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부총리 "올해 韓 성장률, OECD 2.6%와 큰 차이 없을 것"
정부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2% 중반대로 올려 잡을 것으로 보인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성장률 (전망치) 수정을 검토 중"이라며 상향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지난달 2.9%(전년 동기 대비)로 내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다시 3%대로 튀어 오르는 일이 없도록 관리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 가장 큰 목표는 성장률 자체도 있지만 그보다는 내수라든지 국민 체감을 올리고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노력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가 지난 1월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한 올해 성장률 전망치(2.2%) 상향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한국은행도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할 텐데 저희도 (수정을) 검토하고 있다"며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2.6%로 수정했는데 저희도 그런 부분을 검토하고 있고 (전망치) 수준은 기관마다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체감경기는 나쁜데 성장률 지표에 취해 정부가 '낙관론'에 빠진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경제도 심리적인 측면이 있어 어떤 지표가 나왔을 때 지표의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해 설명하는 것이 경제주체들의 심리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경제지표만 놓고 낙관적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고 있는 건 절대로 아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대로 내린 물가가 다시 3%대로 튀는 일이 없도록 관리해나가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최 부총리는 "당초 상반기 전망이 3% 숫자 위아래로 왔다 갔다 할 것으로 생각했다"며 "(전 세계적으로) 울퉁불퉁한 경로를 말하는데 다른 나라는 (물가가 2%대로 내리다) 튀어 나가기도 하는데 우리는 최소한 튀어 나가지 않도록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세수 상황이 녹록지 않은 데 대해선 아직 평가하긴 이르다고 설명했다. 기재부가 발표한 '국세 수입 현황'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누적 국세 수입은 전년동기 대비 2조2000억원 감소한 84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들의 실적 부진 탓에 3월까지 누적 법인세가 전년 대비 5조5000억원(22.8%) 감소한 18조7000억원만 걷힌 영향이다.
최 부총리는 "올해 (세수가) 어찌 될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며 "작년 영향을 많이 받는 세목도 있고 올해 나아지는 영향을 받는 세목도 있어 그것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야당이 요구하는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추경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다시 밝혔다. 최 부총리는 "현재 우리 경제 여건이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봤을 때 전 국민에게 현금을 (지급하기 위한) 추경보다는 사회적 약자나 민생의 어려운 부분을 타깃해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이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달 열릴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방점을 둘 분야로는 △사회적 약자 지원 △의료 개혁 관련 재정지원 △청년 문제 △지역발전 △저출생 △R&D 등을 제시했다.
한편 최 부총리는 이번 ADB 연차총회 기간에 열린 아세안(동남아시아 국가연합)+3(한일중)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역내 금융안전망인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M) 개편 합의에 이른 데 대해 '역내 금융안전망 강화'와 '아시아 연대 리더십 강화' 차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아세안+3은 지난 3일(현지시간) 회의에서 CMIM 기금화 작업을 본격화하기로 뜻을 모았다. 역내 국가에서 위기가 발생했을 때 통화스와프 방식으로 각국에서 자금을 조달·공급하는 현행 '약정 기반 시스템'을 평시에 자금을 미리 마련해두는 '납입자본' 방식으로 재원 조달 구조를 개편하는 이점에 회원들이 공감대를 이뤘다. CMIM 기금화 공감대 합의는 한국 주도 아래 이뤄졌다.
최 부총리가 산업계 요구가 높은 반도체 보조금과 관련 선별적 지원 방향성도 제시했다. 재정 여력을 감안해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분야에 한해 보조금 등 정부 재정을 투입해 지원 효과를 높이겠단 방침이다. 반대로 경쟁력이 높은 분야는 지금과 같은 인센티브 성격의 세제지원이나 금융지원을 통해 초격차를 유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최 부총리는 "반도체 역량이 굉장히 중요한 국가전략산업이기 때문에 진지하게 우리가 가진 리소스(자원)를 활용해 반도체 초격차(를 유지하고), 우리가 (경쟁력이) 떨어져 있는 건 다른 나라를 '캐치업'(선발주자 따라잡기) 해야 한다는 것을 굉장히 중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현재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 시설에 기업이 투자하면 15~25%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있다. 여기에 더해 업계에선 글로벌 각국이 반도체 전쟁을 벌이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 정부의 보조금 지급 등 공격적인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최 부총리는 반도체 산업 육성 지원이 투트랙(Two Track)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민간이 스스로 할 수 없는 분야는 보조금 등 재정 지출로, 민간이 할 수 있는 건 인센티브 성격의 세제지원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넉넉지 않은 정부 재정 여력을 고려해서다.
최 부총리는 "재정과 세제지원 역할은 달라야 한다"며 "민간이 못하는 것은 재정지출을 해야 하는 것이고 민간이 잘하거나 할 수 있는 것은 리스크(위험)를 줄여주고 비용부담을 줄여주는 세제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결론을 지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반도체 중에서 잘하는 게 뭔지, 반도체 분야에서 아직 생태계가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 뭔지 (분리해 봐야 한다)"며 "민간이 잘하고 있는 분야는 인센티브를 줘야 하니 세제지원이나 금융지원이 맞고 민간이 잘하지 못하는 건 정부가 재정 지출하거나 보조금을 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낮은 비메모리 반도체, 후공정 분야 등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우선 검토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최 부총리는 미국 등 주요국들이 반도체 보조금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대해선 "(반도체) 제조역량이 떨어지는 선진국은 제조업체가 아예 없어 보조금을 줘가면서 (외국기업을) 유치하고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런 큰 틀에서 검토할 것"이라며 "업계와 관련 부처가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빌리시(조지아)=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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