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냉전 프레임 탈피… 글로벌 사우스와 협력 힘 쏟아야” [심층기획-윤석열정부 2년 평가]
美·日 제외 주변국 외교 소극적 대응
가치 밑에 깔린 국익 챙길 준비 숙제
美·中진영 내 다자주의 틀 안에서
한국, 동북아 주도 역할 보여줄 필요
한·러 관계 개선 등 외교 실용화
정부·민간 차원 다함께 노력해야
◆한국의 역할·목소리 더 고민해야
현재 한국이 놓인 지정학적 위치에서 미국 중심 동맹의 필요성은 거의 모든 전문가가 동의했다. 문재인정부 때 한·미동맹과 한·일관계가 실질적 어려움을 겪었던 것을 모두 복원하고 강화했다는 점에서 윤석열정부의 공(功)을 평가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북한학)는 윤석열 대통령의 2년 연속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거론하며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동료 국가 간 협력 수준을 높였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교부를 비롯해 어디서도 대중, 대러 관련 플랜을 내놓은 것이 없다”며 “이 정부는 외교부 위주로 세련된 정책을 추진했지만, 막상 추동력, 행동력에서는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외교를 원론 이상의 실리로 발전시키고, 보다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결과가 나와야 한다고 양 연구위원은 조언했다.
윤석열정부의 외교 기조가 계속 호응을 얻으려면 우리의 역할과 목소리를 더욱 부각해야 한다는 제언이 많았다. 김상배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미국이 만드는 전체적 동맹 구도 안에서 우리가 무엇을 할 것이냐, 가치 밑에 깔린 국익을 섬세하게 챙기는 준비가 얼마나 되어 있느냐가 숙제”라고 말했다.
대일 외교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지난 2년 윤석열정부는 대일 관계 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를 마련했지만, 양국 간 논란인 일본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 배상 문제와 관련해서는 일본 기업의 사죄나 배상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는 한계도 존재하고 있다.
한국 외교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전문가들은 ‘신냉전’ 너머를 볼 것을 주문했다. 홍 실장은 “진영화된 구도에서 양자적으로 풀 수 있는 방법은 희박해졌다”며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화에 너무 편승해서 간격을 넓히는 접근보다는 양 진영 내 다자주의 틀 내에서 한국이 동북아에서 주도적으로 나간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 전 국립외교원장은 “현재 국제질서에는 미·중 신냉전과 함께 훨씬 더 다극화되고 힘이 커진 글로벌 사우스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며 “신냉전만 보고 시대의 한쪽만 선택하는 건 과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제무대에서 ‘변수’가 되려면 외교를 다변화하고 실용화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다.
김상배 교수도 “신냉전 프레임은 우리에게 절대 도움이 안 된다”며 “우리가 좌표 찍을 데도 없고, 중간에 끼는 새우 신세가 될 뿐”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싸운다고 하지만 완전히 파장은 내지 않는 건 경쟁하면서도 협력하고 상생하는 것이 구조적 트렌드가 됐기 때문”이라며 “어느 한쪽에 붙는 단순한 프레임은 이미 대세가 아니며, 복합 지정학적 양상으로 위기 지성을 발휘해 헤쳐나가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얼어붙은 한·러 관계의 개선은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주러시아 대사를 역임했던 정태익 전 청와대 안보수석은 “러시아를 잘 활용하면 통일에도 가까워지고 에너지 확보를 할 북방 루트가 열리는 유리한 위치에도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외교 수단은 다양한 만큼 정부가 직접 나서기 힘들다면 민간 차원에서라도 나서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정 전 대사는 덧붙였다.
다른 견해도 있다. 러시아 출신 한반도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교양대학)는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한국이 다른 충돌과 대립에 연루될 가능성이 큰데, 중립외교나 한국식 등거리 외교를 시도하는 것 또한 안보에서 심한 손해를 입을 위험이 있다”며 “어느 쪽도 쉽지 않은 선택이며, 앞으로 수십 년은 극단적으로 보면 1920∼30년대의 세계와 유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지혜·김예진·구현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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