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시선] 소멸해가는 고향, 이대로 지켜볼 것인가

김명선 2024. 5. 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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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선 강원특별자치도 행정부지사

94.69%.

지난 4월 10일 필자의 고향 양양에서는 국회의원 선거와 함께 군의원 보궐선거가 치러졌다. 해당 선거구는 손양·현북·현남면 3개 면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지역에서는 선거 결과 누가 당선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컸겠지만 필자가 우선 관심을 둔 것은 바로 유권자 비율이었다. 처음 위 94.69%의 유권자 비율을 보았을 때는 혹시 잘못 본 것 아닌가 할 정도로 내 눈을 의심했다. 이 수치는 18세 이상 유권자 수가 무려 95%에 달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반대로 17세 이하 인구가 5%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 기대수명이 약 83세라고 봤을 때, 0∼17세 인구 비율이 정상적이라면 20% 내외가 되어야 한다. 지방소멸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아주 명료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앞으로 10년, 20년 뒤의 고향을 생각해 보면 절망감을 넘어 공포감이 몰려온다.

지역소멸 문제의 핵심은 사람들이 떠나고 새로운 세대가 태어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그리고 이제 많은 사람이 인식하고 있는 듯하다. 지역소멸의 끝은 결국 국가소멸이라는 것을. 국가소멸은 구성원 모두의 불행으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국가가 불행해질 때 국민의 삶이 어떻게 되는가는 역사가 수없이 증명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면 왜 이 지경까지 왔는가. 필자의 기본적인 인식은 이렇다. 국가 사회의 구성원들이 인구소멸이 초래할 문제를 나의 문제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인구문제의 속성 때문이라고 본다. 마치 지구온난화 문제의 속성과도 비슷하다. 두 문제 모두 내 자신의 문제로 인식하기에는 너무나 막연하고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문제의 심각성을 누구나 느끼는 시점에서는 해결하기에 벌써 너무 늦어버리게 된다. 어쩌면 바로 지금이 그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물이 서서히 데워지는 냄비 속 개구리가 제 몸이 익어가는 줄도 모르고 있다가 최후를 맞게 된다는 우화처럼 인구소멸과 지구온난화 문제는 우리를 ‘방심’이라는 무기로 무장 해제시킨 다음 파멸로 이끈다.

그렇다고 우리가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국가나 지자체 차원에서 할 수 있는 한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낳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출산 대책을 국가나 지자체 차원에서 펼쳐왔고 지방을 떠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해 왔다. 지역소멸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인구소멸의 정도가 높은 지역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필자도 행정안전부 지역발전국장으로 재직하면서 89개의 인구감소지역 지정, 연간 1조 원씩 10년간 총 10조 원의 지방소멸대응기금 운영방안 마련, 고향사랑기부제 도입 등의 업무를 추진했다. 한때 이러한 정책의 실무 담당자로서, 그리고 현재 지방현장에서 지역소멸을 막아보려고 안간힘을 다하는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입장에서, 이런 정책들이 소기의 정책효과를 거둘 수 있기를 절박한 마음으로 기원해 본다.

특히 고향사랑기부제에 대해서는 더 애정을 갖게 된다. 인구문제는 정부나 지자체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고 민간의 자발적 참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원래 고향사랑기부제는 민간의 자발성에 기초한다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 유사한 제도가 시행된 것을 국내실정에 맞게 도입 시도를 한 것으로서, 고향을 사랑하는 출향인들의 심리에 기대고, 고향은 아니지만 특정 지역을 위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서 지역에도 도움이 되고 기부자 자신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가도록 설계된 제도다. 고향사랑, 지역사랑에 따른 자발적 기부금 납부를 통해 기부를 받는 지역은 지역발전과 지역민의 복리증진에 쓰일 재원을 마련할 수 있고, 기부자에 대한 답례품 제공을 통해 지역 생산품의 판매촉진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기부자는 세제 혜택은 물론 답례품을 총 기부액의 30% 범위 내에서 받을 수 있다. 한마디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제도다.

이러한 고향사랑기부제를 통해 지역 사랑을 실천하려는 움직임이 서서히 일고 있는 듯하다. 지난 4월 29일 양양군청에서 있었던 고향사랑기부금 전달식도 그 일환으로 시행됐다. 재경양양군민회, 강원도청에 재직하는 양양 출신 공직자들이 십시일반 기부금을 모아 고향에 전달한 것이다. 이러한 기부행사가 도내 타 지자체에도 확산해 더욱 많은 사람들이 고향사랑기부제에 동참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2년 차를 맞는 이 제도가 하루빨리 정착해 지역을 살리는 마중물 역할을 하기를 기대해 본다. 

#고향사랑기부제 #지역소멸 #지자체 #유권자 #인구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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