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사진 속 이슈人] 파나마 대선, 우파 물리노 승리에 환호하는 지지자들

강현철 2024. 5. 6.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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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형 확정된 '부패 前대통령' 대체해 대선 나서 승리…경제재건 공약
아르헨티나에 이어 우파 당선으로 '핑크 타이드' 제동
5일(현지시간) 진행된 중미 파나마의 대통령 선거에서 중도 우파인 호세 라울 물리노 후보의 당선이 유력하다는 출구조사 결과에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파나마시티 AP 연합뉴스

북아메리카 최남단으로 중미 파나마 지협에 위치한 파나마는 서쪽으로는 코스타리카, 동쪽으로는 콜롬비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습니다. 태평양과 대서양을 연결하는 파나마 운하가 설치돼 있어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나라로 꼽힙니다. 국토 면적은 한반도의 약 3분의 1 수준인 7만5000㎢. 파나마에서 임기 5년의 대통령을 선출하는 투표가 5일(현지시간) 진행됐습니다. 인구 420만명의 파나마 국민들은 이번 선거에서 경제 활성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건 중도우파 야당 후보를 차기 대통령으로 선택했습니다.

파나마 선거재판소(TE)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 50분 개표가 85.9% 진행된 가운데 목표실현당(RM)의 호세 라울 물리노(64) 후보가 34.4%를 득표해 당선을 확정지었습니다. 부패 척결을 '0순위' 공약으로 내건 중도파의 리카르도 롬바나(50) 후보는 25%대 득표율로 '깜짝 2위'에 올랐습니다. 중도좌파 여당 소속인 호세 가브리엘 카리소(40) 후보는 한 자릿수 득표율에 그쳤습니다. 현지 일간지 라프렌사는 광범위한 공직부패, 외국인 투자 감소, 공공부채 증가 등 라우렌티노 코르티소(71) 현 대통령 심판론이 이번 대선판을 좌우한 결정적 변수가 됐다고 보도했습니다.

파나마에서도 중도 우파가 승리하면서 '핑크 타이드'(온건 좌파 정권 물결)로 표현된 중남미 국제정치 지형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2018년 멕시코를 시작으로 볼리비아, 칠레, 콜롬비아, 브라질, 과테말라 민심이 수년 새 잇따라 '좌향좌'하면서 좌파 정부를 선택했지만, 최근 들어선 아르헨티나(하비에르 밀레이)·에콰도르(다니엘 노보아)·엘살바도르(나이브 부켈레·재선)에서는 우파 후보가 잇따라 대통령에 당선됐습니다.

오는 7월 1일 취임하는 물리노 당선인은 치안부 장관, 법무부 장관, 외교부 장관 등을 역임한 변호사 출신 관료입니다. 애초에는 두번째 집권을 노리던 리카르도 마르티넬리(72)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이번 선거에 뛰어들었습다. 마르티넬리 전 대통령은 처음엔 부통령 후보로 자기 부인을 지명했다가 철회하고 물리노와 손을 잡았습니다. 그러나 마르티넬리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2009∼2014년) 저지른 국가 예산 전용 및 횡령 등 혐의에 대해 지난 2월 유죄 확정판결을 받으면서 대선 후보 자격을 상실했고, 부통령 후보였던 물리노가 대신 대통령 후보로 나서서 지지세를 그대로 이어받았습니다.

대중적으로 인기를 구가하던 마르티넬리 전 대통령은 투옥을 피해 니카라과에 망명을 신청한 뒤, 파나마시티 소재 니카라과 대사관에서 지내면서 온라인을 통해 물리노 후보의 선거 운동을 도왔습니다. 물리노 후보는 대통령 후보직을 대체하는 과정에 후보 자격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으며 선거 이틀 전에야 대법원으로부터 대선 후보 자격을 인정받았습니다.

당선인은 이날 투표 직후 니카라과 대사관에 머무는 마르티넬리 전 대통령을 찾아 자신이 당선될 경우 이후 정국 운영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는 대통령 취임 이후 마르티넬리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크다고 라프렌사와 TVN 등 파나마 언론들은 내다봤습니다.

물리노 당선인은 대규모 토목 공사(철도 건설)를 통한 일자리 창출, 친(親)미국 기조를 토대로 한 시장 친화적인 경제 정책, 지난해 '미국행 이민자' 50여만명 이상이 통과한 다리엔 정글 국경 폐쇄 등을 공약하고 있습니다. 경제 성과 면에선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는 마르티넬리 전 대통령의 정책을 대거 차용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파나마 건설회의소(CAPAC)에 따르면 건설 분야는 전통적으로 파나마 국내총생산(GDP)의 20%에 육박할 만큼 내수 활성화의 핵심 동력이지만, 팬데믹 기간 건설업 생산성은 GDP 대비 10%대 초반에 머무르며 침체기를 겪었습니다.

'차기 정권에 바라는 점'에 관해 묻는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 3분의 1 이상이 경제 성장을 꼽았다. 마르티넬리 전 대통령 재임 당시 운하 확장과 지하철 건설 등 건설 붐으로 인한 경제 성장의 부활을 바라는 유권자들의 기대도 크다고 AFP통신은 보도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 업체들의 현지 진출 기회도 늘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습니다. 파나마에서는 이미 현대건설이 2020년에 25억 달러(당시 3조3000억원 상당) 규모 메트로 3호선 사업(총연장 26.7㎞)을 수주한 바 있는데, 이 사업비는 파나마 인프라 공사 중 최대였습니다.

주민 건강권 훼손 등의 문제로 폐광 결정을 받은 '미네라 파나마' 구리광산에 대해 기존 결정을 뒤업는 다른 판단을 내릴지도 주목됩니다. 미네라 파나마는 캐나다 기업인 퍼스트퀀텀미네랄(FQM) 90%·한국광해광업공단 10% 지분으로 구성돼 개발에 나섰으나 현 정부에서 폐광이 결정됐습니다. 강현철 논설실장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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