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기후정치는 가능한가

경기일보 2024. 5. 7.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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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상 수원시민햇빛발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새로운 국회가 출범한다. 구도는 4년 전과 비슷하다. ‘촛불’의 열망이 민주당의 정치적 과점으로 투영됐던 상황을 단순한 승리로 오판한 ‘국회의원들’과 국정농단의 원흉이라는 심판대에서 다시 생존과 재기를 노려야 하는 구 정치세력의 싸움에서, 정치적 오판의 안일함과 생존의 절박함 사이에서 양날의 검으로 쓰인 소수의 정치 검사들이 국가 경영의 기회를 얻었지만 그 욕망과 실제 실력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가 만천하에 드러나게 된 결과다. 이런 유형의 얽힘이 역사적으로 반복될 소지는 있지만 시민들의 정치적 학습과 판단력과 결행 능력도 동시에 향상돼 민주주의 동학은 느리게나마 시민 주도로 바뀌고 있다.

밀도가 높은 에너지원을 계속 쏟아부어야 유지가 가능한 대량소비 산업생산 체제라는 지구적 공통의 기반 위에서 자원과 정치경제, 외교, 군사적 역학관계에서 생존 우위와 세계적 주도권을 차지하려는 관성적인 싸움은 계속되고 있다. 특정 국가 대 국가 간 벌어진 일로만 명명하기에는 곤란한 두 개의 ‘세계전쟁’이 이 같은 힘의 구도를 뒷받침하면서 민주주의는 각 국가 차원에서나 국제관계에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거기에 얹힌 ‘기후 위기’라는 난제는 관성적인 경쟁 구도 재편이 반복해 가능하게 했던 저렴한 화석연료와 자원 식민지가 더 이상 불가능하게 만들었고 그 지구적 무게로 인해 아예 새로운 문명의 창조를 강제하는 판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 지구적 무게 앞에서 아무리 인간이 위대한 지배종일지라도 몸과 자연을 통한 물질대사 활동을 산업혁명 이전으로 되돌릴 힘은 없다. 우리가 태워 사용하고 버린 화석연료는 지질 활동의 차원에서만 생성이 가능한 고밀도의 개념이고 에너지다. 그 시간만으로도 인류가 이룩한 역사와 문명에 영원의 시간이다. 그래서 태양, 바람과 같은 재생에너지를 ‘인간의 시간’ 또는 ‘현재의 시간’이라고 바꿔 말할 수 있다. 인간이 이 시간을 만들고 통제할 수는 없지만 측정하고 깨달을 수 있는 생명체인 건 분명하다. 그래서 어떤 특정 방향으로 행위를 줄이고 전환할 수는 있다. 우리가 정치를 이야기하고 그 실력을 판단할 수 있는 부분이다.

기후 정치를 겨루는 장 위에서 누군가는 생존으로 포장한 관성적 지배만을 주장하는 퇴행적 세력이 있을 것이고, 중간 위치에서 심판 행세나 하려는 자들이 있을 것이고, 어떤 것을 멈추거나 지속하고 또 필요한 새로운 행위를 만들고 실천하는, 새로운 균형점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역사의 시각에서 퇴행마저 밑거름으로 사용할 수 있다. 그나마 관성적 주도권 싸움이라도 선명하게 열심히 하기를 바란다. 기후 정치라는 새로운 토양을 일구면서 빠르게 성장을 멈춰야 할 것들과 지속해서 성장해야 할 것들, 좋은 삶을 위해 튼튼히 해야 할 사회 기반과 인간이 사회와 생명체로서 착근하고 있는 자연생태에 대한 인식과 태도로 함께 겨뤄보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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