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해진 이승엽, 잦아진 퀵후크··· 불펜 영건들의 어깨가 무겁다

심진용 기자 2024. 5. 6.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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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이병헌이 지난 4일 잠실 LG전 마운드로 향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 제공



최근 10경기 6승 4패. 두산의 호조를 견인한 것은 불펜의 힘이었다. 10경기 중 선발 투수가 5이닝 이상 던진 게 불과 여섯 번이었다. 그나마 세 경기는 딱 5이닝을 채우는데 그쳤다. 지난달 27일 대전 한화전 임시 선발로 나선 박정수(28)는 2이닝 만에 내려왔다. 이튿날 최준호(20)는 1.2이닝만 던지고 교체됐다.

팀 사정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이닝이터 라울 알칸타라(32)가 오른팔 염좌로 로테이션에서 빠졌다. 알칸타라는 지난 3일 주치의 검진을 받기 위해 미국으로 떠났다. 8일이나 9일쯤 귀국 예정이다. 1군 마운드 복귀가 언제일지는 알 수 없다. 5선발 자원이던 김동주(22)는 부진한 피칭으로 퓨처스리그로 내려갔다가 최근 복귀했지만 아직 등판 기록이 없다. 기대를 모았던 최승용(23)은 피로골절 여파로 재활 중이다. 최준호, 김유성(22) 등 어린 투수들이 선발 로테이션을 메우고 있지만 길게 끌고 가기가 쉽지 않다.

이승엽 감독의 투수 운용도 지난 시즌에 비해 훨씬 더 공격적이다. 퀵후크를 망설이지 않는다. 지난 3일 잠실 LG전, 이 감독은 3회까지 1실점으로 잘 버티던 김유성이 4회 첫 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내자 투수 교체를 단행했다. 4일 LG전도 빠르게 선발 투수를 내렸다. 4회까지 순항하던 최준호가 5회 선두타자에게 실책성 수비로 3루타를 내줬고, 1사 후 적시타를 맞아 1실점 했다. 이어 볼넷에 안타까지 허용하자 이 감독은 최준호를 내리고 이병헌(21)을 올렸다. 이병헌이 희생플라이를 맞으면서 추가 실점했다. 최준호의 이날 기록은 4.1이닝 2실점이 됐다. 두산은 선발을 빠르게 내린 두 경기를 모두 잡았다.

두산 최지강이 지난 4일 LG전 투구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 제공



최근 이 감독을 두고 ‘독해졌다’는 평가가 붙는다. 이 감독도 부인하지 않는다. 비로 취소된 5일 어린이날 잠실 LG전을 앞두고 그는 “1선발 알칸타라가 빠졌고, 2선발 브랜든도 부상으로 한 번 빠졌다”며 “생각했던 플랜과 좀 다르게 가고 있다. 장기 레이스를 생각하면, 길게 보고 가야 하겠지만 여기서 처지면 다시 올라가기가 그리 녹록지 않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빨리 좀 치고 나가야 할 것 같다”며 “승부다 싶을 때는 좀 승부를 걸 수도 있다. 그런 판단을 잘해서 한 경기라도 더 이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격적인 마운드 운용으로 최근 꾸준히 위닝 시리즈를 챙기고 있지만, 불펜 과부하는 피할 수 없다. 아직 어린 투수들에게 부담이 가중된다는 점에서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날까지 37경기를 소화한 가운데 이병헌이 21경기, 최지강(23)이 20경기에 나왔다. 리그 최다 등판 1, 2위다. 투구 이닝으로 따지면 이병헌이 19.2이닝으로 3위, 최지강이 17.2이닝으로 10위다. 신인 김택연(19)의 등판도 잦아지고 있다. 최근 10경기 중 5경기에 나왔다. 멀티 이닝도 2차례 소화했다. 지난달 28일 한화전에 2.1이닝 동안 53구를 던졌다. 지난 4일 LG전엔 1.2이닝 동안 38구를 던졌다.

부담이 된다는 걸 사령탑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당분간은 뾰족한 수가 없다. 이 감독은 “빨리 알칸타라가 돌아와서 1~3선발이 최소 6이닝, 많게는 7이닝은 던져줘야 불펜도 여유를 가질 수 있다”며 “지금은 어쩔 수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선발 로테이션 안정화가 이뤄져야 불펜 부담도 덜 수 있다는 얘기다. 그 시점이 언제냐에 올 시즌 두산의 성적이 달라질 수 있다. 어쩌면 두산의 미래도 거기에 달린 것일 수 있다.

두산 김택연이 4일 LG전 투구를 마치고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 제공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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