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어른들은 몰라요? 불안한 디지털 나라

안녕하세요. 이번 어린이날에도 신나게 논 초등학생입니다. 오늘은 어른들에게 여쭤볼 게 있어 편지를 써요. 요즘 디지털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아무리 해도 이해하기가 어려워서요. 그 디지털 세상을 직접 만든 어른들은 좀 더 잘 알고 있지 않을까 해서 편지를 쓰니 답을 꼭 해주셔요.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유튜브와 틱톡을 보고, 온라인 게임을 하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피시를 보는 게 당연했던 세대예요. 이번 어린이날에도 7~13살 어린이들 절반이 받고 싶은 선물로 전자기기, 스마트폰, 기프트카드를 꼽았다면서요?(토스, 1만6573명 설문 결과) 유튜브를 보고, 로블록스 게임을 하고,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를 하는 일은 저희에겐 숨 쉬듯 자연스럽답니다.

그런데 요즘 어떤 일이 있는 줄 아세요? 제 친구는 로블록스 계정이 해킹돼 아빠 신용카드로 몇백만원이나 결제됐대요. 어린이들 계정으로 유료 결제를 하려면 연결된 보호자 전화기에 알림이 뜨고, 수락을 해줘야지만 카드 결제가 되거든요? 그런데 해커가 계정을 탈취하면 보통 ‘알림-수락’ 과정을 끄고 마구 결제를 한대요. 근데 피해를 신고했는데도 로블록스가 환불 못 해준대요. 친구가 애플 기기를 써서 인앱결제(앱 마켓 운영자를 통한 결제)를 할 수밖에 없었는데 애플이 환불을 거부한 거죠. 이게 뭐예요?

인스타그램에 정말 오랫동안 자기가 그린 그림과 사진을 정성껏 올려오던 친구는 어떻게 됐게요? 계정을 해킹당해 하루아침에 모든 게시물이 싹 지워졌어요. 진짜 모래 위에 쌓은 성처럼 말이죠. 얼마 전에 저희 삼촌 페이스북도 전부 지워졌었는데…. 엉엉 우는 친구에게 무슨 말을 해줘야 해요? 어른들은 이런 디지털 세상을 만들어 놓고 불안해서 어떻게 살고 있는 거예요?

얼마 전에 뉴스를 보니 유명한 연예인들조차 사칭 광고에 대응할 방법이 없다면서요? 방법이 없다고 포기하면 안 되죠. 로블록스에 올라온 게임 ‘그날의 광주’에 문제를 느껴 언론사에 제보한 사람도 초등학생인 것 아시죠? 현실 세계 어른들의 혐오가 만들어낸 ‘5·18 북한군 침투설’을 그대로 적용한 게임을 1만5천명이 그저 즐겼는데, 제동을 건 것은 초등학교 6학년 친구였어요. 어른들도 포기하지 말고, 어린이들을 위해서 안전한 디지털 세상을 만드는 일에 조금만 더 나서줄 순 없을까요?

임지선 빅테크팀장 su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