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완전 망했네” 했던 美교수, 안 망할 방법 제시한다
‘저출생’ 글로벌 전문가 ALC 참석
영국 내각에서 처음으로 출산휴가를 쓰고 복귀한 40대 장관, 한국 출산율을 전해듣고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한마디로 국내에서도 유명 인사가 된 미국의 70대 교수.
이들을 비롯해 주요국에서 저출생 극복에 앞장서고 있는 전문가들이 5월 22~23일 이틀간 서울 신라호텔에서 ‘초(超)불확실성 시대: 미래를 여는 혁신 리더십’을 주제로 열리는 제15회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ALC)에 참석한다.
요즘 전 세계에선 저출생을 둘러싸고 비상벨이 울리고 있다. 가임기 여성(15~49세) 한 명이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 출산율의 세계 평균은 1968년 5명에서 2021년 2.3명까지 떨어졌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합계 출산율이 0.72명에 그쳐 세계 최저 수준이다.
◇검찰총장이 6개월 출산휴가 썼다
올해 ALC의 저출생 세션에 참가하는 수엘라 브래버먼(44) 영국 하원 의원은 유럽 공직 사회에서 여성 경력 단절 문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상징적 인물로 꼽힌다. 변호사 출신으로 영국 검찰총장, 내무장관을 지낸 그는 영국 내각에서 처음으로 출산휴가를 다녀온 장관급 각료다.
브래버먼 의원은 2020년 2월부터 검찰총장직을 수행하다가 임신 후 2021년 3월 출산과 동시에 6개월간 유급 출산휴가를 떠났다. 영국에는 장관급에 대한 출산휴가 규정이 없어 사퇴해야 할 상황이 됐지만, 영국 의회에서 여야가 뜻을 모아 ‘각료의 출산 수당 등에 관한 법률’을 개정한 덕분에 유급 출산휴가를 다녀올 수 있었다. 그는 아이를 낳고 6개월 뒤 복직해 검찰총장으로 1년 더 근무한 후 내무장관으로 영전했다.
브래버먼 의원은 “ALC에 참석하는 여러 청중과의 만남을 고대하고 있다”며 “내가 워킹맘으로서 직접 겪은 생생한 경험과 영국의 출산 육아·환경, 부부 공동 육아와 육아휴직이 얼마나 중요한지 얘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주인공 온다
브래버먼 의원과 함께 무대에 올라 ‘출산한 여성이 일할 수 있는 사회’를 주제로 토론을 벌일 맞상대는 조앤 윌리엄스(72) 캘리포니아대(UC 로 샌프란시스코) 명예교수다. 하버드대 법학 박사로 미국에서 손꼽히는 노동법 전문가로 꼽히는 윌리엄스 교수는 여성이 직장에서 부딪히는 어려움을 오랫동안 연구해왔다. 그는 지난해 EBS 인터뷰에서 한국의 합계 출산율(2022년 0.78명)을 전해듣고, 두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은 채 놀란 표정으로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라고 말하는 장면으로 유명하다.
윌리엄스 교수는 “여성은 직장에서 ‘선택적 이탈’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경직된 직장 문화와 지원 부족, 자녀를 둔 직장 여성을 향한 편견 등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된다”며 “한국이 저출생의 늪에 빠진 것도 이른바 ‘이상적 근로자 규범’ 탓이 크다”고 말한다. 자녀 양육은 거의 하지 않고 직장 업무에 대부분의 시간과 노력을 투입하는 사람을 ‘이상적 근로자’로 여기고, 이들의 배우자(주로 여성)를 돌봄에 책임 있는 ‘이상적 양육자’로 규정하는 것이 문제라는 얘기다.
◇세계적 인구학자 총집결
이번 ALC엔 국제기구와 학계에서 명성을 얻은 저출생 전문가들도 총출동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사회·가족 정책을 총괄하는 윌렘 아데마 선임이코노미스트가 무대에 오른다. 최근 한국 저출생을 주제로 보고서를 발표해 주목을 받은 아데마 박사는 한국 저출생의 주요 요인으로 높은 사교육비·주거 비용과 함께 장시간 노동 문화를 꼽는다. 그는 “일·가정 양립이 가능하다는 확신이 있어야 아이를 낳는데, 한국은 지난 20년간 보육 시스템을 상당히 발전시켜 온 반면 직장 문화는 개선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이 외에 유럽 출신 인구통계학 전문가로서 아시아 국가의 인구 구조를 분석해온 스튜어트 지텔 바스텐 홍콩과학기술대 교수, 북유럽을 대표하는 인구학자로 꼽히는 군나르 안데르손 스톡홀름대 교수도 글로벌 저출생의 원인과 진단과 관련해 깊이 있는 의견을 제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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