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530] 라비니아 폰타나와 자녀들
당대 이탈리아 최고의 화가였던 라비니아 폰타나(Lavinia Fontana·1552~1614)가 그린 로마 귀부인 비앙카 마셀리와 자녀들이다. 이들의 호화로운 차림새뿐 아니라 폰타나에게 초상화를 주문했다는 걸 봐도 이 집안의 부를 짐작할 수 있지만, 21세기 대한민국 기준으로는 다자녀만으로도 이미 부자 인증이다.
여성의 사회 진출을 상상도 못하던 시절에 폰타나는 볼로냐 최고 화가의 딸이었던 덕에 재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딸의 천부적 소질을 일찍 알아본 부친은 제자와 폰타나를 맺어주며 결혼 후에도 부부가 친정에 살면서, 남편이 아내의 활동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아니나 다를까 폰타나 앞으로 귀족들이 줄을 서서 초상화를 주문했고, 폰타나는 마침내 교황의 요청으로 로마까지 진출했다. 그 와중에 폰타나가 아이를 열한 명이나 낳은 건 집안일에 고객 관리까지 맡았던 남편 공이 크다.
그림 속에는 같은 옷을 입은 다섯 아들과 혼자 다른 옷을 입고 엄마 손가락과 강아지 발을 앙증맞게 꼭 잡은 딸이 있다. 이 아이만 머리 위에 이름 ‘베르지니아’를 쓰고, 호신용 부적으로 빨간 산호를 걸어준 걸 보면 특별히 딸의 건강을 기원했던 게 틀림없다. 서른 중반이던 비앙카는 사실 열여덟 명의 아이를 낳았지만 대부분을 어릴 때 잃었다. 사정은 폰타나도 다르지 않아서, 그녀의 자녀 중 셋만 부모보다 오래 살았다. 불행히도 비앙카는 이듬해 열아홉째 아이를 낳다 사망했다. 이 그림은 베르지니아의 후손들 사이에서 수백 년간 전해지다 올해서야 대중에 공개됐다. 자식은 하나든 열이든 모두 소중하다. 아이가 많든 적든 낳고 키우는 건 고되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에 챙겨야 할 대상이 있다면 그걸로도 큰 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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