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테무 공습, '싸구려' 폭격 뒤 '본진' 온다[강은성의 뉴스1픽]

강은성 기자 2024. 5. 7. 05:3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로봇인가 뭔가가 청소를 해준다대? 강아지처럼 방바닥을 돌아댕기매 청소도 해주고, 걸레질도 해준다카대."

행여 자식들에게 부담될까 평생 간장 한 병 필요하다는 말 한마디 안 하시던 엄마가 웬일로 '로봇청소기' 얘길 꺼내셨습니다.

요즘 부쩍 기운 없다 소리도 자주 하시고, 청소기 한번 돌리고 나서도 '에구구'를 연발하시니 이 기회에 로봇청소기 하나 사드려야겠다 어렵지 않게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다시 로봇청소기 얘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짝퉁 쓰레기'라며 천대하지만 '정신승리' 그칠 수도
빅브라더 된 이후 AI·빅데이터 굴기가 그들의 패턴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강은성 기자 = "로봇인가 뭔가가 청소를 해준다대? 강아지처럼 방바닥을 돌아댕기매 청소도 해주고, 걸레질도 해준다카대."

행여 자식들에게 부담될까 평생 간장 한 병 필요하다는 말 한마디 안 하시던 엄마가 웬일로 '로봇청소기' 얘길 꺼내셨습니다. 모처럼 모인 아들딸이 칠순을 맞아 '갖고 싶으신 것 없냐'고 몇번이나 채근하니 그때야 슬쩍 꺼낸 얘기입니다.

엄마의 야윈 팔과 손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요즘 부쩍 기운 없다 소리도 자주 하시고, 청소기 한번 돌리고 나서도 '에구구'를 연발하시니 이 기회에 로봇청소기 하나 사드려야겠다 어렵지 않게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삼성이 좋을까 LG가 좋을까 누나의 의견에 동생이 추천한 것은 요즘 핫하다는 R사의 제품이었습니다.

"그거 중국회사인데? 삼성, LG가 낫지 않아?" 누나의 말에 동생은 "로봇청소기는 R사가 최고야. 로봇 기술은 삼성, LG가 못 따라와"라고 단언합니다.

그렇게 엄마의 칠순 어버이날 선물은 중국기업 R사의 청소기로 낙점됐습니다.

최근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쉬인 등 중국 이커머스의 국내 이용률이 빠르게 치솟고 있습니다. '가정의 달'을 맞아 지갑이 더욱 얇아진 직장인들은 오늘도 '가성비'를 찾아 알리·테무를 헤엄칩니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우리 옛 속담이 알리·테무의 제품에선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내구성, 성능, 안전성 무엇 하나 기준을 충족하질 못하기 때문입니다.

실제 지난달 서울시가 알리·테무에서 판매 중인 생활 밀접 제품 31개를 두고 안전성 조사를 진행했는데, 8개 어린이 제품 등에서 허용 기준치를 크게 초과하는 발암 유해 물질이 검출됐습니다.

어린이 슬리퍼·운동화에 들어가는 신발 장식품에는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기준치 대비 348배 초과 검출됐고, 어린이 차량용 햇빛 가리개에서도 해당 유해 물질이 기준치 324배 초과했습니다.

결국 '돈 주고 발암물질 쓰레기를 사왔다'는 소리까지 나오는 형국입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그런데, 싸구려 짝퉁 발암물질 범벅인 제품들이 '메이드 인 차이나' 공습의 전부가 아닐 것이라는 두려움이 듭니다.

다시 로봇청소기 얘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중국의 R사가 우리 국민의 자랑 삼성, LG가 따라오지도 못할 로봇 기술을 갖췄다는 것은 인정하기 싫지만 팩트입니다. 소비자는 냉정합니다. 좋은 제품은 가격과 상관없이 소비자가 찾습니다.

4300억 원 규모의 국내 로봇청소기 시장에서 중국 R사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35.5%에 달합니다. 150만 원 이상 '하이엔드 로봇청소기' 시장에서는 무려 80.5%의 점유율을 자랑합니다.

중국의 로봇과 인공지능(AI) 굴기가 삼성 LG를 위협한다는 위기감이 불과 몇 년 전인데, 이제는 우리 기업을 저만치 따돌리며 격차를 현저히 벌리고 있습니다.

'메이드 인 차이나'가 단순히 '싸구려 공습'만은 아니라는 두려움은 이 때문입니다.

'중국 제품은 쓰레기'라며 무시하고 천대하면 잠시잠깐 '정신승리'는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알리·테무에서 사는 제품들이 현시점에선 발암물질 쓰레기인 것은 맞습니다만, 저가 제품으로 '플랫폼'을 독점하고 난 후가 더 걱정입니다.

이미 알리·테무 앱에선 우리 국민의 쇼핑패턴과 관심사, 주소와 연락처 등 개인정보, 계좌 등 금융정보까지 모조리 유출될 수 있다는 경보가 수차례 뜨고 있습니다.

억만금을 줘도 얻기 힘든 이런 고급 빅데이터를 알리·테무 이용자들은 오히려 돈을 내면서 그들의 손에 넘겨주고 있는 셈입니다.

'빅브라더'가 된 플랫폼은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으로 더욱 기술 격차를 벌려갑니다.

알리·테무의 공습, 그 이후가 더욱 두려워지고 있습니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esther@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