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대학병원들 “빚 많아 ‘마통’도 못써”… 직원 절반 무급휴직, 급여 삭감도 검토

박성민 기자 2024. 5. 7. 03: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서울 대형병원들은 경영을 위해 마이너스 통장을 만든다는데, 저희는 부채 비율이 높아 그마저도 안 되는 상황입니다."

영남권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의사를 제외한 직원 1500여 명 중 700여 명이 무급휴직에 들어간 상태"라며 이렇게 하소연했다.

전국 대학병원 88곳 중 가장 상황이 심각한 곳은 영남권의 한 사립대 병원이라고 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의료공백 혼란]
입원-수술환자 줄며 매달 수십억 적자
“추가 대출 조건 까다로워 엄두 못내”
서울 대형 병원도 경영난 6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병원에서 휠체어를 탄 환자를 보호자가 돌보고 있다. 경희대병원 등 7개 병원을 산하에 둔 경희의료원은 최근 교직원들에게 “6월부터 급여 지급 중단과 희망퇴직을 고려해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란 e메일을 보냈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서울 대형병원들은 경영을 위해 마이너스 통장을 만든다는데, 저희는 부채 비율이 높아 그마저도 안 되는 상황입니다.”

영남권의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달 의사를 제외한 직원 1500여 명 중 700여 명이 무급휴직에 들어간 상태”라며 이렇게 하소연했다.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이 12주째 이어지면서 지역 대학병원의 재정난이 갈수록 악화되는 모습이다.

수도권 대형병원들은 자체 적립금과 대출로 어느 정도 버틸 수 있지만 지방 병원의 경우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보니 의료계에선 “여름을 못 버티고 도산하는 병원이 나올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전국 대학병원 88곳 중 가장 상황이 심각한 곳은 영남권의 한 사립대 병원이라고 한다. 이 대학병원은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난 2월 말 이후 입원 및 수술 환자가 각각 30%, 40%가량 줄면서 매달 30억∼50억 원씩 적자를 내고 있다. 카드 대출을 받아 약값 대금만 간신히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품 비용은 아예 못 주고 있다.

이 병원 관계자는 “무급휴직을 하지 않은 직원도 각종 수당은 포기하고 기본급만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다른 사립대 병원 교수는 “현 상태가 한두 달 더 이어지면 급여를 30% 삭감할 거란 말이 들린다”고 했다.

지방 국립대 병원도 경영이 어려운 건 마찬가지다. 전남대병원은 200억 원 한도인 마이너스 통장이 거의 바닥을 드러냈다고 한다. 부산대병원은 지난달까지 직원 1100여 명이 무급휴가를 다녀왔다. 전공의 이탈 후 병상 가동률이 50% 수준에 그치면서 하루 약 5억 원씩 손실이 나는 상황이다. 부산대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비율이 40%에 이르다 보니 이탈로 인한 진료 및 수술 감소 폭이 크다”고 했다.

지방 대학병원들은 3월부터 정부에 무이자 대출 및 기존 대출 금리 인하 등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월 1800억 원가량의 비상진료체계 지원금을 주고 있다는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한 사립대 병원장은 “실습시설 등 교육과의 연관성이 인정돼야 교육부 승인을 받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일부 병원들은 급한 불을 끄려면 500억∼1000억 원가량 대출이 필요한데 승인 조건이 까다로워 엄두를 못 내고 있다”고 했다. 신응진 대한병원협회 정책위원장은 “건강보험 진료비 선지급 등 병원 도산을 막기 위한 추가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