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대현의 마음속 세상 풍경] [179] 한 달에 5분만 행복해도 나쁘지 않은 인생
최선을 다해 살고 있는데 과거보다 행복하지 않다는 호소를 자주 듣는다. 행복이란 게 무엇일까, 독서를 하다 흥미로운 내용을 접했다, 사람들이 행복을 주관적인 감정으로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 17~18세기 이후이고 점차 강화되어 지금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 이전의 행복은 객관적인 평가였다는 것이다. 감정 상태와 상관없이 그 사람이 가치 있게 살고 있다고 주변에서 평가하면 그것이 행복이었다는 이야기다. 지금은 주괸적인 감정을 행복감으로 여기는 알고리즘에 워낙 익숙하다 보니 앞의 이야기가 진짜인가 싶다.
아래 표는 x축은 객관적인 행복(가치라고 표현하겠다)이고 y축은 주관적인 감정적 행복이다. 삶이 가치 있으며 주관적인 행복감도 큰 A 상태라면 최상일 것이다. 우리가 꿈꾸는 바이다.
최선을 다해 사는데 행복하지 않다는 분에게, ‘우리의 영웅, 이순신 장군님은 어디에 속하실 것 같은가요’란 질문을 종종한다. 좀 고민하다 B란 대답을 대부분 한다. 이순신 장군을 당연히 직접 뵌 적은 없지만 끝없는 전투에 모함까지 받은 것을 생각하면 그렇게 주관적 감정이 즐겁고 행복하진 않았을 것 같다. 물론 A의 순간도 있었겠지만 대체로 B의 영역이었을 것이다. C로 사는 것도 좋지 않겠냐는 질문도 받는데 마음을 비우고 최선을 다하자는 측면에서 그런 마음으로 사는 것은 좋지만, 실제로 내 마음의 가치 설정을 바꾸기도 어렵고, 삶의 가치를 향해 열심을 다하지 않는다고 감정적 행복이 증가하지는 않는다.
이순신 장군 같은 영웅은 아니지만 우리도 최선을 다해 살고 있다면 객관적 가치 측면에서 행복한 사람이다. 가치가 감정은 아니지만 가치를 감정처럼 느끼는 연습이 필요한 시기라 생각된다. 영 즐거운 감정이 별로 안 생기는 요즘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한 달에 합산해 5분만 행복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자’란 이야기를 자주 한다. 여기서 행복은 주관적 감정을 이야기한다. 한 달에 5분이면 너무 짠듯하지만 오히려 이렇게 감정보다 가치 중심적으로 삶의 기준을 잡을 때 역설적으로 주관적 행복감도 잘 찾아온다.
결혼을 반대했다고 일년을 연락을 끊은 아들로 마음이 상한 어머니가 계셨다. 아들이 결혼 날짜를 잡았다며 찾아왔는데, 울화가 치밀었지만, 필자의 조언대로, 꾹 참고 축하해주는 연극을 했다고 한다. 연극이 아니라고 말씀드렸다, 내 맘과 다른 의견을 수용하는 것이야말로 가치 있는 ‘찐사랑’이라고, 그리고 그 찐사랑 덕분에 사랑하는 아들을 볼 수 있어 마음도 행복도 커지실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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