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판결] 강남서 성형하다 숨진 中 여성… “부모에 2억 배상”

방극렬 기자 2024. 5. 7.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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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100% 의료 과실 인정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 의사가 지방 흡입‧이식 수술을 받다 숨진 10대 중국인 여성의 부모에게 손해배상금 2억여 원을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018년 11월 중국에 살던 A씨(당시 19세)는 어머니와 함께 의사 B씨의 병원을 찾았다. 중국인 성형 관광객을 국내 병원에 연결해주는 전문 업체가 소개한 곳이었다. A씨는 B씨와 상담한 당일 배와 옆구리 등에서 지방을 빼내 엉덩이에 이식하는 수술을 받기로 했다. 수술은 그날 오후 1시 20분부터 이튿날 새벽 0시 45분까지 11시간 넘게 진행됐다. A씨는 수술을 받는 내내 수면 마취제인 프로포폴을 500cc 넘게 맞았다. 그런데 수술이 끝난 지 1시간이 지나도 A씨는 깨어나지 않았다. A씨의 혈중 산소 농도가 정상치 아래로 급격히 떨어지자, B씨는 119에 신고했다. A씨는 심정지 상태로 인근 대형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2주 후 사망했다. A씨의 부모는 2021년 B씨의 과실로 딸이 사망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5부(재판장 최규연)는 최근 “B씨는 A씨 부모에게 2억30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수술 과정에서 A씨 상태에 대한 감시·관찰, 응급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B씨의 과실을 인정했다. 이어 B씨 과실이 A씨 사망의 원인이 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판부는 “B씨는 약 11시간 수술과 이후 회복 과정에서 단 한 번도 A씨의 혈압을 측정하지 않았다”며 “A씨의 징후, 호흡 상태 등에 대한 감시‧관찰을 소홀히 한 과실이 인정된다”고 했다. 대한의사협회는 프로포폴 사용 시 환자의 혈중 산소 농도 등을 주기적으로 감시하고 기록하라고 권장하고 있는데, B씨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또 “A씨가 한 시간 넘게 깨어나지 않는데도 B씨와 의료진은 몇 차례 흔들고 꼬집기만 했다”며 “숨 쉬기 쉽게 자세를 바꾸거나 산소를 공급하는 등의 적절한 응급조치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의료 사고 사건에선 이례적으로 B씨의 배상 책임을 100%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프로포폴 부작용으로 인한 사고가 계속되면서 의사협회는 관련 임상 지침 등을 배포했다”며 “이런 기본적인 내용조차 준수하지 않아 발생한 사고에 대해서는 중하게 책임을 지우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한편, B씨는 2023년 A씨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도 기소돼 같은 법원에서 형사 재판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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