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개청 코앞 우주청, 문 열 사람이 없다

이준기 2024. 5. 6.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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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 공무원 전직 포기
항우연·천문연들도 지원 저조
전문성 확보·안정화 차질 우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왼쪽 네번째), 윤영빈 우주항공청장 내정자(왼쪽 세번째), 노경원 우주항공청 차장 내정자(왼쪽 여섯번째) 등이 1일 경남 사천시 우주항공청 임시 청사를 찾아 개청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제공
지난달 24일 임명된 윤영빈 우주항공청 초대 청장 내정자(왼쪽부터), 존 리 우주항공임무본부장, 노경원 우주항공청 차장 내정자가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우주항공청 인사브리핑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오는 27일 개청하는 우주항공청으로 소속을 바꿀 일반직 공무원 인력이 최종 확정되지 않아 조직 구성에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과기정통부에서 우주항공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일부 팀·과장급 핵심 보직자와 담당자들이 우주항공청으로 옮겨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주항공청에서 연구개발(R&D) 등 핵심 역할을 할 임기제 공무원에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소속 연구자들의 지원도 기대와 달리 저조해 전문성 확보와 조직 안정화에 차질이 우려된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의 우주기술과와 거대공공연구정책과 우주 관련 업무가 우주항공청으로 이관됨에 따라 53명의 일반직 공무원 인력이 우주항공청으로 옮겨 간다. 산업부 소속 공무원 3명을 포함해 총 55명의 행정 인력이 우주항공청으로 넘어가게 된다.

하지만 과기정통부는 아직 최종 인력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 인력 확정이 늦어지면서 우주항공청 개청 이전까지 세종과 경남 사천 임시청사를 오가며 출장 형태로 근무해야 하는 구조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대략 53명의 인원은 정해졌는데, 최근 들어 개인적 사정 등을 이유로 전직을 포기하는 사례가 생겨 최종 확정이 미뤄지고 있다"며 "조만간 최종 확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과기정통부 우주기술과, 거대공공연구정책과 등에서 우주 관련 핵심 업무를 수행한 팀·과장급 인력들이 '우주항공청행(行)'을 선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주 관련 업무를 주도하던 2명의 과장급 인사는 과기정통부에 남기로 최종 결정했다. 또 다른 과장급 인사는 우주청 전입을 놓고 내부 갈등을 빚다가 최근 윗선의 중재로 다시 우주청으로 옮겨 가기로 했다는 얘기도 나오는 등 불협화음이 불거지고 있다. 더욱이 우주청으로 이동하는 53명 중 우주 관련 업무 경험이 없는 2차관 소속 우정사업본부 인력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전문성 우려가 나온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본부를 떠나 새로 생기는 외청 기관에, 그것도 멀리 떨어진 사천까지 자원해 내려갈 직원이 얼마나 많겠느냐"면서 "그렇다 보니 우주 관련 업무 경험이 없고 전국 단위 조직을 둔 우정사업본부 소속 직원들이 상당한 관심을 갖고, 실제 자원한 사례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우주항공청에서 전문가로서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하는 항우연, 천문연 소속 연구자들의 임기제 공무원 지원도 기대에 비해 저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기관은 당초 핵심 인력들이 대거 우주항공청에 지원할 것을 우려했지만, 막상 10명 이내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시니어급들이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이재형 과기정통부 우주항공청설립추진단장은 "기존에 우주 관련 업무를 하던 인력은 대다수 우주항공청으로 갈 것으로 보여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본다"며 "추진단 소속 팀·과장급 인력의 합류는 거의 확정됐지만, 그들의 합류 여부와 항우연, 천문연 소속 연구자들의 지원 여부는 개인적 사안이라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이 단장은 "일단 우주청으로 소속이 바뀌는 공무원들은 당분간 사천 청사를 오가며 근무하게 되고, 이달 27일 개청일에는 사천 청사에서 근무하도록 업무환경을 갖춰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기정통부는 우주항공청에서 근무할 임기제 공무원을 경력경쟁채용 방식으로 총 50명 선발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선임연구원 5급 22명, 연구원 6급 12명, 7급 16명 등이다. 이와 함께 이미 선발한 임무본부장(1급)을 제외한 부문장(2급), 임무지원단장(3급), 프로그램장(4급) 등 18개 직위의 간부급 공무원을 이달 중 채용할 예정이다.

이창진 건국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우주청이 초기에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행정직 인력의 역할이 중요한데, 정주여건 등 현실적 문제로 인해 전문성 있는 부처 인력들이 가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부처 인력이나 임기제 인력 채용에서 단기간 내에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장기간에 걸쳐 우수한 전문가 조직을 갖춰 명실상부한 국가 우주항공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도록 유인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우주항공청 정원은 연구를 담당하는 임기제 공무원 150명, 행정을 맡는 일반직 공무원 143명 등 총 293명으로 확정됐으며, 상반기 임기제 공무원 50명과 일반직 공무원 55명 등 105명으로 출범한 이후 하반기에 추가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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