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이코노미스트] 감정이론의 부상, 그 사회적 의미

2024. 5. 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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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감정'과 '이성' 중 '이성'이 의사결정에 결정적 역할을 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을 수도 있으나 그러한 의사결정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져 왔다.

이렇다 보니 '감정'은 경제학, 사회학, 행정학, 정치학 등 의사결정을 다루는 다양한 사회과학 영역에서 이성에 의한 합리적 의사결정을 교란하거나 일관성이 없고 예측 가능하지도 않은 즉흥적 행동을 유발하는 요인, 즉 '잔여' 범주로 취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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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의사결정은 이성의 몫
감정개입은 부적절 여겼지만
개인·사회에 오래도록 영향
정치 등 여러분야 변수로 연구
공감없는 정책은 연대를 훼손
역할 인정할 때 신뢰자산 기여

오랫동안 '감정'과 '이성' 중 '이성'이 의사결정에 결정적 역할을 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을 수도 있으나 그러한 의사결정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져 왔다. 이렇다 보니 '감정'은 경제학, 사회학, 행정학, 정치학 등 의사결정을 다루는 다양한 사회과학 영역에서 이성에 의한 합리적 의사결정을 교란하거나 일관성이 없고 예측 가능하지도 않은 즉흥적 행동을 유발하는 요인, 즉 '잔여' 범주로 취급되었다. 이러한 감정에 대한 홀대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지만) 플라톤까지 거슬러 올라갈 만큼 역사가 깊다.

그런데 2000년을 전후로 사회과학자들은 '감정' 또는 '감성'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정서적 차원을 배제하고 '이성'이나 '합리성'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개인 또는 집단 행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자신이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0에 가까운 '대통령 선거'에 자신의 시간과 비용을 들여 참가하는 행동, 협상 결과보다 상대방을 괴롭히는 데 더욱 집중하는 협상자의 행동, 자신이 비난했던 대상을 과하게 억압할 때 태도를 바꿔 그를 옹호하고 지지하는 행동 등 '이성'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행동의 예는 수도 없이 많다. 이처럼 '합리' 또는 '이성'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사례는 자연이나 인간사회가 당면한 불확실성의 정도가 커지며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성'에 근거한 합리적 의사결정 이론의 유통기간이 다하고 있는 것이다. 그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 중 하나가 '감정'을 이론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이러한 시도에 대해 메이블 버레진 미국 코넬대 사회학과 교수는 2009년 논문에서 "그간 학문적 유배 상태에 놓여 있던 감정(emotion)이 경제학과 사회학 등 사회과학의 다양한 영역으로 귀환해 이론의 중요한 영역을 차지하기 시작했다"고 기술했다.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감정'은 '이성'과 완전히 동조하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분리되어 있지도 않은 무언가로, 신체에서 발생해 인지되고 '이성'과 함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사회의 특징을 형성한다.

'감정'은 언뜻 일시적이고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득실을 따지는 '이성'에 비해 약한 것처럼 보이지만 의사결정의 기저를 형성하며 개인의 행동이나 사회 모두에 오랜 기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불확실성이 큰 판단을 할 때, 이성적 판단의 근거가 부족하거나 시간이 부족할 때 감정이 가지는 결정력은 크다. 이는 우리가 사회적 이슈를 다루거나 정책을 결정하거나 광범위한 사회구성원에게 영향을 미칠 계획을 만들 때, 다양한 대안이 가져올 즉각적인 득실 못지않게 각 대안의 결과가, 대안을 결정하는 과정이, 또 대안을 실행해가는 수단이 사람들의 '감정'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지금은 고전이 된 1981년 논문에서 콜린스는 의식이나 공감과 같은 사회적 차원의 상호작용은 정서적·문화적 자원이 교환되는 시장이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집단 내에서 긍정적인 상호작용이 반복되면 정서적 연대와 긍정적 자산이 생성되고, 반대로 부정적 상호작용이 계속되면 정서적 연대의 가치는 떨어지고 긍정적인 사회적 자산은 점차 사라진다.

사람들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는 정책이, '공감'이 없는 의사결정 '과정'과 '수단'이 당장 사람들이 느끼는 분노와 외면만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 차원에서 형성된 공동체 친화적인 감정이 다시 살 만한 공동체의 기초 자산이 되는 '사회적 감정'의 선순환 체계를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 어쩌면 날로 세를 확장하고 있는 '감정 이론'이 우리 사회에 주는 메시지 아닐까 싶다.

[오형나 경희대 국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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