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미로 편 ‘정성’ 어린이날 선물, 익명 천사 올해도…장애아 둔 수급자 가장 폐지 팔아 기부

이승륜 기자 2024. 5. 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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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폐가 구겨져서 다리미로 한 장씩 피고 했습니다. 적은 금액이라도 받아주세요."

어린이날 연휴 마지막 날인 6일 익명의 기부자가 경찰에 "불우한 가정에 전달해 달라"며 선물 상자를 놓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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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천지구대에 선물 상자 두고 급히 사라져
지난해 비슷한 방식으로 7차례 사랑 전달
과자 옷 선물과 함께 현금 담아 “피자라도 사 먹길” 당부
6일 익명의 기부자가 부산 덕천지구대에 남기고 간 선물 상자. 부산경찰청 제공

부산=이승륜 기자

"지폐가 구겨져서 다리미로 한 장씩 피고 했습니다. 적은 금액이라도 받아주세요."

어린이날 연휴 마지막 날인 6일 익명의 기부자가 경찰에 "불우한 가정에 전달해 달라"며 선물 상자를 놓고 갔다.

부산 북부경찰서는 이날 오전 11시 10분 덕천지구대 앞에 한 남성이 상자를 두고 갔다고 밝혔다. 이 남성은 경찰관이 다가오자 급하게 사라졌다고 한다. 휴일 근무 중이던 덕천지구대 직원들은 상자를 열어본 뒤 눈시울이 붉어졌다.

상자에는 편지와 옷, 과자, 라면, 천원 짜리 지폐 30장이 들어 있었다. 편지 봉투에는 ‘어려운 아이 가정에 전달됐으면 합니다’라고 당부의 글이 적혀 있었다. 익명의 기부자는 덕천2동 행정복지센터 동장에게 쓴 편지를 통해 자신을 "장애 3급 첫째 아이를 둔 수급자 가정의 아빠"라고 소개했다. 그는 "폐지 팔아 조금씩 모은 돈으로 옷이랑 과자 현금 얼마 안 되지만 최대한 모은다고 한 달 동안 땀 흘려 노력했다"며 "능력이 여기까지라 옷 사고 과자 사고 하니 현금은 3만 원 정도 남았다. 많이 못해 미안하다"고 선물을 모으기 위해 애쓴 그간의 사정을 전했다.

그는 이어 "(선물이) 어린이날 어려운 가정에 전달되기를 바란다"며 "이번 어린이날 작년에 이어 또 비가 와 걱정이다. 어린이날 애기가 선물한 옷 입고 밖에 나가 신나게 놀고 뛰어야 하는데, 날씨가 너무 야속하다. 비가 와서 우울하지만 제 선물 받고 좋아했으면 한다"고 적었다.

그는 끝으로 "아이가 옷이 마음에 꼭 들었으면 좋겠다. 과자 선물도 마음에 들었으면 한다. 현금은 적은 액수지만 피자라도 맛있게 (사)먹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경찰은 CCTV 분석을 통해 선물을 두고 간 남성이 지난해 부산 동구 화재 때 다친 경찰관과 소방관을 위해 써달라고 폐지 팔아 모은 돈 4만5000원을 덕천지구대에 두고 간 이와 동일 인물인 것을 확인했다. 지구대 관계자는 "기부자가 올해와 같은 방식으로 지난해 총 7차례 기부한 것을 확인했다"며 "주민센터에 선물을 전달하고 싶었지만, 휴일이라서 지구대에 가져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지구대는 선물 상자가 지역의 어려운 가정 아동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행정복지센터에 전달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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