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청천 장군 이름 부끄럽지 않게… 병역 이행한 후손들

양지호 기자 2024. 5. 7. 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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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代 병역 명문가 선정… 대통령 표창
광복 후 중국에 머물던 지청천(가운데) 광복군 총사령관이 1947년 4월 귀국할 당시 모습. 지 장군은 미국·중국 방문을 마친 이승만(오른쪽) 박사와 함께 귀국했는데, 당시 중국 장제스 주석은 이들에게 군용기를 제공했다. 김구(왼쪽) 전 임시정부 주석이 이들을 환영하기 위해 김포 비행장에 나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지 장군의 아들~증손자 3대는 ‘2024 병역 명문가’에 선정돼 오는 30일 대통령 표창을 받는다. /한국영상자료원

광복군 총사령관을 지낸 지청천(1888~1957) 장군의 아들부터 증손자 3대 5명이 ‘2024 병역 명문가’에 선정됐다. 이들은 5월 30일 열리는 병역 명문가 시상식에서 병역 이행 내용을 통해 표창하는 ‘스토리 가문’에 선정돼 대통령 표창을 받게 됐다. 손자 지상철(64)씨는 6일 본지 통화에서 “할아버지가 해방을 위해 싸웠던 대한민국을 위해 우리 가족 모두가 ‘내 목숨을 조국에’라는 생각으로 군복무를 했다”고 말했다.

지 장군의 후손들은 ‘광복군 활동 경력도 병역 의무 이행으로 본다’는 소식을 지난해 뒤늦게 접하고 병역 명문가 신청을 하게 됐다고 한다. 병무청은 ‘3대 모두 현역 복무’를 한 가족을 대상으로 병역 명문가 지정을 하고 있다. 한국광복군·독립군 등 국가보훈처에서 인정한 독립유공자는 현역 복무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병무청은 이에 지 장군의 맏아들 지달수(1909~1969) 대한광복군 중령, 손자 지상용·상우·상철, 증손자 지영환씨를 병역 명문가로 선정하고 이달 병역 명문가 시상식에서 표창하기로 했다.

지청천 장군은 일본 육사를 거쳐 신흥무관학교에서 독립군을 양성했고 1940년 임시정부 산하 광복군이 창설되자 총사령관을 지냈다. 광복 이후에는 제헌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해 최고 득표율로 국회의원이 됐다. 일기에 “우리는 매년 국치일에 모여 밥을 굶으며 일제에 대한 적개심을 고취했다”고 썼던 독립운동가였다. 신흥무관학교 교장 시절 “조국 광복을 위해 싸우자”며 “싸우다 싸우다 힘이 부족할 때에는 이 넓은 만주 벌판을 베개 삼아 죽을 것을 맹세합시다”라고 연설했다.

이번에 병역 명문가 1대로 선정된 지달수 중령은 1930년대부터 아버지인 지 장군과 함께 독립군·광복군 활동을 하며 무장 항일 투쟁에 나섰다. 그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대한국민당 중앙위원, 민주국민당 중앙감찰위원, 한국광복군동지회 부회장, 대한독립동지회 상임위원장 등을 지냈고 1963년 건국훈장 독립장을 받았다. 병역 명문가 심사 대상은 아니었지만 지달수 중령의 여동생인 지복영씨도 광복군 창설 멤버로 활동했다. 지복영씨는 1990년 건국훈장 애국장을 받았다.

지상철씨는 조국을 위해 헌신한 할아버지와 아버지에게 부끄럽지 않은 자손이 되기 위해 애썼다고 했다. 지씨는 육군 하사로 28개월 복무했다. 두 형도 각각 공군 병장과 육군 하사로 군 복무를 마쳤다. 아들 영환씨는 2022년 병장으로 만기제대했다.

지청천 장군 후손들은 지청천 장군으로부터 4대에 걸쳐 내려오는 병역 복무기를 적어내 ‘스토리 가문’으로 선정됐다. 병무청은 특별히 감동적인 병역 이행 사연이 있는 가문을 선정해 대통령·국무총리 표창을 주고 있다. 조국 해방을 위해 목숨을 걸었던 지청천 장군을 포함해 사실상 ‘4대 병역 명문가’에 해당한 것이 영향을 줬다고 한다. 병무청은 공식적으로는 ‘3대’까지만 병역 명문가 신청을 받고 있다.

병무청은 2004년 40가문을 처음 병역 명문가로 선정했다. 현재까지 1만6000여 가문 8만여 명이 병역 명문가로 등록돼 있다. 국가·지자체·민간 시설 이용 시 입장료·주차료·이용료 면제·할인 등의 혜택이 있지만 ‘명예’가 핵심이다. 병무청 관계자는 “1년 관련 예산은 6억원에 불과해 특별한 선양 사업을 하기에 부족한 상황”이라며 “가문의 명예라며 신청해주시는 분이 다수”라고 했다.

☞지청천(1888~1957) 장군

일본 육사를 졸업하고 1919년 항일 무장투쟁을 시작, 만주 신흥무관학교에서 독립군을 양성했다. 1940년 임시정부 산하 한국광복군이 창설되자 총사령관을 지냈다. 1947년 귀국 때까지 28년간 외국에서 독립운동을 했다. 1948년 제헌국회의원에 당선됐고 초대 무임소 장관을 지냈다. 별세한 뒤 1962년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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