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세계적인’ 연천 구석기축제

이연섭 논설위원 2024. 5. 7. 03:01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연섭 논설위원

1978년 1월, 주한 미군 그레그 보언은 여자친구와 연천 전곡리의 한탄강 유원지를 찾았다. 강변을 산책하던 그는 이상하게 생긴 돌 하나를 주워 들었다. 자연석 같기도 하고, 누가 인공적으로 깎은 흔적이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 돌을 유심히 바라보던 보언의 눈이 빛났다. 애리조나주립대에서 고고학을 전공한 보언은 심상치 않은 돌임을 직감했다. 그는 주변에서 주먹도끼와 가로날도끼, 긁개 등을 발견했다. 전곡리는 그렇게 세상에 드러났다.

보언이 발견한 유물이 30만년 전 ‘아슐리안 주먹도끼’로 감정되면서 세계 고고학계가 발칵 뒤집혔다. 1979년 첫 발굴조사가 이뤄졌고, 전곡리 일대가 사적 제268호로 지정됐다. 20여차례의 발굴조사에서 아슐리안 주먹도끼 50여점을 비롯해 8천여점의 구석기 유물이 무더기로 발견됐다.

구석기인들은 신생대 4기 화산 폭발이후 한탄강 강줄기를 끼고 풍요로운 무리생활을 했다. 그 흔적이 한탄강변 전곡리 곳곳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연천 전곡리는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구석기 유적지다. 우리나라 선사문화의 보고이면서 세계 구석기문화 연구에 한 획을 그은 곳이다. 세계 고고학 역사를 다시 쓰게 했다.

이곳에선 매년 구석기축제가 열린다. 한반도의 구석기문화, 전곡리 유적을 어떻게 알릴까 고민하다 1993년 작은 축제로 시작했다. 처음엔 200여명이 모여 주먹도끼를 만들고, 석기로 돼지 삼겹살도 썰어 보는 등의 소박한 체험행사를 했다. 축제는 해를 더해 가며 프로그램이 다양해지고 인기도 높아졌다. 거의 매년 문화체육관광부 축제로 선정되면서 체험과 교육, 스토리가 있는 놀이가 어우러진 축제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연천 구석기축제는 올해 31회를 맞았다. 3~6일 20만㎡의 전곡리 유적에서 열린 축제는 ‘아슐리안으로부터의 주먹도끼 초대장’을 주제로 선사시대 체험과 전시, 공연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풍성했다. 축제는 어느 해보다 성공적이었다. 타임머신을 타고 30만년 전 선사시대로 떠나는 구석기축제는 이제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인 축제를 꿈꾸고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