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책임론? 되레 지지자 두 배 늘어난 한동훈, 당권 도전 수순 밟나
韓 팬덤, 책임론 경계하며 백서 TF 공격
與 잠룡들 연달아 견제구... '전대 룰' 관건
4·10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물러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차기 당권 도전 가능성이 커지는 분위기다. 총선이 끝난 지 한 달이 안 됐지만, 함께 일한 비상대책위원 및 당 사무처 직원들과 잇따라 식사를 하는 등 한 전 위원장 스스로 접촉면을 넓히고 있는 데다 그를 향한 여권 대선주자들의 견제도 잇따르고 있어서다. 여기에 한 전 위원장 등판과 함께 구축된 팬덤은 오히려 총선 패배 이후 규모가 두 배 이상 증가하면서 든든한 후원군 역할을 하고 있다.
높아지는 등판 가능성...'韓 팬덤' 백서 TF 때리기
6일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한 전 위원장은 지난 3일 비대위원장 비서실장을 지낸 김형동 의원을 비롯해 당 사무처 당직자 등 20여 명과 시내 모처의 중식당에서 만찬을 했다. 한 전 위원장은 "처음 같이 호흡을 했으니 종종 같이 보며 교류하자"고 말했다고 한다. 전당대회 출마 여부 등 현안은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총선 패배 이후 건강상의 이유로 윤 대통령이 제안한 오찬은 거절했지만, 비대위원 및 당 사무처 직원 등 100여 일간 동고동락한 인사들과 결속을 다진 것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당내 지지기반이 취약한 한 전 위원장 입장에서 다음을 도모할 때 구심점이 될 수 있는 사람들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 전 위원장 행보에 더해 그의 지지층 행보도 총선 이후에 더 눈에 띈다. 특히 네이버 팬카페 '위드후니'의 변화가 심상치 않다. 2020년 7월 개설돼 총선 전까지 1만8,000명이었던 카페 회원수는 오히려 선거 참패 후 이날까지 4만2,035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게시글과 댓글 흐름을 분석해보면, 여당 참패의 원인이 윤석열 대통령이나 친윤계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당내 '친한(친한동훈)·비윤(비윤석열)' 성향의 흐름이 강화되고 있는 분위기다. 이들은 한 전 위원장 전당대회 등판을 기대하며 '책임당원 가입 캠페인'을 독려하고 있다.
몸집을 키운 이들은 '총선 책임론'이 한 전 위원장에게 집중되는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당권 도전의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3일 시작된 국민의힘 총선 백서 TF의 패인 분석 설문조사가 이를 자극했다. 설문엔 한 위원장의 주요 선거 전략인 '이조(이재명·조국)심판론'이나 '한동훈 원톱 선거대책위원회 체제'의 실효성을 묻는 질문이 포함됐다. 한 전 위원장 지지자들은 "패배 책임을 한동훈에게 뒤집어씌우려는 속셈"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한동훈 1호 영입인재'인 박상수 전 인천서갑 후보도 이날 페이스북에 "설문이 평면적으로 '그저 이조심판론과 한동훈 원톱은 잘못된 전략이었다'는 결론이 나오게 구성됐다"고 지적했다.
이런 분위기는 총선 백서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을 맡은 조정훈 의원을 향한 공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일부터 이날까지 당원 게시판(당원만 접근 가능)에 게시된 글 중 조 의원의 이름을 언급한 게시글은 최소 340개가 넘는다. 적잖은 게시글이 '배신자' '기회주의자' '간신배' 등 조 의원을 향한 원색적 비난을 담고 있다. 조 의원은 한국일보 통화에서 "며칠 새 공격성 문자를 몇백 통 단위로 받았다"며 "설문 질문에 특정인을 염두에 둔다는 개인적 의도는 들어가지도 않았고, 들어갈 방법도 없다"고 토로했다.
與 경쟁자들 '견제구'... 韓, 비대위 지켜볼 듯
한 전 위원장을 향한 여권 내 대선주자들의 견제도 그의 당권 도전 가능성을 되레 키우고 있다. 이번에 당권을 잡게 되면 2026년 6월 지방선거까지 전국단위 선거가 없기 때문에 큰 실책만 없다면 임기를 채울 가능성이 크다. 당을 확실하게 장악해 2027년 대선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점에 경쟁자들도 벌써부터 강한 견제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달 20일 자신의 온라인 커뮤니티 '청년의 꿈'에서 "한동훈의 잘못으로 역대급 참패를 했다. 우리에게 지옥을 맛보게 한 정치검사, 윤 대통령도 배신한 사람"이라며 "더 이상 우리 당에 얼씬거리면 안 된다"고 맹폭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지난 3일 "정권 중반에 치러지는 선거에서 심판론으로 맞불을 놓는 건 피했어야 하는 전략"이라고 비판했고, 유승민 전 의원도 최근 한 전 위원장을 겨냥해 "보수에 들어온 용병"이라고 깎아 내렸다.
한 전 위원장은 당분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상황 등을 살펴보며 관망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여당의 뜨거운 감자가 된 '전당대회 룰(당대표 선거 시 당심 대 민심 비율)' 개정 여부도 그의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당심 비율'에 따라 타 후보들의 출마 여부도 달라지는 등 경쟁 판도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한 전 위원장도 황우여 비대위의 행보에 따라 유불리를 따져 당권 도전 여부를 결정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단독] '사적 응징' 자처한 유튜버의 두 얼굴… 수억 뒷돈 뜯다 재판행 | 한국일보
- 양정아 "김승수가 대시하면 사귈 수 있어" | 한국일보
- '어린이 런치세트'가 웬말…어린이날 아동 연상 음란물 전시 논란 | 한국일보
- "적은 금액이라 미안" 폐지 판 돈으로 어려운 가정 어린이 선물 만든 세 아이 아빠 | 한국일보
- 25만원에 '尹 거부권 패키지'까지… 민주당 22대 국회 '1호 법안'은 | 한국일보
- 함소원, 방송 복귀설 해명 "딸 때문에 우연히 출연한 것" | 한국일보
- "의대 못 간 낙오자 취급 마세요"… 이공계 인재 등 떠미는 대한민국 | 한국일보
- 선재에 미쳐서 남편 이름까지 바꾸고...모두 놀란 흥행 | 한국일보
- 무속인 고춘자, 선우은숙에게 건넨 말 "순간적 결정…비수가 돼" | 한국일보
- "괴롭힘당하다 대학 졸업...간호사 면허증 땄지만 취업 두렵고 눈물만 나요"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