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객석에 던진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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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무대 경력 5년 이상.'
극단 단원 모집 공고를 본 '나'의 얼굴에 비장함과 혼란스러움이 동시에 번진다.
온몸과 휠체어 사이를 샅샅이 뒤지며 '경력'을 찾지만 손에 잡혀 나오는 건 먼지뿐.
이번에 무대에 오르는 하지성, 김지수 등은 '나'의 내면에서 여러 줄기로 갈라지는 목소리를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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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배우들의 연극 2편 ‘화제’
“장애로 만든 드라마가 아니라
장애 있는 사람이 나온 작품일뿐”
‘프로 무대 경력 5년 이상.’
극단 단원 모집 공고를 본 ‘나’의 얼굴에 비장함과 혼란스러움이 동시에 번진다. 온몸과 휠체어 사이를 샅샅이 뒤지며 ‘경력’을 찾지만 손에 잡혀 나오는 건 먼지뿐. ‘나’는 “혼자 버텨온 시간은 아무것도 증명할 수 없었다”고 되뇌며 휠체어에서 미끄러지듯 내려와 땅바닥을 뒹군다. “예술가가 되기 위한 자격을 구축하기 위한, 오디션을 준비하기 위한 경력”을 쌓을 방법부터 찾아야 한다.
2019년 초연과 마찬가지로 뇌병변장애, 골형성부전증, 언어장애 등 출연 배우 6명 전원이 장애인으로 구성됐다. 이번에 무대에 오르는 하지성, 김지수 등은 ‘나’의 내면에서 여러 줄기로 갈라지는 목소리를 연기한다. 이연주 연출가가 이 작품으로 2019년 제56회 동아연극상 신인 연출상을 받았다.
초연과 달라진 건 장애인 배우들의 몸 본연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부각했다는 점이다. 신가은 두산아트센터 PD는 “무대를 객석이 둘러싼 형태로 바꿔 각자의 몸이 갖는 고유성이 관객에게 더 잘 보이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장애인 배우들이 출연해 ‘있는 그대로의 나’로서 연기하는 작품 두 편이 관객을 만난다. 그동안 비장애인을 기준으로 만들어진 배역과 연기 양식을 따르던 데서 벗어나 장애인 배우의 움직임과 발성으로 배역이 완성되는 것이 특징. 이들 작품 속에서 장애인 배우는 단지 서사적 소재를 넘어 주체적이고 완전한 캐릭터로 등장한다.
‘인정투쟁’의 배우 하지성은 “연기는 다른 사람이 되는 일인 동시에 나 자신으로부터 시작하는 작업이다. 내 언어장애가 담긴 대사로 ‘나’를 이야기하는 작품이기에 더 주체적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같은 연극에 출연하는 배우 김지수는 “장애로 만든 드라마가 아니라, 장애가 있는 사람이 출연하는 작품일 뿐이라는 사실을 관객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연습 과정이 색다르게 진행되기도 했다. ‘젤리피쉬’에선 모든 출연진이 함께 감각 워크숍과 공간인지 훈련 등을 수차례 진행했다. 민새롬 연출가는 “기존의 연습 방식은 다양한 개성과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아 참여 장벽이 높다”면서 “공간과 관계를 맺는 훈련을 통해 연습실 내 불안지수를 낮추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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