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불휘 기픈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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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리매 꽃 좋고 열매 많나니.'
풍상(風霜)을 겪으면서도 천년을 사는 나무의 장수 비결은 뿌리에 있다.
울릉도 기암절벽에 절묘하게 뿌리를 내린 향나무도 2000년 넘는 국내 최고령으로 산림청에 기록되어 있다.
아름드리나무는 시절을 따라 꽃과 열매를 맺으며 우리의 삶에 풍요로움을 가져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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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흔들리매 꽃 좋고 열매 많나니….'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하고 최초로 만든 용비어천가에 나오는 구절이다. 풍상(風霜)을 겪으면서도 천년을 사는 나무의 장수 비결은 뿌리에 있다. 울릉도 기암절벽에 절묘하게 뿌리를 내린 향나무도 2000년 넘는 국내 최고령으로 산림청에 기록되어 있다. 바라만 봐도 신비스럽고 경이로운 감동이 밀려온다.
원자력발전의 뿌리는 안전이다. 지난해 우리 회사는 역대 최저의 원전 불시정지를 기록해 원자력으로 최대의 발전량을 생산했다. 이는 원전을 안전하게 운영한 것을 보여주는 지표다. 그러나 안전성을 더 높이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선진화된 원전 운영체계를 도입해 우리 환경에 맞춰가는 것이다. 기존에 익숙하던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방법으로 업무를 전환하는 일은 쉽지 않다. 어려움을 감내하면서도 추진하는 이유는 이 운영체계가 성공적으로 정착되면 원자력 안전성이 높아지고 발전소 성능지표가 개선되기 때문이다.
원자력의 뿌리에 물과 양분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개선도 필요하다. 특히 사용후핵연료 관리 내용을 세부적으로 명시한 고준위특별법의 제정은 절실한 상황이다. 2030년부터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이 포화되어 최악의 경우 처리 시설 부족으로 원자력발전이 중단될 우려가 있다. 원자력의 혜택을 누려온 우리 세대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 일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는 계속운전 제도 개선이다. 원전 계속운전은 천연자원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안전하고 슬기로운 선택이다. 10년 단위로 안전성을 확인받는 현행 제도는 인허가에 긴 시간이 소요되며 연장 운영 기간이 보장되지 않는다. 20년 단위로 안전성을 확인하도록 법적 체계를 개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무가 수많은 세포로 만들어진 생명 시스템이듯 원전 산업도 다양한 부품과 공정,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들로 산업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원전 생태계 전체가 건강하게 지속적으로 발전하는 것은 원전 안전의 기반이 된다. 이를 위해 우리 회사는 중소기업과 동반성장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수출 활로를 함께 개척하고 있다.
아름드리나무는 시절을 따라 꽃과 열매를 맺으며 우리의 삶에 풍요로움을 가져다준다. 에너지 빈곤으로 척박한 우리 땅에 원자력발전이 깊이 뿌리를 박고 흔들림 없이 성장해나가려면 변함없는 관심과 성원이 필요하다. 원자력발전은 에너지안보의 버팀목이자 탄소중립 사회를 열어가는 탐스러운 열매로 우리 사회 발전에 이바지해나갈 것이다.
[황주호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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