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세이]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

이현철 부산대 기계공학부 교수 2024. 5. 7.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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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철 부산대 기계공학부 교수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기후변화는 산업혁명 이후 지속된 인류의 화석연료 사용과 그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 때문이며 탄소중립은 기후변화의 유일한 해결책으로 제시되고 있다. 탄소중립이란 산림 등의 이산화탄소 흡수량과 인류의 활동으로 인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같아,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순증가가 없는 상태를 일컫는다.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한 가장 유력한 전략으로 여겨지는 것이 ‘무탄소 발전’과 ‘에너지 소비의 전기화’이다.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전기를 만들어 대부분의 에너지 소비에 이 무탄소 전기를 사용한다는 전략이다. 내연기관을 이용해 석유를 소비하며 운행하던 기존의 자동차가 전기자동차로 바뀌는 것이 ‘에너지 소비의 전기화’의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핵심은 ‘무탄소 발전’이다. 모든 자동차가 전기자동차로 바뀐다 해도 전기를 만드는 발전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면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기술로 구현 가능한 무탄소 발전 방식으로는 원자력 발전과 재생에너지 발전이 있다. 화석연료를 이용한 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다른 용도로 활용하거나 지하에 묻는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도 있으나 아직 개발단계로 상용화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수소를 이용한 연료전지 발전 등의 방식도 있지만 수소는 자연에서 얻어지는 1차 에너지가 아니라 화석연료, 재생에너지, 혹은 원자력 에너지를 이용해 만들어지는 2차 에너지일 뿐이다. 현재로서는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한 가장 강력한 수단이 원자력 발전과 재생에너지 발전이라는 것이다. 재생에너지 자원 중 국내 자연 여건상 수력과 풍력 자원은 매우 제한적이므로 결국 우리나라의 경우 주된 무탄소 발전 방식은 원자력 발전과 태양광 발전이다.

원자력 발전은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장점은 적은 면적에서 많은 전기를 대기 오염물질 배출 없이 안정적이고 경제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력 구매 시 지급하는 정산단가를 기준으로 보면, 원자력 발전 단가는 2018년에 62원/kWh, 2023년에 55원/kWh 정도로 국내 발전원 중 가장 저렴하다. 반면, 단점은 사고 시 방사능이 대량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과 고준위 방사성 물질인 사용후핵연료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혹자는 원자력 발전 단가에 원자로 해체비용, 사용후핵연료 처리비용 등이 포함돼 있지 않았으며 이를 포함하면 발전 단가가 훨씬 올라간다고 주장하지만, 원자력 발전 단가에는 이런 비용이 이미 포함돼 있다.

태양광 발전 역시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장점은 태양에너지가 거의 무한하고 운영 중 방사능이나 대기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반면 단점은 날씨에 따라 생산되는 전력이 들쭉날쭉한 간헐성을 가지고 있고 넓은 면적의 토지가 필요하며 발전 단가가 높다는 것이다. 같은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 태양광 발전은 원전 대비 600배 이상의 토지를 요구한다. 부산시 소재 원전을 모두 태양광으로 대체할 경우 부산시 전체와 맞먹는 토지가 필요하다. 최근 한전의 정산단가를 기준으로 보면, 태양광 발전 단가는 재생에너지 인증(REC) 보조금 포함 2018년에 186원/kWh, 2023년에 214원/kWh으로 원자력 발전 대비 대략 3~4배 비싸다. 원전 1기를 태양광으로 대체할 경우 국민은 매년 1조5000억 원 이상의 전기요금을 더 부담해야 한다. 또한 태양광의 간헐성은 전력망의 안정성을 해치고 전력망 안정을 위한 추가 비용을 유발한다.


‘물 좋고 정자 좋은 곳은 없다’라는 옛말이 있다. 탄소중립을 위한 완벽한 발전원은 없다. 우리나라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국제 사회에 약속한 상태다.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가용한 모든 무탄소 전원의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적 사실에 바탕을 두고 판단해야 한다. 과학적 근거 없이 특정 에너지원을 배척하면서 탄소중립으로 가는 길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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