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환자 전원 결정해야 지방의료 살린다”

안준용 기자 2024. 5. 7.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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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대교수협 의료 세미나
지난달 25일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관계자와 환자, 보호자의 뒷모습./연합뉴스

“전남 해남군에서 혈압약 두 톨 처방받자고 서울로 가는 ‘불필요한 상급 종합병원행’을 막아줘야 한다. 상급 종합병원 전원(轉院) 결정은 오로지 의사가 할 수 있도록 해야 지역에 환자가 남는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가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대 대강당에서 연 ‘한국 의학 교육의 현재와 미래’ 세미나에서 배장환 충북대 의대 교수는 “환자의 불필요한 전원을 없애야 지역·필수 의료가 산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지역·필수 의료를 위해선 의대 정원을 늘릴 게 아니라, 환자들이 불필요하게 서울 상급 종합병원으로 가는 것을 법으로 막아야 한다는 취지다. 이런 현실을 그대로 두면 지방에 병원을 만들고 의사를 아무리 뽑아도 환자는 계속 서울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사실상 환자와 보호자가 상급 종합병원 전원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 1월 피습 후 부산대 병원으로 이송됐다가 서울대 병원으로 옮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보호자 요청에 따라 전원한 사례다. 동네 의원에 가서 진찰도 받지 않고 대학 병원 진료 의뢰서를 요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구조 때문에 서울 빅5(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 병원으로 환자가 몰리게 됐고, 결국 지역 의료 여건은 악화되고 수도권 대학 병원의 전공의 의존도도 더욱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그래픽=김하경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2년 서울에서 진료받은 건강보험 가입자 1530만명 중 약 638만명(41.7%)은 다른 지역에 사는 환자였다. 일본·영국 등 해외 주요국은 상급 병원 문턱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다. 일본은 지자체와 지역 소방, 지역 1차 병원을 엮어 ‘지역 의료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다. 일본에선 소개장(진료 의뢰서) 없이 200병상 이상 규모 병원에서 외래 진료를 받는 경우, 초진 때 진료비 외에 따로 7000엔(약 6만2000원)의 특별 요금도 부담해야 한다.

반면 환자 단체들은 “환자의 병원 선택권을 침해해선 안 된다”며 반대하는 입장이다. 환자는 서울과 지역의 의료 인프라 격차 등을 감안해 합리적 판단을 하려 하고, 그 결과 상당수가 서울 빅5 병원을 택하는 것이란 얘기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지역 의사·병상·시설이 충분하다면 왜 굳이 빅5 병원을 택하겠느냐”며 “환자들 책임으로 몰아갈 게 아니라 지역 병원을 빅5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고래 싸움에…” 대형병원 앞 약국들도 울상 - 전공의 파업이 12주째를 맞은 6일 서울 한 대형 병원 앞 약국가 모습. 올해 2월 시작된 전공의 파업이 장기화하고 최근 교수들까지 진료·수술을 줄이면서 병원뿐만 아니라 병원 근처 ‘문전약국’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처방 건수가 감소하는 등 약국 경영이 어려워지자 직원 수를 줄이려는 약국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전의교협은 6일 의대 증원과 관련해 “정부는 이제라도 의대 증원, 배정 과정의 위법성을 인정하고 지금까지 해온 모든 의대 증원 행정 폭주를 철회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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