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도어스테핑과 기자회견

김미경 2024. 5. 6. 18:2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미경 정치정책부 차장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한다.

김수경 대통령실 대변인은 6일 브리핑에서 "윤대통령은 9일 오전 대통령실에서 취임 2주년을 가질 예정"이라며 "기자회견에 앞서 먼저 집무실에서 영상을 통해 앞으로 3년 국정운영 계획을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 대통령실 출입기자들 사이에서는 4·10 총선이 끝난 뒤 윤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할 것인지 설왕설래가 많았다. 대체로 '할 것이다'보다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라는 예측이 많았다.

윤석열 정부는 여소야대라는 태생적 한계점을 안고 출발했다. 윤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여성가족부 폐지 등을 포함한 정부조직법 개정부터 정부 기조에 맞춰 법인세 등을 인하다는 조세 관련법 개정, 우주항공청 설립법 등등 주요 법안이 번번히 국회에서 가로막히는 일이 다반사였다. 윤석열 정부의 후반기 3년을 함께 할 22대 국회에서 반드시 여소야대 정국을 타개한다는 게 정부·여당의 최대 목표였지만 국민들은 21대 국회보다 더 야당에 힘을 실어준 22대 국회를 탄생시켰다. 지지율이 바닥을 찍어도 반응하지 않던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도 총선으로 표출된 민심에는 '겸허히 받아들여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게 자리 잡았다.

가장 크게 달라진 이는 윤 대통령이다. 이관섭 전 비서실장 후임인 정진석 비서실장을 윤 대통령이 직접 소개하는 깜짝 브리핑을 했을 뿐만 아니라 기습적으로 기자들의 질문도 받았다. 그러더니 같은 날 홍철호 정무수석을 소개하는 자리에도 등장해 연이어 질문응답을 했다. 윤석열 정부 5년동안 보기 어려울 것이라 짐작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일 대 일 단독회담도 성사됐다. 회담이 끝난 뒤 이 대표가 '답답했다'는 소감을 남기기는 했지만 출범 2년 만의 첫 걸음이라는 점에서는 후한 평가를 받았다.

윤 대통령의 변화를 이끌어낸 저변에는 '윤 대통령=불통'이라는 이미지를 벗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을 것이다. 190석이 넘는 야당의 눈치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은 윤 대통령에게 소통하는 대통령이라는 반전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지름길이다. 대통령실이 기자회견에서 주제, 형식, 내용 등을 제한하지 않고 질문을 받겠다 한 것 역시 그 연장선으로 생각할 수 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가급적이면 자유롭게 기자회견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아마도 진행 방식은 윤 대통령의 첫 기자회견이자 마지막 기자회견이었던 2022년 8월17일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20분 가량 모두발언을 하면서 취임 100일 성과를 소개했고, 30여분간 기자들로부터 질문 12개를 받았다.

이번 기자회견에서는 부인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명품가방 수수 논란과 제2부속실 설치, 해병대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비롯한 재의요구권 행사 법안, 민정수석실 역할을 할 법률수석실 신설 등 대통령에게 민감한 질문이 쏟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렇지만 '제한없는' 기자회견이라는 대통령실의 설명에 기대감이 커진 만큼 우려도 커졌다. 윤 대통령은 정 실장과 홍 수석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즉석 질문을 받기는 했지만, 2개에 그쳤을 뿐 아니라 사전에 질문할 기자가 정해져 있던 것 아니냐는 뒷말도 있었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 때도 질문 기회가 모든 출입기자에게 두루 돌아가지는 못했다.

대통령 근접 취재가 가능한 일명 '풀단' 매체와 그렇지 못한 '비풀단' 매체 사이에는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한다. 비풀단 매체 소속 기자들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 참석조차 못하는 상황이었다가 기자회견 당일 그것도 시작하기 직전에서야 거의 '참관'만 허용됐다. 지난해 5월 용산 어린이정원 개관을 앞두고 가진 윤 대통령의 깜짝 간담회에서 역시 '풀단' 매체 중에서도 간사 역할을 하는 매체만 헤드테이블에서 대통령에게 질문을 할 기회를 얻었다.

기자회견을 한다는 소식에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이 떠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출근길부터 '바이든-날리면 논란'으로 중단된 2022년 11월까지 총 61회 출근길 문답을 했다. 기자들이 윤 대통령의 출근 동선에서 기다리면 윤 대통령이 잠시 멈춰 짧게는 한두개, 많게는 서너개 이상 질문에 답해줬다. 그야말로 격식도 형식도 내용도 정해진 게 없을 뿐더러 차별도 없는 자유로운 질의응답이었다.

윤 대통령은 출근길 문답이 중단된 뒤 (마음이 편해) "살이 쪘다"고 우스갯소리를 하긴 했지만 기자들에게는 매우 값진 경험이자 기회였다. 도어스테핑과 같은 기자회견을 기대한다면 욕심이려나.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