영하고 있다. 베이징 | AP연합뉴스
‘가전 업체’ 샤오미 성공적 데뷔
비야디는 ‘럭셔리 카’ U7 공개
배터리 교체형 세단·UAM 등
스타트업들 약진도 눈에 띄어
현대차그룹, 프리미엄화 집중
추락한 점유율 회복에 안간힘

‘새로운 시대, 새로운 자동차’를 주제로 4년 만에 열린 ‘2024 오토 차이나’(베이징 모터쇼)가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지난달 25일 미디어데이 행사를 시작으로 지난 4일까지 베이징 국제전람센터 순이관에서 열린 베이징 모터쇼에는 완성차 업체와 부품 제조사 등 1500여개 업체가 참가했다. 이번 행사 기간 공개된 전기차·하이브리드차 등 신에너지(친환경) 차량만 해도 ‘역대급’ 규모를 기록하며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의 위상을 널리 알렸다.

미국 테슬라와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1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 접전을 펼치고 있는 비야디(BYD)를 비롯해 훙치, 둥펑, 지리, 상하이차, 베이징차 등 ‘중국 자동차 굴기’의 대표 브랜드들이 대거 부스를 차리고 관람객을 맞았다. 이번 베이징 모터쇼의 하이라이트는 비야디의 왕촨푸 회장이 지난달 25일 1000여명의 기자와 세계 자동차기업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비야디 부스를 찾은 레이쥔 샤오미 창업자 겸 회장과 악수하는 장면이었다고 한다. 행사에 다녀온 한 업체 관계자는 “이들의 득의양양한 표정에서 중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가는 선도업체로서의 자신감과 자부심을 읽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비야디는 이날 올해 하반기 중국 출시 예정인 100만위안(약 1억9000만원)대의 고가 전기 세단 U7을 최초로 공개하며 중저가를 넘어 럭셔리 제품군으로까지 영역을 넓히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대륙의 실수’로 불리며 고성능 제품으로 가전 시장을 장악한 샤오미도 럭셔리카로 콘셉트를 잡았다. 이번 모터쇼의 샤오미 부스는 전 세계에서 몰려온 언론과 자동차 유튜버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이들은 자동차 제조에 처음 뛰어든 가전업체가 시장 진출 선언 3년 만에 내놓은 SU7(사진)의 성능이 어느 정도인지 살피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지난 3월 출시하자마자 약 27분 만에 판매량이 5만대를 돌파하는 등 선풍적 인기몰이를 한 바로 그 차량이다. 자체 운영체제(OS)인 ‘하이퍼OS’로 스마트폰과 가전을 연결했다. 최근 주행 중 갑자기 균형을 잃고 좌우로 휘청거리는 등의 SU7 사고 영상이 인터넷에 공유되며 퍼지고 있는 불안감 등은 앞으로 샤오미가 극복해야 할 과제다.

중국 통신장비·스마트폰 제조업체 화웨이는 이날 전람센터 바깥에 독립된 두 개의 전시장을 차렸다. 자동차 제조사와 협력해 생산한 아이토, 아크폭스, 아바타 등 전기차 여러 대를 전시했다. 모두 화웨이가 만든 OS를 넣었다. 오토쇼 개막을 하루 앞두고 전기차용 새 자율주행 시스템 ‘첸쿤(乾坤) ADS 3.0’을 공개하기도 했다. 올해 연말까지 자동차 50만대에 첸쿤을 탑재한다는 것이 화웨이의 목표다.

이 밖에도 기발한 아이디어와 기술로 무장한 중국 스타트업들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중국 광저우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샤오펑은 8개 대형 로터(회전날개)가 달린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에어로HT 콘셉트카를 선보였다. 허샤오펑 샤오펑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내 복잡한 교통 및 도로 상황에서 학습된 자율주행 기능은 해외에서 더 매끄럽게 작동할 것”이라며 “내년까지 유럽을 포함한 세계 모든 도로에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성능을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으로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사인 니오는 배터리 수명 걱정 없이 3분 만에 갈아끼우는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 신형 순수 전기 세단 ET7의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했다. 전시 부스에 설치된 스왑 스테이션에서 차량 하부 아래쪽 바닥이 열리면서 로봇이 나와 배터리를 교체하는 모습을 시연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무려 55.7%에 이르렀다.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중국 전기차 업계를 겨냥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대대적인 반격도 이번 오토쇼의 두드러진 흐름이었다. 현대자동차·기아를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볼보, 도요타, 닛산 등 유럽 및 아시아 지역 전통의 강자들이 총출동했다. 특히 2008년 이후 15년 동안 내리 중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자동차 1위 브랜드 자리를 지켜오다 지난해 비야디에 왕관을 뺏긴 폭스바겐그룹은 칼을 갈고 나왔다. 중국 진출 40년을 맞아 내세운 ‘중국에서, 중국을 위해(In China, for China)’란 구호부터 남달랐다. 중국시장을 위해 새롭게 제작한 포르셰 전기차 ‘타이칸’ 등 44개 모델을 전시하며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앞으로 3년간 중국에서만 전기차 20종 안팎을 내놓을 방침이다.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등 3개 브랜드가 총출동한 현대자동차그룹은 프리미엄 전동화 차량을 앞세워 실지(失地) 회복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현대차는 이번 모터쇼에서 고성능 전기차인 아이오닉5N을 중국에 처음 공개했다. 제네시스는 G80 전동화 부분 변경 모델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고, 고성능 트림인 제네시스 마그마도 처음으로 선보였다. 기아는 준중형 전동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EV5 롱레인지 모델과 소형 SUV인 쏘넷을 부스 전면에 배치했다.

현대차·기아는 중국시장 반등을 위해 이번 행사에 부품 계열사까지 합쳐 무려 1000여명의 임직원을 보내 대규모 탐색전을 펼쳤다.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기아의 점유율은 ‘사드 보복’이 본격화한 2017년 5%를 시작으로 해마다 쪼그라들어 지난해에는 1.5%까지 추락했다. 현대차·기아의 지난해 판매량도 미국(165만대)과 유럽(111만대)에 비해 중국(32만대)에서는 많이 뒤져 있다.

혼다는 현지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중국시장을 겨냥한 전략 브랜드인 ‘예(Ye)’의 차량 이미지를 최초로 공개했다. 순수전기차 ‘P7’ ‘S7’ ‘Ye GT’ 등 콘셉트카 3종도 선보였다.

4년 전 베이징 모터쇼의 주인공이었던 테슬라는 이번 모터쇼에 참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8일 중국 베이징을 깜짝 방문해 ‘2인자’인 리창 국무원 총리와 만나 FSD(Full Self-Driving·완전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의 중국 내 출시를 논의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4년 전 FSD 소프트웨어를 출시한 테슬라는 미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주행 보조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중국에서는 아직 사용 허가가 나지 않은 상태다.

중국승용차연석회의(CPCA)에 따르면 지난 3월 중국 내 테슬라 판매량은 6만2398대로 전년 대비 18.6%나 감소했다.

권재현 기자 jaynew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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