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돌고래 학대’ 거제씨월드 깡통 개선안···경남도청도 “미흡”

이홍근 기자 2024. 5. 6.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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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16일 거제씨월드에서 촬영된 큰돌고래. 눈을 감은 채 배를 뒤집고 떠다니고 있다. 핫핑크돌핀스 제공

아픈 돌고래를 쇼에 투입했다가 죽게 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거제씨월드가 구체적인 내용이 없는 ‘깡통 개선안’을 경남도청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남도청은 개선안 내용이 미흡하다며 개선안 보완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6일 윤미향 무소속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거제씨월드의 ‘점검 결과에 대한 개선조치 계획서’를 보면, 거제씨월드는 “투약 중인 개체의 경우 휴식과 회복을 위해 생태설명회와 프로그램 투입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경남도청에 밝혔다. 그러면서 “다만 회복 여부 혹은 프로그램 투입의 적절한 시점 등은 전담수의사 및 사육사들의 전문적인 소견을 기초로 내부 절차에 따라 적절히 판단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환경부와 해양수산부, 경남도청, 국립수산과학원은 거제씨월드 돌고래 줄폐사와 관련해 지난 3월 합동조사를 했는데, 경남도청이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거제씨월드에 대책 마련을 요구한 데 따라 계획서를 제출한 것이다.

조약골 핫핑크돌핀스 대표는 “알아서 적절히 하겠으니 문제 삼지 말라는 답변”이라면서 “이번 줄라이와 노바의 죽음에 자기들은 책임이 없다는 뜻”이라고 했다. 의무기록지를 보면 큰돌고래 ‘노바’는 지난해 12월부터 설사를 하는 등 장염 증상을 보였으나, 항생제를 투여해 쇼에 투입됐다가 지난 2월 폐사했다. 다른 큰돌고래 ‘줄라이’도 정맥염과 구토, 설사 증상이 있는데도 쇼를 뛰다 죽었다. 그런데도 거제씨월드는 이를 “내부 절차에 따른 적절한 판단”이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 [단독]거제씨월드, 아픈 돌고래 약 먹이고 쇼 강행시켜 ‘폐사’···형사처벌 가능할까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404161716001

거제씨월드는 현장점검에서 지적된 수온관리 문제에도 적절한 조치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합동조사단은 추운 지방에서 사는 흰고래와 따뜻한 바다에서 사는 큰돌고래를 같은 수온에서 사육하는 것은 “극심한 스트레스 인한 면역력 저하”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흰고래와 큰돌고래를 각기 다른 수온에서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거제씨월드는 이에 대한 개선방안으로 히트펌프(온도조절장치)의 용량을 늘리겠다고 적었다. 열 손실 용량에 대해 외부 계산을 의뢰하고 업체에 설비 가능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했다. 수온을 나누어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조 대표는 “온도를 맞추는 장치를 갖다두겠다는 거라면 둘 중 누구를 기준으로 온도를 맞추겠다는 것이냐”면서 “한 종을 기준으로 온도를 맞추면 다른 종은 사육환경이 맞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흰고래는 가장 더울 때 수온이 영상 12도를 넘기면 안 되고, 큰돌고래는 평균 수온 20도에서 생활해야 하는데, 히트펌프를 설치한들 이 둘을 어떻게 같은 물에서 키울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경남도청은 거제씨월드가 제출한 계획서에 대해 “내용이 미흡하며 수온관리, 부상 개체 관리 부분에 대해 추가 보완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지난 2일 윤 의원실에 밝혔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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