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정부 “증원 관련 전문위 회의록 없을것”→“기록 있다”

이지운 기자 2024. 5. 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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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공백 혼란]
의료계 “의대증원 회의록 작성 안한 정부 직무유기”
공수처에 복지장관 등 고발 예고
서울의 한 의과대학 앞으로 시민이 지나고 있다. 2024.2.6. 뉴스1
정부가 의대 입학정원을 늘리는 과정에서 운영했던 각종 회의체 기록 작성 및 제출 여부를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등 의사단체에선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은 건 공직자들의 직무 유기”라며 관련자 고발 방침을 밝혔다. 또 회의록 작성 여부를 두고 말이 바뀌고 있다며 조작 및 은닉 가능성도 제기했다.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 등은 6일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박민수 복지부 2차관 등 고위공무원 5명에 대한 고발장을 7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정 전 대표는 “의대 증원이란 국가적으로 중요한 의사 결정을 한 회의에 대해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았다면 공직자들의 직무 유기”라고 주장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도 6일 성명을 내고 “정부는 의대 증원 및 배정 회의에서 회의록을 작성하지 않아 관련 법령을 위반한 담당 공무원을 법과 원칙에 따라 즉각 문책하고 사과하라”고 했다.

정부는 법적으로 회의록 작성 의무가 있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 회의록은 법원에 제출하겠다고 밝혔지만 보정심 산하 의사 인력 전문위원회(전문위)와 증원분을 각 대학에 배분한 정원배정심사위원회(배정위) 회의록 제출에 대해선 확답을 안 하고 있다. 또 두 회의체의 경우 회의록 존재 여부를 두고도 관계자들의 말이 바뀌며 의사단체의 의혹을 사고 있다.

의대증원 회의록 논란
주요 회의에도 회의록 작성 의무
의사단체 “전문위-배정위도 해당
없다면 직무유기, 숨겼다면 위법”
‘형식적 회의-밀실 결정’ 의혹 제기

“정부는 의료현안협의체, 의사 인력 수급 추계 전문가 포럼,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와 위원회 산하 의사 인력 전문위원회 등 다양한 협의 기구를 통해 37차례 의사 증원 방안을 협의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1일 대국민 담화에서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의대 증원 관련 의견을 수렴했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런데 최근 법원이 정부에 의대 증원 및 배분 결정 근거 자료와 관련 회의록을 제출하라고 요구하자 정부는 회의록 존재와 제출 여부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며 혼선을 자초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의사단체에선 “회의체는 형식적으로 운영하고 실제로는 밀실에서 증원을 결정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회의록 작성 의무 두고 법적 논란

공공기록물관리법 시행령은 ‘차관급 이상이 참여하는 회의’ 등에 대해 회의록 작성을 의무화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올 2월 6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주재해 2000명 증원 방침을 확정한 보정심은 회의록을 작성해 전자기록시스템에 등록해야 한다. 그런데 한 통신사는 5일 “복지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는데 보정심 회의록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고 보도했다. 이를 두고 위법 논란이 일자 복지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보정심 회의록은 존재하며 법원에 제출하겠다”고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대 정원이 확정되지 않아 (회의록을) 제공할 수 없다고 대응했는데 와전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시행령은 ‘그 밖에 회의록 작성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주요 회의’에 대해서도 회의록 작성을 의무화하고 있다. 의사단체는 전문위와 배정위의 경우 ‘주요 회의’에 해당된다는 입장이다. 7일 전공의와 함께 고발장 제출을 예고한 이병철 변호사는 “정부가 회의록을 만들지 않았다면 직무유기이고, 만들었다가 숨기거나 없앴다면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 “없다”, “있다” 입장 바꾸는 정부

정부의 오락가락하는 태도도 의혹을 키우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5일 “전문위는 의결기구가 아니어서 회의록이 없을 것”이라고 동아일보에 밝혔다. 하지만 6일에는 “속기록까진 아니지만 내용을 정리한 기록은 있다”면서도 제출 여부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배정위도 마찬가지다. 교육부 관계자는 4일 한 언론에 “전체 회의 내용과 위원 발언을 요약한 회의록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후 교육부는 “회의록 존재 및 제출 여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입장을 바꿨다. 회의록이 있다고 인정했던 교육부 관계자는 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회의 관련 내용을 정리한 건 당연히 있다. 다만 어떤 형식인지 등은 확인해 주기 어렵다”고 했다.

정부와 의협이 28차례 만나 협의한 의료현안협의체를 둘러싼 논란도 현재진행형이다. 정부는 당시 의협 지도부와 협의해 별도 회의록을 만들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의협 측은 회의록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공식 회의록 대신 내부 기록이라도 있으면 제출하면 된다. 우리도 필요하면 제출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투명 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의 정진임 소장은 “법적 의무가 없으면 회의록을 안 남겨도 된다는 발상 자체가 이상한 것”이라며 “의대 증원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현안인 만큼 주요 의사 결정 과정을 당연히 기록물로 남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여근호 기자 yeoroot@donga.com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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