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과속… 5월 폭우는 예고편이다

박상현 기자 2024. 5. 7.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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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장마, 더 세게 온다
지난 5일 오후 전남 광양의 한 굴다리를 지나던 차량이 불어난 물에 고립되자 소방 관계자들이 차에 타고 있던 일가족 4명을 구조하고 있다. 어린이날 연휴인 5~6일 남부 지방을 중심으로 폭우가 쏟아졌다./전남소방본부

어린이날 연휴인 5~6일 남부지방과 제주도를 중심으로 한여름 수준의 폭우가 쏟아졌다. 고온 다습한 남풍(南風)이 따뜻한 한반도 주변 바다를 통과하며 수증기를 대거 흡수, 비의 ‘씨앗’이 다량 공급되며 비구름대의 덩치가 커졌다. 이 때문에 여름철에나 볼 수 있는 비의 패턴이 5월 초에 이르게 나타난 것이다. 때 이른 집중호우가 ‘역대급 폭우’가 예고된 올여름 장마의 예고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6일 기상청에 따르면, 5일 하루 동안 전남 광양·진도에 각각 198.6㎜, 112.8㎜의 비가 내리면서 역대 5월 하루 최다 강수량 신기록을 다시 썼다. 완도(139.9㎜)·순천(154.1㎜)은 역대 둘째로 비가 많이 내린 5월로 기록됐다. 영남권에선 남해(242.1㎜)가 역대 2위, 진주(143.3㎜)가 역대 3위였다. 비는 5일 오후에서 6일 아침 정점을 찍고, 6일 오후부터 소강 상태를 보였다. 이번 비는 7일 대부분 지역에서 그치겠고, 강원영동은 8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5월 초 강수치고는 한꺼번에 많은 양이 쏟아진 것은 예년보다 일찍 발달한 일본 쪽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이 크다. 6월부터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하는 북태평양고기압은 고온 다습한 성질을 갖고 있다. 보통은 6~7월에 우리나라로 뜨거운 남풍(南風)을 불어넣는다. 그런데 올해는 4월 말부터 세력을 떨치고 있다. 남풍이 불어올 때 날이 맑으면 이상 고온 현상을 일으킨다. 반면 비구름대를 동반한 저기압과 만나면 습기를 공급해 강수량을 늘린다. 올 4월 말 최고 31도까지 기온이 상승하며 초여름 더위가 나타난 것도, 이번 장맛비 같은 봄비도 모두 남풍의 영향이다.

그래픽=김현국

이번 남풍은 평년보다 따뜻한 한반도 주변 바다를 통과하면서 수증기를 더 많이 머금은 채로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현재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는 평년보다 1~3도가량 높다. 바다가 뜨거우면 뜨거운 바람이 통과할 때 증발되는 수증기량이 많아진다. 이렇게 습기를 많이 머금은 바람이 저기압과 만나면 비구름대의 크기를 키운다. 비구름대와 남풍이 만나는 ‘접점’에 놓여있던 남부지방과 제주도에 중부지방보다 많은 비가 집중된 이유다. 따뜻한 남풍이 따뜻한 바다를 지나 비구름이 커지는 이런 패턴은 작년 여름 충청권과 남부지방을 강타했던 집중호우와 유사하다. 아직 5월 초인데 기온과 비는 이미 여름에 가까워진 것이다.

어린이날 연휴에 내린 집중호우는 역대급 강수가 예고된 올여름 장마철의 전초전 격이라는 분석도 있다. 장마는 6~7월 북쪽 티베트 고기압과 남쪽 북태평양 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에서 충돌하면서 ‘장마전선’을 형성, 우리나라에 많은 비를 뿌리는 현상이다. 그런데 올해 티베트 고기압에 영향을 미치는 중국 북쪽 지역의 기온은 평년보다 낮고, 반대로 일본 쪽 북태평양 고기압은 여느 때보다 뜨겁고 습한 상황이다. 정면충돌이 예고된 두 기단이 이미 전투력을 최대로 끌어올린 채로 전쟁 준비를 마친 셈이다. 북태평양 고기압 세력 확장만으로 이번 연휴 기간 많은 비가 내린 만큼, 두 기단이 본격적인 세력 다툼을 벌이는 여름철엔 더 강하고 많은 비가 예상된다.

작년 여름은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는 엘니뇨가 발생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집중호우와 폭염을 일으켰다. 엘니뇨 발생 해엔 우리나라 남부지방 쪽으로 많은 수증기를 공급하는 기류가 형성된다. 실제로 지난해 한반도는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봄까진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다가, 여름 들어 한꺼번에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물난리가 난 지역이 많았다. 엘니뇨는 발생 해보다 그 이듬해에 여파가 더 큰 것으로 분석된다. 올여름이 작년 여름보다 더 큰 위험에 직면해있는 셈이다. 기상청은 3개월 전망에서 장마 기간인 6~7월 강수량이 예년과 같거나 많은 확률이 80%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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