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포럼] 총선 후 시험대 오른 尹외교

김병호 기자(jerome@mk.co.kr) 2024. 5. 6.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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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일 프랑스 방문을 시작으로 세르비아·헝가리를 찾는다.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서방 내에서 미국 주도에 맞서는 반골 기질이 강하고, 다른 두 나라는 친러시아·친중국을 표방한다.

여기에 중국이 '일대일로' 일환으로 세르비아에 막대한 경제 지원을 하면서 러시아를 포함한 3국 연대가 만들어졌다.

최근 이스라엘과 공격을 주고받은 이란은 러시아·중국과 더욱 밀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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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유럽 순방 勢 확산
푸틴은 방중 채비·北 밀월
권위체제 결속 확고한데
尹 총선패배 외교운신 제한
자유민주 연대 지속도 우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일 프랑스 방문을 시작으로 세르비아·헝가리를 찾는다. 프랑스는 전통적으로 서방 내에서 미국 주도에 맞서는 반골 기질이 강하고, 다른 두 나라는 친러시아·친중국을 표방한다. 뉴욕타임스(NYT)가 "시 주석의 유럽 방문은 서방 동맹(미국과 유럽)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것"이라고 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세르비아는 수도 베오그라드가 1999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폭격을 받은 이후 미국과 담을 쌓고 지냈다. 유고 연방에서 떨어져 나온 6개국은 친미(親美)로 돌아섰지만 세르비아만 러시아 품에 남았다. 여기에 중국이 '일대일로' 일환으로 세르비아에 막대한 경제 지원을 하면서 러시아를 포함한 3국 연대가 만들어졌다.

헝가리는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2010년 두 번째 집권한 뒤 러시아와의 대외 공조에 적극적이다. 오르반은 소련 시절 공산주의 타도와 자유민주주의를 외친 청년 투사였다. 하지만 장기 독재를 하면서 과거 절연했던 러시아 편으로 돌아섰다. 2016년 미국 대선 때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지지한 많은 유럽 정상들과 달리 그는 홀로 도널드 트럼프를 응원했다. 빼어난(?) 촉 덕분에 오르반은 유럽이 미국과 으르렁댈 때도 트럼프와 친하게 지냈다. 트럼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가까워지자 오르반까지 더해 '브로맨스'가 형성됐다.

프랑스는 요즘 들어 부쩍 독자 행보를 한다. 올 초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전에 서방 부대의 지상 투입을 주장했다가 서방권 내 큰 반발을 샀다. 지난달에는 "미국·한국 무기 대신 유럽산 무기를 사자"고도 주장했다. 이런 장면들은 모두 지난해 방중(訪中) 직후 그가 밝힌 '전략적 자율성' 맥락 안에 있다.

이런 와중에 푸틴은 7일 대통령 5기 취임식을 갖고 이달 중 또 중국을 찾는다. 조만간 북한 답방도 예상된다. 최근 이스라엘과 공격을 주고받은 이란은 러시아·중국과 더욱 밀착 중이다. 요컨대 요즘 세계는 반(反)자유주의 연대 강화와 '스트롱맨(철권통치자)'들의 활개로 요약된다.

중국과 러시아의 세력 확장은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해온 서방과의 연대가 얼마나 지속될지 불투명한 이유다. 우크라이나전 장기화와 부진한 중국 교역은 우리 외교정책의 큰 변수다. '서방 올인' 전략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총선 패배로 대외 분야도 야당 공세가 세질 것은 자명하다. 전쟁 비관여와 중국에 '셰셰'만 하면 된다는 게 제1야당 대표가 얼마 전 했던 얘기다. 여기에 트럼프가 재집권한다면 주한미군 방위비 인상과 보호무역 강화로 우리가 받을 파장은 배가된다. 만일 트럼프가 푸틴과 화해하고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빠져나온다면 서먹해진 한·러 관계는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일·북(日北) 정상회담이 성사된다면 공전 중인 남북관계도 마냥 놔둘 수는 없다. 시진핑 답방은 여전히 우리 희망사항일 뿐이다.

윤 대통령은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아리송한 가면을 벗고 자유민주 진영과 함께한다는 외교적 선명성을 부각해왔다.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해 '비우호국'이 됐고, 푸틴의 대북 무기 협력을 강력 경고했다. "힘에 의한 현상 변경 반대"라는 대만 지지 발언으로 중국 측 반발도 샀는데 전 정부에선 없던 일이다. 이 덕분에 우리도 외국에 '할 말 하는' 지도자를 갖게 됐다는 기대를 잠시 키웠다. 하지만 그 불씨가 사그라들고 있다. 권위주의 체제 간 강한 결속은 우리를 압박하고 있고, 미국과 일본 내 정치 상황 변화와 국내 균열은 윤 정부 외교력을 흔들 것이다. 총선 후 내정도 답답하지만 대외적 파고도 쉽게 볼 문제가 아니다.

[김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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