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매캐한 세상 바꿀 CCUS 기술

2024. 5. 6. 18:2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용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CO₂지중저장연구센터장

필자는 소위 38선에서 조금 더 위쪽에 있는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두어 집 건너 할아버지 댁에 가면 배나무가 있었는데 추운 날씨 때문에 혼자 먹기에도 작은 크기였던 것이 기억난다. 40년 전 추억 속 고향 마을은 추워서 사과는 꿈도 꿀 수 없었는데 이제 그 지역 특산물이 되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50년 후에는 우리나라에서 사과 재배지가 사라진다는 뉴스를 마주하고 있을 정도로 지구 기후는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에너지를 적게 소비하는 것이다. 원전이 역할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력의 절반 이상이 석탄, 석유, 쳔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로 생산되고 있다. 전기차를 충전하기 위한 전기도 대부분 화석연료로 만들기에 배출장소가 달라질 뿐 마찬가지이다. 그렇다고 갑자기 화석연료 사용을 완전히 중단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항공기나 선박은 배터리로 해결될 수 없으며 생활 소재 대부분이 화석연료에 기반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는 태양이 떠 있는 시간과 바람이 부는 동안에만 발전에 사용될 수 있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화석연료의 사용이 필요하다.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대기에서 분리하기 위해서는 이를 활용하거나 대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공간에 저장해야 한다. CCUS는 '이산화탄소 포집, 활용 및 저장'(CO2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의 약자다. 발전소,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 공장 등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분리해 활용(CCU)하거나, 파이프라인 또는 선박으로 수송해 1000미터 이상 깊은 심부 지층에 저장(CCS)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이 과연 가능하냐고 묻는 분이 계시겠지만 석유나 천연가스를 생산하는 대신 생산이 종료된 구조에 이산화탄소를 주입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석유를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산화탄소를 50년 이상 지층에 주입해왔다. 2023년 기준 연 4000만톤 이상의 이산화탄소가 심부 지층에 주입됐다. 노르웨이 슬라이프너 프로젝트는 1996년부터 3000만톤 가까이 안전하게 저장하고 있다.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개별 기술들이 모두 중요하지만 '탄소중립'이라는 키워드와 맞물려 CCUS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방송과 과학 유튜버들이 앞다퉈 이 기술을 다룰 정도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우리 정부도 2050년 탄소중립과 2030년 국가온실가스 목표를 2018년 대비 40% 감축하겠다고 선언했다. 2030년 기준 CCUS 기술에 의해 연간 1120만톤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울릉분지와 군산분지를 활용한 국내 CCS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최근까지 천연가스를 생산하던 동해 가스전을 이용한 CCS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해외 저장소로 수송·저장하는 국경통과 CCS 사업도 활발하게 추진 중이다. 국내에서 수소를 생산하고 이때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선박을 통해 호주를 경유, 동티모르에 저장하는 블루수소 프로젝트와 국내 발생 이산화탄소를 말레이시아에 저장하는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필자가 처음 CO2 지중저장 연구에 참여하기 시작했을 때는 CCS 전체비용을 이산화탄소 톤당 50달러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목표가 필수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100달러 수준에서도 가능해 보인다. EU의 배출권 거래 시장의 가격이 100유로를 찍기도 하였으며 온실가스 감축량이 늘어나야 하는 상황임을 고려할 때 배출권 가격 또한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국내에서 대규모 저장소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지층에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이산화탄소를 주입하고 저장할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국내 대륙붕 저장소 탐사에 기여한 해저물리탐사연구선 '탐해 2호'에 이어 곧 취항을 앞둔 '탐해 3호'를 이용한 대륙붕 저장소 탐사사업을 통해 '안전과 효율'의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기 위한 여러가지 기술을 개발하고 국내외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는 최선의 몇 개의 기술이 아닌 모든 기술들이 상호보완적 입장에서 활용되어야 한다. 그 가운데 CCUS 기술이 우리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핵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