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전년 동월 대비 자살 사망자 증가세 ‘코로나19 팬데믹 회복기’ 상대적 박탈감 원인으로 지목 OECD 자살률 1위라는데…자살예방 예산은 미흡
‘1174명’
지난 2월 한달 동안 한국에서 자살로 사망한 사람의 수다. 일년 전과 비교했을 때 자살 사망자가 100명 넘게 증가했다. 올해 들어 달마다 자살 사망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선 코로나19 팬데믹 회복기에 접어들며 상대적 박탈감이 커진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사회 전반의 회복 분위기 속에서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 취약계층의 절망은 더 커졌다는 것이다.
통계청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사망원인통계’를 보면 올해 1월과 2월 자살 사망자 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때 크게 늘었다. 지난 1월 자살 사망자 수는 1316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29명(33.3%) 증가했고, 지난 2월 자살 사망자 수는 1174명으로 112명(10.5%) 증가했다.
자살 사망자 증가를 두고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한국자살예방협회는 지난달 4일 긴급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협회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자살의 증가가 지난달(3월) 통계청에서 발표한 1월 자료에서 더욱 증가함에 따라 그 심각성을 알리고 대책을 촉구하고자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이어 “한국자살예방협회를 비롯한 여러 전문가들은 코로나 회복기에 자살의 증가를 경고해왔다”며 “회복기에도 경제적 어려움이 해소되지 않는 상황에서 취약계층의 절망감, 청소년과 청년의 정신건강 문제 등 다양한 원인이 관여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자살 사망자 증가 현상을 풀이했다.
남성 자살 사망자가 큰 폭으로 증가한 것 역시 주목할 대목이다. 지난 1월 자살 사망자 중 남성은 989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300명(43.5%) 증가했고, 2월 자살 사망자 중 남성은 866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88명(11.3%) 증가했다. 1월 9.7%, 2월 8.5%인 여성 자살 사망자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과 비교했을 때 차이가 두드러진다.
남성 자살 사망자의 증가가 두드러진 이유를 두고 지난해 12월 배우 이선균씨 사망이 거론된다. 협회는 “이선균씨의 자살사망과 관련한 보도가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러한 관련성이 입증되려면 경찰이 (자살 사망자에 관해) 조사한 사망원인, 나이, 직업, 수단, 장소 등에 대한 분석이 시행돼야 한다”며 “그러나 현재까지는 통계청은 자살 잠정치의 전체 숫자와 남녀비율만 공개하고 있어 추가적인 분석은 민간에서는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자살예방 관련 예산은 해마다 소폭 늘고 있지만,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정리한 OECD 자살률 통계를 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자는 24.1명으로 OECD 내에서 압도적인 1위다.
같은 시기 일본은 인구 10만명당 자살 사망자가 15.4명으로 한국보다 적었지만, 자살예방 관련 예산은 월등히 많았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1월 발간한 ‘2024년도 예산안 심의결과’를 살펴보면 정부의 자살예방 관련 사업으로 확정된 예산은 총 603억원가량이다. 이는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이 2021년 일본의 자살예방 관련 예산으로 추산한 8300억원의 7.3% 수준이다.
봄철 자살률 증가 경향을 고려했을 때 올해 3월과 4월의 자살 사망자 증가 폭은 1월과 2월보다 더 커질 수도 있다. 협회는 “봄은 우울증과 기분장애가 가장 많이 발생하고 자살률이 가장 증가하는 시기”라며 “현시기 자살의 증가를 국가적 위기로 규정하고 정부와 지자체는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책 등을 중심으로 한 적극적인 자살예방대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