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격호 손녀 장혜선 "창업주 정신 바로잡고 싶다"

김수연 2024. 5. 6.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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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선 롯데삼동복지재단·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지난 3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에서 낭독 콘서트 '더 리더' 초연을 앞두고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롯데재단 제공

"할아버지의 창업주 정신이 그대로 전달이 안 되고 있어, 그 부분을 바로잡고 싶다."

장혜선(54·사진) 롯데재단 이사장은 조부인 고(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일대기를 그린 낭독 콘서트 '더 리더' 초연날인 지난 3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이 같이 밝혔다. 장 이사장은 신 명예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재단 의장의 맏딸이다.

장 이사장은 작년 8월 어머니가 광복절 특사로 사면된 뒤 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에 선임됐고, 작년 12월부터 롯데장학재단 이사장도 맡고 있다.

롯데장학재단은 1983년 신격호 명예회장이 사재로 설립했으며, 롯데삼동복지재단은 2009년 신 명예회장이 고향인 울산 발전을 위해 570억원 규모의 재원을 투입해 만들었다.

장 이사장은 이사장직을 맡으며 결심한 것 중 하나가 재단의 문턱을 낮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누구나 직접 와서 도움을 청할수 있는 곳, 서로 편하게 교류할 수 있는 곳이었으면 한다"며 "그래서 직접 도움이 필요한 현장에 가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바로 그것이 창업주의 정신과 맞닿은 지점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를 이루기 위해 직접 발로 뛰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겠다고 포부를 내놓았다.

그는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는 사람들, 배고픈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는 마음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면서 "돌이켜보면 이것이 할아버지의 마음이었고, 창업주의 그러한 정신을 바로잡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결심에 대한 의지를 증명해 보이듯, 그는 이사장 취임 이후 하루가 너무 짧다고 느낄 만큼 바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이사장은 "정말 24시간이 모자란다. 오늘은 무대에 공연을 올리는 날이라 이렇게 양말에 로퍼를 신고 왔지만, 평소엔 운동화를 신고 다닌다"며 "이번주에는 우즈베키스탄에 가서 한인족을 대상으로 한국어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한인 어학당을 세우러 갈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인도네시아의 수도인 자카르타의 아이들을 만나고 온 지 일주일만에 장 이사장은 우즈베키스탄 아이들을 만날 생각을 하며 에너지를 모으고 있었다.

그는 앞서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자격으로 지난달 25일 인도네시아로 날아가 도서관 건립 기념식과 장학금 수여식을 했다.

재단은 자카르타의 4개 초등학교에 도서관 건립에 1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10개 대학의 학생 총 50명에게 상·하반기 각각 총 3000만원의 롯데 신격호 글로벌 장학금을 지원한다.

장 이사장은 "사실 제가 MBTI가 'I'이고 베프(베스트 프렌드)와도 대면보다는 통화하는 걸 선호하는 성향인데도, 오지를 가서 아이들 만나는 것은 전혀 힘들지가 않다"며 "다녀오면 몸은 힘든데, 아이들을 만나면 너무 좋다"며 활짝 웃었다.

그는 이번 낭독 콘서트가 이사장에 오른 이후 계속 구상하고 검토해 오던 것을 무대로 올린 것이라며, "창업주의 정신이 젊은 세대들이 접할 수 있는 문화콘텐츠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하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이어 "좌절하지 말고, 열정을 갖고 남들이 하지 않은 것을 해볼 수 있는 용기를 얻었으면 했다"고 강조했다.

세계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장 이사장은 인터뷰 중에도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얘기를 꺼내며 다음 할 일을 찾고 있었다.

그는 "지금 제가 신경을 많이 쓰고 있는 것이 복지사업이고 장애인, 외국인노동자, 다문화가정과 관련된 부분"이라며 "특히 외국인 노동자분들이 처한 환경이 너무 어려워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할아버지도 타국에서 외국인으로 일하며 고생하셨다는 생각에 자꾸 그분들한테 마음이 가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이날 만나본 장 이사장의 리더십과 열정은 마치 '더 리더'의 모티브가 된 청년 신격호의 모습을 재현한 것 같았다. 1942년 낯선 일본땅으로 건너가 우유, 비누, 화장품을 팔다 껌을 만들어 팔며 기업을 세우고 사업을 확장해 롯데라는 대기업을 일구기까지 쉼없이 달리며 늘 '다음'(NEXT)을 기대하게 했던 창업주처럼, 장 이사장 역시 다음 행보를 기대하게 한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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