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매일 기록한 TK…총선 결과 같아도 진보 저변 넓어졌죠”
20년간 지역 진보 역사의 기록 그 자체
지역 기자들의 ‘양심 고백 칼럼’ 큰 반향
정부 광고 없이 독자 후원으로 운영
“20년째 매일 아침 편집회의를 합니다. 오늘 우리가 반드시 기록해야 하는 지역의 역사는 무엇인지 의제 설정을 하는 거죠. 우리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계속 묻는 일이기도 합니다.”
유지웅(52) 평화뉴스 대표가 지난 29일 대구시 동구 신천동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평화와 통일, 나눔과 섬김, 그리고 지역공동체를 가치”로 시작한 평화뉴스가 지난 2월 창간 20주년을 맞았다. “20년 전 한겨레 대구지사(신천동) 건물 지하에서 시작했는데, 창간 20년이라고 인터뷰하자는 언론사도 한겨레가 유일하네요.” 유 대표가 환한 웃음으로 맞이했다.
평화뉴스는 대구·경북을 기반을 둔 인터넷 언론이자 정부와 지자체의 광고 없이 독자의 후원으로 운영하는 독립 언론이다. 기자는 유 대표를 포함해 김영화(37) 편집장, 정준민(26) 기자 모두 3명이다. 유 대표는 평화뉴스를 ‘진보 언론’이나 ‘독립 언론’이 아닌 “대안 언론”이라고 불렀다. “20년 전 언론에 대한 언론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생각과 지역에서 진보적 의제를 다룰 언론이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창간했습니다. 진보 언론, 민중 언론, 현장 언론 이런 말은 다 사족이라고 생각해요. 우린 항상 대안을 찾아왔기 때문에 대안 언론이라고 말합니다.”
평화뉴스는 지난 20년의 대구·경북 진보 역사의 기록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매일 아침 여는 편집회의는 한정된 취재 인력으로 보다 가치 있는 뉴스를 다루기 위한 20년 동안의 ‘루틴’이었다. 최근에는 지역 총선 후보 공약 분석과 대구시 박정희 기념사업 논란을 비중 있게 다뤘다. “2016년 총선을 제외하면 매번 개표 결과 기사가 똑같은 내용이었습니다. 안타깝고 속상하죠. 그렇지만 정치적으로 여전히 보수적일지 몰라도 지역의 풀뿌리 활동이나 시민사회 저변은 많이 넓어졌어요.” 유 대표는 지난 20년 동안 지역의 변화를 몸소 느꼈다고 한다. 그는 “지방선거에서 야당 후보가 한 명도 없던 시절도 있었다. 그런데 이제 진보정당 구의원이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평화뉴스가 창간 뒤 처음 시작한 연재 칼럼인 ‘기자들의 고백’은 지역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지역 방송사·일간지 기자들이 이름과 사진을 내걸고 ‘자기 고백’을 시작한 것이다. 기사 논조, 취재 방식, 취재원 대응 등에 대한 다양한 고민이 담겼다. “언론에 대한 비평은 예나 지금이나 불만이 많죠. 그런데 현직 기자들이 스스로 양심을 고백하고 나선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저녁에는 기자들 열댓 명이 모여 지역 매체 비평을 하며 토론도 했습니다.”
폐간 위기도 있었다. 2015년 박근혜 정부는 5명 미만 인터넷 신문의 등록을 취소한다는 내용의 신문법 시행령 개정을 예고했다. 유 대표는 비상식적인 박근혜 정부에 맞섰다. 그해 대구에서 처음으로 대책위원회가 만들어졌고, 전국적으로 60여명의 인터넷 언론 기자들과 함께 헌법소원에 나섰다. 2016년 헌법재판소는 유 대표 등의 손을 들어줬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기자 머릿수로 언론 인정 여부를 따지나요? 언론으로서 존재 자체가 위협받으니, 암담했습니다. 20년을 돌아봤을 때 가장 큰 사건이었다고 할 수 있어요.”
지난해 7월 평화뉴스는 10여년 만에 대대적인 후원행사를 열었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며 후원이 줄어들면서 “20년 만에 가장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한 달 후원금이 300만원대 수준이었는데 그것보다 줄어드니 결국 빚을 지게 됐죠. 다들 어려운 상황이라 후원을 늘려 달라고 말하기 어려웠는데, 독자들이 먼저 나서 행사를 열자고 제안했습니다.” 행사에는 지역 진보 역사의 기록을 지키려는 원로 진보 인사 등 800여명이 찾아 마음을 보탰다.
최근 평화뉴스는 제호 글씨체를 바꾸고, 누리집도 전면 개편해 새로 단장했다. 창간 뒤 줄곧 편집장을 맡은 유 대표는 지난 2월 후배인 김영화 기자에게 편집장 직을 물려줬다. 이제 유 대표에게 남은 가장 큰 숙제는 안정적인 매체 운영을 위해 정기 후원을 늘리는 일이다. “선거 등 바쁜 시기가 끝나니 다시 생각이 많아지는 요즘입니다. 후배들은 저처럼 마음고생 말고 행복하게 기자 생활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후원은 평화뉴스 누리집(https://www.pn.or.kr)에서 할 수 있다.
김규현 기자 gyuhy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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