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기름지고 자극적인 음식… ‘가슴앓이’ 부른다 [건강+]

정진수 2024. 5. 6.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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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0명 중 1명 ‘위식도역류질환’
가슴 통증·가슴 쓰림·신물 등 증상
병원 찾은 환자 10여년 새 75% ↑
위산·위 속 내용물 식도 역류 원인
심할 땐 협착·식도암 등으로 이어져
맵고 짠 음식이나 술·커피 줄이고
과식·폭식·야식 등 식습관 개선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살이 부쩍 찐 30대 직장인 A씨는 지난해부터 식사 후엔 늘 소화제를 먹는 습관이 생겼다. 가슴 답답한 느낌과 신물이 올라오는 것이 반복된 탓이다. 그러다 올해 초 받은 건강검진에서 역류성식도염 진단을 받았다. A씨는 “눕거나 앞으로 구부리면 어김없이 신물이 올라오거나 불편감이 있어 소화불량으로 생각했다”며 “현재는 약물 복용과 함께 다이어트도 병행 중”이라고 말했다.

위식도역류질환은 위산이나 위 속의 내용물이 식도까지 역류하며 발생하는 질환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위식도역류질환(K210·K219)으로 병원을 방문한 환자 수는 한 해 528만8858명(2022년 기준)에 달한다. 전체 국민 10명 중 1명 이상꼴이다. 이는 2010년 301만5985명에 비해 75.4%나 증가한 수치로, 증상이 경미해 병원을 방문하지 않은 환자까지 감안하면 실제 환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선진국에서는 유병률이 30∼40%에 달한다. 과식·폭식·야식·스트레스 등이 위험 인자로 작용한 탓이다.

◆과식에 괴로운 위

식도와 연결된 위는 그 사이에 ‘식도 조임근’이 있는데, 음식을 삼키거나 트림할 때만 열리고 평상시에는 내용물이 나가지 못하도록 꽉 닫는 역할을 한다. 이 식도 조임근 힘이 약해져 열리면 위액이 거꾸로 식도를 타고 올라가게 돼 위식도역류질환이 생긴다. 역류가 잦고 심해 위산과 위 속 내용물이 식도 점막을 자극하면 통증과 함께 심하면 식도염, 식도궤양, 협착 식도궤양, 협착 등으로 이어진다.

주요 증상으로 가슴 뒤쪽 부위에서 타는 듯한 통증, 가슴 쓰림, 신물 등이 나타난다. 특히 누운 자세에서 역류가 발생해 수면 중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많다.

대전을지대병원 소화기내과 김주석 교수는 “속 쓰림과 목에 느껴지는 지속적인 이물감, 가슴 통증, 기침 외에도 양치질을 자주 해도 구취가 지속하거나 트림이 빈번한 것도 위산 역류로 인한 증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경미한 위식도역류질환은 약물치료로 많이 호전되지만 난치성 위식도역류질환의 경우는 수술도 고려할 수 있다.

식도염이 오래 반복되면 식도가 좁아지는 협착, 출혈, 바렛 식도와 식도선암 등으로 연결될 수도 있다. 위식도역류질환이 흔한 서구에서는 위암보다 식도암이 더 많이 발생한다.

김 교수는 “오랜 기간 위산 역류로 식도의 상피세포가 변형되면 ‘바렛 식도’로 전환될 수 있는데, 바렛 식도가 이형성 단계를 거쳐 식도암으로 진행될 위험이 있다”며 “동양에서는 바렛 식도 유병률이 서양처럼 높지 않아 크게 걱정할 필요 없지만 그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은 알아두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가슴 통증 없지만 기침·인후통 있다면

역류한 위산이 식도를 지나 목까지 넘어와 ‘인후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후두 역류질환은 가슴 쓰림, 신트림 증상 대신 목 이물감과 인후통, 만성기침, 쉰 목소리와 잠긴 목소리, 잦은 기침 등이 대표적으로 나타난다.

노원을지대병원 이비인후과 정아라 교수는 “성인의 식도는 일주일에 50회 정도의 위산(pH 4 이하) 역류를 견딜 수 있다”며 “그러나 후두 점막은 위 내용물에 대한 취약성과 민감성 때문에 일주일에 3차례 위산 역류만으로도 심각한 후두염증과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역류질환은 위산 분비 억제제 외에 생활습관도 함께 개선해야 한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다.

무엇보다 음식을 많이 먹으면 위산 분비가 많아지는 만큼 과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기름진 음식, 매운 음식, 초콜릿, 커피와 술도 식도 조임근의 기능을 약하게 하는 만큼 멀리해야 한다. 비만, 특히 복부비만은 위산 역류 질환 발생의 위험인자인 만큼 개선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전문가들은 최근 젊은층에서 유행하는 대창·불닭볶음면 먹방, ‘대식 챌린지’ 등 자극적인 음식과 과식을 조장하는 먹방에 우려를 표한다.

정 교수는 “인후두 역류질환은 가슴 쓰림이나 신트림 등 이전에 없던 현저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초기에 알아차리기 어렵다. 이 때문에 증상이 어느 정도 심해지거나 계속될 때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정 교수는 “위산과 내용물이 식도 역류 식도 외에 비인두, 비강에 닿으며 축농증과 재발성 중이염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성대를 지나 기관지나 폐 등까지 가면 폐섬유증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증상이 2주 이상 지속하면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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