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아이 피자라도 먹도록…” 폐지 판 돈 두고 간 세 아이 아빠

문지연 기자 2024. 5. 6.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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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날 연휴 마지막날인 6일 오전 11시 10분쯤 부산 북부경찰서 덕천지구대에 한 남성이 두고 간 박스와 편지봉투. /연합뉴스

어린이날 연휴 마지막 날인 6일 어려운 형편의 아이들을 위한 한 시민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졌다.

이날 오전 11시쯤 부산 북부경찰서 덕천지구대를 이름 모를 의문의 남성이 찾아왔다. 휴일 근무 중이던 경찰관이 다가가자 남성은 들고 있던 박스를 바닥에 내려놓더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라졌다. 마치 절대 들키지 않겠다는 듯 불러도 멈추지 않았다.

지구대 직원들은 곧바로 박스를 들고 와 열어봤다. 이어 안에 든 물건들을 확인하고는 깜짝 놀랐다. 과자와 라면 등 간식거리와 옷이 있었고 그 위에는 하얀색 봉투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겉면에는 ‘어려운 아이 가정에 전달되었음 합니다! 세 아이 아빠 올림’이라는 인사가 적혀 있었다.

봉투 안에는 꼬깃꼬깃 접힌 자국이 가득한 1000원짜리 지폐 30장이 들어 있었다. 함께 동봉된 편지에는 남성 자신의 형편, 간식과 돈을 마련한 과정, 기부를 결심한 이유 등이 정갈한 글씨체로 다음과 같이 쓰여 있었다.

“안녕하세요. 세 아이 아빠입니다. 첫째가 장애 3급, 저희는 수급자 가정입니다. 폐지 팔아 조금씩 모은 돈으로 옷, 과자, 현금. 얼마 안 되지만 최대한 모은다고 한 달 동안 땀 흘리며 노력했는데 능력이 여기까지라 옷 사고 과자 사니 현금은 3만 원 정도 밖에 못 담았습니다. 적은 금액이지만 받아주시고 많이 못 해 미안합니다. 어린이날 어려운 아이 가정에 전달돼 피자라도 사 먹었으면 합니다.”

알고 보니 이 남성의 기부는 처음이 아니었다. 경찰은 CCTV를 살펴본 결과, 작년 부산 동구 화재 당시 다친 경찰관과 소방관을 위해 써달라며 폐지 팔아 모은 돈 4만5000원을 두고 간 기부자와 이 남성이 동일 인물임을 확인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작년 어린이날에도 현금, 과자, 옷 등을 두고 간 적 있다. 당시에도 그는 자신을 ‘장애 3급인 첫째를 둔 세 아이 아빠’라고 소개한 손편지를 남겼었다. 이미 그때가 남성의 세 번째 기부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 측은 “이분이 주민센터에 박스를 가져다주려고 했는데 휴일이라 지구대로 가져오신 것 같다”며 “천사 같은 마음에 휴일 일하는 직원들도 큰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남성이 두고 간 기부 박스가 요청대로 어려운 아동에게 보내질 수 있도록 행정복지센터에 전달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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